대법원이 오늘 전국법관회의를 열어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제’ 등에 대한 반발을 공개적으로 표명하면서, 국회와 사법부의 충돌이 정면으로 드러났다. 법제사법위원회는 헌법재판소법 개정 대안을 처리하며 ‘확정판결’에 한정하고 ‘헌재 결정에 반하는 취지’ ‘적법절차 위반’ ‘명백한 기본권 침해’ 같은 제한 사유를 두는 방식으로 제도를 구성했다. 대법원은 이에 대해 “대법원이 최고법원인 이상 사실상 4심제가 된다”는 프레임을 내세운다. 그러나 이 프레임은 헌법의 권한 구조를 단선적으로 읽는 데서 출발하며, 그 자체로 심각한 논리적 비약을 포함한다. 이 글은 법원 측 주장의 고리를 하나씩 분해해 반박한다. 한눈에 보는 쟁점: 독자가 가장 헷갈리는 3가지 이 논쟁이 자꾸 꼬이는 이유는 ‘재판’ ‘최고법원’ ‘최종심’ 같은 단어가 서로 다른 제도를 한 단어로 덮기 때문이다. 핵심만 칼같이 정리하면 다음 세 문장이다. 헌법재판소는 ‘대법원 위의 법원’이 아니다. 헌재는 대법원·각급법원으로 이어지는 법원 체계 밖에 있는 독립된 헌법기관이다. 재판소원은 ‘한 번 더 재판해 달라’는 상소가 아니다. 증거를 다시 보고 사실을 다시 따지는 절차가 아니라, 재판이 헌법상 최소 기준(기본권·적법절차)을 깨뜨렸는지만 묻는 헌법심이다. 확정판결 존중은 원칙이지만, ‘예외를 0으로 만들라’는 헌법 명령은 아니다. 문제는 예외를 둘 수 있느냐가 아니라, 예외의 문턱을 얼마나 높이고 필터를 얼마나 촘촘히 두느냐다. 용어를 분리하면 논리가 선명해진다 상소(2심·3심): 법원 안에서 ‘사실·법률 적용’의 잘못을 다시 다투는 절차다. 헌법심(헌법소원): 국가작용이 기본권을 침해했는지, 절차가 헌법상 최소선을 지켰는지 따지는 절차다. 확정판결: 일반 상소(항소·상고)로는 더 이상 다툴 수 없는 상태다. 재심: 확정판결의 예외적 교정 장치다. 재판소원: ‘오심 시정’이 아니라 ‘헌법 위반 교정’에 초점을 둔 예외적 통제 장치로 설계하자는 구상이다. 법사위 대안의 구조,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을 전면 허용하지 않았다 법사위 대안은 현행 헌재법이 헌법소원 대상에서 제외해 온 ‘법원의 재판’을 일정 범위에서 포함시키는 방향으로 설계됐다. 첫째, 대상 재판을 ‘확정된 재판’으로 한정했다. 둘째, 청구 사유를 넓게 열어두지 않고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반하는 취지’ ‘헌법과 법률이 정한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은 경우’ ‘헌법과 법률을 위반해 기본권 침해가 명백한 경우’로 제한했다. 셋째, 확정일로부터 30일 이내에만 청구하도록 기간을 짧게 잡았다. 넷째, 지정재판부가 요건 불충족이 명백하면 전원일치로 각하할 수 있도록 해 초기 필터를 두었다. 다섯째, 인용 시에는 해당 재판을 취소하고 법원이 헌재 결정 취지에 따라 다시 재판하도록 하는 구제 방식을 명시했다. 이 설계는 ‘모든 사건을 한 번 더’가 아니라 ‘헌법적으로 문제 되는 확정판결을 예외적으로’라는 방향을 전제로 하고 있다. 대법원 주장, ‘최고법원=최종심’과 ‘4심제’ 우려 대법원 측 논리는 대체로 세 갈래로 정리된다. 첫째 논리는 헌법 제101조 제2항을 근거로 한다. 헌법이 “법원은 최고법원인 대법원과 각급법원으로 조직된다”라고 규정한 만큼, 법원의 재판은 대법원에서 종국적으로 확정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둘째 논리는 제도 효과를 강조한다. 확정판결을 헌재가 취소할 수 있으면 실질적으로 상급심이 하나 더 생기는 것과 같고, 사건이 헌재로 몰려 ‘소송지옥’이 생긴다는 우려다. 셋째 논리는 권력분립과 사법권 독립을 든다. 법원의 재판을 다른 기관이 취소하는 구조는 사법권의 본질을 침해한다는 문제 제기다. 이 논리는 법원에 대한 논쟁을 ‘권한 침해’와 ‘4심제’라는 두 문장으로 압축해 말한다. 그러나 이 프레임은 곧바로 현실의 질문과 맞부딪친다. 사법부를 둘러싼 신뢰의 균열이 누적된 상황에서, 정치권은 ‘통제 장치’라는 언어로 제도 개편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재판소원제는 헌법 권한 구조를 둘러싼 법리 논쟁과 신뢰 위기 속 제도 개편 요구가 한 지점에서 충돌한 사안이 됐다. 최근 수년간 대법원과 각급법원을 둘러싼 잇단 논란 속에서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가 크게 흔들렸고, 법원 조직이 문제를 충분히 진단·시정하지 못했다는 비판도 누적돼 왔다. 이런 배경에서 여당(정치권)은 ‘사법개혁’이라는 이름으로 재판소원제 같은 제도 개편을 추진하고, 이를 ‘국민 요구에 대한 응답’으로 정당화한다. 따라서 법원이 ‘권한 침해’를 전면에 세워 반발할수록, 역설적으로 “왜 법원이 스스로 신뢰를 회복하지 못했는가”라는 질문이 따라붙는다. 이런 배경을 깔고, 이제부터는 법원이 내세운 ‘최고법원=최종심’과 ‘4심제’ 논리를 조항과 기능으로 분해해 하나씩 반박한다. 반박 1, 제101조의 ‘최고법원’은 ‘법원 내부 위계’ 규정 헌법 제101조 제2항은 대법원이 ‘법원’ 체계 내부에서 정점임을 선언한다. 그러나 이 조항은 어디까지나 법원(사법부) 조직의 위계를 정한 규정일 뿐, 헌법재판소가 행사하는 헌법재판권을 ‘법원 체계 안’으로 편입시키거나, 헌재가 담당하는 헌법심을 배제하는 조항은 아니다. 헌법은 제111조에서 헌법재판소의 관장사항을 별도의 조문으로 열거함으로써, 헌재가 대법원 아래의 ‘각급법원’도, 대법원 위의 ‘상급법원’도 아닌 독립된 헌법기관임을 전제한다. 쉽게 말해 헌재는 ‘대법원 위’가 아니라 법원 체계 ‘밖’에 있다. ‘법원 경기장’에서 최종 판정은 대법원이 내리지만, 그 경기장 자체가 헌법의 최소 규칙을 어겼는지 따지는 심판은 헌재라는 다른 트랙에 놓여 있다. 다시 말해 헌재는 법원 체계 밖에서 헌법 위반과 기본권 침해 여부를 심사하는 기관이므로, 제101조를 근거로 ‘재판 관련 헌법심’ 자체를 원천 봉쇄하는 해석은 제111조의 권한 체계와 충돌한다. 반박 2, 제111조 제1항 제5호는 ‘금지’가 아니라 ‘설계의 위임’ 헌법 제111조 제1항 제5호는 “법률이 정하는 헌법소원에 관한 심판”을 헌재의 권한으로 둔다. 핵심 표현은 “법률이 정하는”이다. 헌법은 헌법소원의 구체적 범위와 요건을 입법으로 정하도록 열어둔다. 이 문언은 두 가지를 의미한다. 첫째, 헌법소원은 헌법이 예정한 권한이므로, 입법자가 제도를 구체화하는 것은 헌법이 금지한 영역이 아니라 헌법이 위임한 영역이다. 둘째, 입법은 무제한 재량이 아니다. ‘법률이 정한다’는 말은 헌법의 다른 조항들과 조화를 이루는 범위에서 설계하라는 뜻이다. 결론은 간단하다. 재판소원은 ‘헌법이 금지했는가’가 아니라 ‘헌법과 조화되는 설계인가’의 문제로 이동한다. 반박 3, 헌법은 이미 ‘재판과 헌법심의 교차’를 예정함 헌법 제107조 제1항은 “법률이 헌법에 위반되는 여부가 재판의 전제가 된 경우에는 법원은 헌법재판소에 제청하여 그 심판에 의하여 재판한다”라고 규정한다. 이 조항은 두 가지 사실을 보여준다. 첫째, 헌법은 법원의 재판이 헌법재판과 완전히 분리된 폐쇄 시스템이라고 보지 않는다. 둘째, 법원 재판은 헌법적 통제와 무관할 수 없다는 전제를 갖는다. 위헌법률심판에서 법원은 헌재 판단을 받아들여 재판을 한다. 따라서 ‘재판은 어떤 형태로도 헌재가 할 수 없다’는 전면적 차단 논리는 헌법 제107조의 구조와 잘 맞지 않는다. 반박 4, ‘4심제’는 기능을 혼동한 주장이다 ‘4심제’라는 말이 설득력을 가지려면, 헌재가 대법원처럼 증거를 다시 보고, 사실을 다시 인정하고, 법률을 다시 적용해 결론을 뒤집는 구조여야 한다. 그러나 재판소원이 겨냥하는 것은 그런 재심리(재상고)가 아니라 헌법상 최소 기준의 위반 여부다. 일반인이 헷갈리지 않도록 ‘헌재가 하는 일/하지 않는 일’을 분리하면 간단하다. 헌재가 하지 않는 것: 증거 채택·신빙성 판단, 사실인정의 뒤집기, 단순한 법률해석의 시비, 형량·손해배상액의 재산정 같은 ‘사건의 당부’ 재심리 헌재가 보는 것: 재판 과정과 결과가 적법절차·평등·표현의 자유·방어권 등 기본권의 최소선을 명백히 침해했는지, 그리고 헌재 결정의 기속력을 정면으로 거스르는지 대법원이 헌법과 법률을 해석·적용해 종국판단을 내리는 기능은 그대로 유지된다. 헌재가 관여한다면 그것은 상급심의 또 다른 법률심이 아니라, 법원 체계 밖에서 작동하는 헌법심이다. 법사위 대안이 확정판결, 제한사유, 30일, 지정재판부 각하 같은 장치를 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제도가 헌법심으로만 작동하려면 ‘사실상 재상고’ 통로가 되지 않도록 문턱을 높여야 하고, 대안은 그 방향을 전제로 한다. 반박 5, 법적 안정성은 ‘원칙’이지 ‘절대 규칙’이 아니다 대법원 논리의 힘은 ‘확정판결은 끝나야 한다’는 상식에서 나온다. 다만 헌법적 논증에서 중요한 것은 ‘끝내야 한다’가 얼마나 절대적인가다. 확정판결 존중은 분명히 원칙이다. 그러나 ‘종국성’은 헌법이 절대불변의 규칙으로 명령한 개념이 아니라, 정당한 절차와 기본권 보장이라는 다른 헌법 가치와 충돌할 때 조정되는 원칙이다. 우리 법질서가 확정판결을 전제로 하면서도 재심 같은 예외적 구제절차를 두는 이유도, ‘한 번 더 해보자’가 아니라 중대한 절차위반이나 권리침해가 남았을 때는 끝내는 것보다 바로잡는 것이 더 무겁다는 전제 때문이다. 여기서 재판소원 논쟁의 질문은 단순해진다. 질문: “확정판결을 건드릴 수 있나?” 정답: “원칙적으로는 안 된다. 다만 ‘헌법상 최소선’이 무너진 극히 예외적 경우라면, 예외를 둘 수 있다.” 따라서 설득의 핵심은 추상적 경고(‘종국성이 무너진다’)가 아니라, 예외의 범위를 얼마나 좁히는가다. 법사위 대안처럼 ‘확정판결’로 대상을 제한하고, ‘헌재 결정과 정면 충돌’ ‘적법절차 위반’ ‘명백한 기본권 침해’ 같은 사유로 문을 좁히며, 기간을 30일로 짧게 두고, 지정재판부 단계에서 걸러내는 필터를 강하게 세우면 ‘종국성 파괴’ 우려는 설계의 문제로 전환된다. 결국 대법원이 말하는 ‘최종심’은 금지 조항이 아니라, 입법자가 지켜야 할 조화의 기준이다. ‘예외를 둘 수 없냐’가 아니라 ‘예외가 상소로 변질되지 않게 할 장치가 있냐’가 진짜 쟁점이다. ‘대법원 최종심’은 금지 조항이 아니라 조화의 기준이다 대법원의 ‘최고법원’ 지위는 헌법이 보장한다. 그러나 그 문구가 곧바로 “법원 확정판결은 헌법적 통제에서 완전히 면제된다”는 뜻으로 확장되지는 않는다. 헌법은 한편으로 제101조에서 법원 체계의 정점을 대법원으로 두고, 다른 한편으로 제111조에서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포함한 헌법재판권을 부여해 법원 체계 밖의 헌법심 트랙을 함께 설계했다. 따라서 재판소원제의 쟁점은 ‘할 수 있냐 없냐’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상소로 변질되지 않게 할 것이냐’로 정리된다. 확정판결만 대상으로 삼고, 헌재 결정과의 정면 충돌·중대한 적법절차 위반·명백한 기본권 침해 같은 헌법적 사유로 문을 좁히며, 짧은 제소기간과 강한 사전 선별로 걸러내는 설계가 전제된다면 ‘4심제’ 주장은 원천 금지의 논거가 아니라 설계 점검의 기준으로 기능한다. 이 논쟁은 결국 사법부가 스스로 권위와 도덕성을 훼손하는 논란을 반복해 국민 신뢰를 떨어뜨렸다는 비판이 누적된 상황에서, 정치권은 ‘통제 장치’라는 형태로 입법을 추진하였다. 이에 대해 법원이 ‘권한 침해’라는 구호만으로 방어할수록, 오히려 법원이 그동안 먼저 보여야 했던 성찰과 자정의 책임은 더 선명해지고, 그 결과 국회가 법원의 ‘강제적 성찰’을 제도화하는 구조를 만들 수밖에 없는 상황을 스스로 만들어 낸 셈이 된다. 결국 오늘의 충돌은 두 과제를 동시에 요구한다. 국회는 재판소원이 헌법심을 넘어 ‘재상고 통로’로 변질되지 않도록 문턱과 필터를 촘촘히 설계해야 한다. 대법원과 각급법원은 ‘최종심’이라는 권위에 기대기보다, 왜 국민이 통제를 요구하게 됐는지부터 돌아보고 신뢰 회복을 위한 자정과 책임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사면법 개정안을 두고 여야가 또 한 번 정면으로 맞섰다. 민주당은 “헌정질서를 겨냥한 범죄만큼은 사면을 원칙적으로 막아야 한다”고 한다. 국민의힘은 “사면권은 대통령 고유 권한인데 하위 법률로 묶는 건 헌법 79조 위반”이라고 한다. 다만 이 지점에서 헌법 조문을 직접 확인하면, 논의의 전제가 달라질 수 있다. ‘대통령 고유 권한’이라는 주장과 별개로, 헌법 제79조는 사면권의 행사와 관련한 사항을 ‘법률로 정한다’는 문언을 두고 있다. 여야 입장: ‘헌정질서 수호’ vs ‘권한 침해’ 민주당은 개정안이 헌정질서를 직접 겨냥한 범죄에 대한 사면 남용을 제도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장치라고 설명한다. 구체적으로는 사면 제한 대상을 형법상 내란·외환 범죄로 특정하고, 해당 범죄에 대해서는 대통령이 일반사면과 특별사면을 원칙적으로 할 수 없도록 하되, 예외적으로 사면이 필요할 경우에는 국회 재적의원 5분의 3 동의를 요구하는 방식이다. 국민의힘은 이를 두고 사면권을 사실상 봉쇄하는 입법으로 비칠 수 있다고 반박한다. 헌법이 사면권을 대통령 권한으로 규정한 상황에서, 하위 법률이 특정 범죄군을 일률적으로 ‘원칙 금지’로 묶는 것은 권력분립 원칙에 반할 소지가 있다는 주장이다. 또한 법률이 일반·추상적 기준을 취하더라도, 현실적으로 특정 사건·상황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될 경우 처분적 법률 및 평등원칙 위반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헌법 제79조를 읽으면, ‘법으로 못 건드린다’는 말이 그렇게 단정적이기 어렵다 국민의힘의 위헌 주장이 설득력 있게 들릴 수는 있으나, 헌법 제79조의 문언을 그대로 놓고 보면 ‘사면권은 하위 법률로는 어떠한 기준도 둘 수 없다’는 결론으로 곧바로 나아가기는 어렵다. 헌법 제79조(사면권)는 다음과 같이 규정한다. ① 대통령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사면·감형 또는 복권을 명할 수 있다. ② 일반사면을 명하려면 국회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③ 사면·감형 및 복권에 관한 사항은 법률로 정한다. 헌법 제79조는 대통령이 사면·감형·복권을 명할 수 있다고 규정하면서도, 그 행사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이루어지도록 하고, 관련 사항을 ‘법률로 정한다’고 명시한다. 또한 일반사면은 국회 동의가 필요하다고 규정해, 사면 제도에 일정한 입법적 통제 장치를 예정하고 있다. 실제로 현행 제도에서도 사면법이 사면의 범위와 요건, 절차 및 방식을 규정해 왔다. 따라서 사면권의 존재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더라도, 입법이 그 범위·요건을 전혀 형성할 수 없다는 취지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진짜 쟁점은 ‘통제냐 봉쇄냐’로 좁혀진다 그렇다고 해서, 법으로 무엇이든 마음껏 제한해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논쟁의 핵심은 “법률로 정할 수 있느냐”가 아니라 “어디까지 정할 수 있느냐”로 이동한다. 개정안은 내란·외환 범죄에 대해 원칙적 금지를 두고, 예외로 재적 5분의 3을 요구한다. 이 구조가 사실상 사면을 ‘불가능에 가깝게’ 만드는 수준이라면, 반대 측은 “통제의 정도가 권한의 본질을 건드렸다”고 공격할 수 있다. 반대로 찬성 측은 내란·외환 범죄가 국가 존립과 헌정질서를 직접 겨냥하는 만큼, 일반 범죄와 같은 선상에서 사면을 논할 수 없고, 높은 문턱은 입법형성권 범위 안에서 정당화될 수 있다고 맞설 것이다. ‘처분적 법률’ 논란도 마찬가지다. 법이 특정 개인을 적시하지 않고 범죄유형(추상적 기준)을 대상으로 삼는다면, 곧바로 ‘개별 처분을 위한 법’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다만 정치권이 이 법을 어떤 맥락에서, 어떤 타이밍에 밀어붙이는지에 따라 ‘사실상 누구를 겨냥했냐’는 의심이 살아남는 것도 현실이다. 다만 헌법 79조가 사면권 행사를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르도록 하고, 일반사면에는 국회 동의까지 예정해 둔 만큼, 이번 개정안을 곧바로 ‘정면 위헌’으로 단정할 근거는 굉장히 약하다는 평가도 가능하다. 결국 위헌성은 ‘법률이 사면권을 통제하는 수준’을 넘어서 ‘사실상 봉쇄’에 이르렀는지에 달려 있고, 현 단계에서는 위헌 가능성이 높다고 보기 어렵다는 게 요지다.
최근 경복궁에서 특정 국가(이하 XX국) 관광객 2명이 경비 인력을 폭행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은 채널A의 단독 보도 이후 연합뉴스를 비롯해 최소 15개 이상의 언론사가 인용 보도하며 단시간에 확산됐다. 후속 보도에는 주요 경제지, 종합 일간지, 포털 전재 매체들이 대거 포함되었으며, 대다수 기사는 제목과 리드, 사건 경위 설명에서 높은 유사성을 보였다. 반복된 전형적 서사, 빠진 질문들 채널A의 첫 보도 이후 이어진 기사들의 서사는 단순했다. 관광객이 통제선을 넘어 사진을 찍으려다 이를 제지하는 경비원에게 격분해 폭행을 휘둘렀다는 내용이다. 이후 피의자들이 출국정지 요건에 해당하지 않아 다음 날 출국했으며, 향후 검찰 송치나 벌금형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매체 간 차별성 없는 보도가 이어지는 동안, 현장의 구체적인 언쟁 내용이나 상황에 대한 심층적 설명, 피의자 측의 입장 등 사건의 이면을 짚어내려는 시도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개인의 속성이 사건의 본질을 가려 상당수 기사는 제목과 리드에서 'XX국 관광객'이라는 국적과 '50~60대'라는 나이 정보를 전면에 내세웠다. 국적 정보는 출국 여부나 향후 처벌 가능성을 설명하는 맥락에서 활용되기도 했으나, 정작 이러한 정보가 경찰의 공식 발표에 따른 필수 정보인지, 혹은 언론의 편집적 판단에 의한 강조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결과적으로 사건의 핵심인 '문화재 관리 인력에 대한 폭행'이라는 행위보다, 피의자의 개인적 속성이 보도의 중심에 놓이게 되었다. BBC 가이드라인과 한국 언론 윤리강령의 시사점 영국 BBC의 편집 가이드라인은 개인의 나이, 성별, 인종, 국적 등은 '편집상 명확한 필요성'이 있을 때만 포함하도록 엄격히 규정한다. 사건 이해에 필수적이지 않은 개인 정보는 자칫 독자에게 고정관념이나 편근을 심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에서 국적과 나이는 사건의 본질인 '폭행 경위'를 이해하는 데 핵심적인 변수가 아니었다. 미성년자 보호나 수배 식별처럼 법적·사회적 맥락에서 반드시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이러한 정보는 '요즘 특정 세대나 특정 국가 사람들은 이렇다'는 식의 선입견을 유발하는 '장식적 정보'에 그칠 위험이 크다. 우리나라의 언론 윤리 기준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 한국기자협회 언론윤리강령 제3조(인권 존중과 차별 금지)와 실천요강 제6조(범죄보도 등)는 사건과 직접 관련이 없는 개인적 속성 공개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이번 보도들이 이 조항을 정면으로 위반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려우나, 보도 과정에서 언론사의 윤리적 판단이 능동적으로 작동했는지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질문이 불가피하다. 보도 윤리를 살려내자 경복궁 경비원 폭행 사건 보도는 우리 언론의 정보 선택 기준을 다시금 되묻게 한다. 확인된 사실이 제한적일수록 언론은 취재의 한계를 인정하고 핵심 사실에 집중해야 한다. 그러나 이번 보도 양상은 국적과 나이라는 자극적인 속성을 반복 노출하며 사건을 소비하는 방식에 머물렀다. 보도의 완성도는 정보를 얼마나 많이 담느냐가 아니라, 불필요한 정보를 얼마나 엄격히 덜어내느냐에서 결정된다. 그것이야말로 사건을 가장 공정하고 정확하게 전달하는 언론 본연의 기준일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기존 대통령들과 달리 SNS를 통해 정책 구상을 짧고 단호하게 던진 뒤, 사회적 논쟁을 촉발하는 방식을 자주 택하고 있다. 메시지에 대한 찬반을 떠나, 문장 사이에 숨은 정책적 전제를 해석하는 작업이 중요한 이유는 대통령의 문제의식이 곧바로 제도 개편의 방향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2월 8일 SNS에서 겨냥한 대상은 ‘건설해서 임대하는 공급형’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주택을 사들여 임대하는 ‘매입형’의 확대 구조였다. 대통령이 “임대사업자 등록만으로 집을 사 모으는 구조가 이상하다”고 언급한 배경에는, 매입형 등록임대가 시장에 나올 수 있는 매물을 잠그고 가격 상승 압력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놓여 있다. 특히 대통령의 발언은 임대 의무기간 이후에도 이어지는 양도소득세 특례, 즉 ‘매각 단계 혜택’이 보유 유인을 강화한다는 지점에 집중돼 있다. 등록만 하면 다수의 주택을 보유할 수 있는 구조가 제도의 원래 목적과 다른 방향으로 작동할 수 있다는 경고로 읽힌다. 등록임대제도의 기대와 부작용이 교차한 시간 등록임대 제도는 전월세 시장 안정과 임대차 규율 강화를 목표로 출발했다. 등록이 늘면 임대차 정보가 확보되고, 임대료 인상 제한 같은 규칙이 작동해 시장 불안이 줄어들 것이라는 기대가 제도의 정당성을 뒷받침했다. 그러나 제도가 다주택자에게 양도세 중과 배제와 각종 공제 혜택을 제공하면서, ‘매입을 통한 확대 재생산’이 유리한 환경이 만들어졌다는 비판이 뒤따랐다. 실제로 2017년과 2018년 주택임대사업자 등록이 급증하던 시기 서울의 갭투자 비중이 60%를 상회했고, 매매가격이 급등했다는 서술은 제도가 시장 행태를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근거로 제시된다. 이 과정에서 전국적으로 소형 주택 매집이 늘고, 의무 임대기간 동안 해당 물량이 시장에 매물로 나오지 않으면서 거래 가능한 물량이 얇아졌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의무기간이 끝난 뒤에도 양도세 중과를 적용받지 않는다면, 보유세 부담이 높지 않은 한 매물 출회가 지연될 수 있다는 문제의식이 자연스럽게 따라붙는다. 비아파트로 이동한 수요와 전세사기 논쟁의 연결고리 입력된 자료는 등록임대제도가 전세사기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주었을 가능성도 제기한다. 2020년 아파트 매입형 주택임대사업자 제도는 폐지됐지만, 빌라와 오피스텔 등 비아파트 부문이 유지되면서 투자 수요가 비아파트로 쏠렸고, 2021년경 비아파트 갭투자가 급증했다는 흐름이 제시돼 있다. 이어 2022년 역전세 현상이 발생하자, 이렇게 늘어난 비아파트 갭투자 물량이 전세사기 사건의 원흉이 됐다는 분석이 가능하다는 주장도 포함돼 있다. 이 대목은 대통령 발언이 단순한 ‘임대사업자 비판’이 아니라, 비아파트 시장의 취약성과 임대차 리스크가 확대되는 구조를 함께 보고 있다는 해석으로 이어진다. 왜 대통령은 ‘출구 단계’에 방점을 찍었나 대통령 발언이 특히 출구, 즉 매각 단계에 방점을 찍는 이유는 임대사업자의 유인이 임대수익 자체보다 매각 차익에 더 크게 반응한다는 판단에 있다. 다주택자에게 적용될 수 있는 양도세 중과 부담이 등록임대라는 이유로 일부 완화되거나, 매각차익에 대한 장기보유특별공제가 유리하게 적용되면, 임대사업자는 ‘지금 팔기보다 의무기간을 채우거나 제도 변화까지 버티자’는 선택을 할 수 있다. 그 결과 시장에 나오는 매물이 줄고, 거래 가능한 물량이 얇아지면서 가격 상승 압력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이 대통령 인식의 핵심으로 제시된다. 임대차 안정이라는 명분이 작동하더라도, 출구 규칙이 ‘보유 연장’에 유리하게 설계되면 정책 목표와 시장 결과가 엇갈릴 수 있다는 논리다. 제도 개편의 방향은 ‘영구 우대’의 차단 최근 비아파트 중심으로 등록임대에 준하는 혜택이 비아파트 가격과 임대료를 끌어올리고, 누적된 부담이 수요를 다시 아파트로 이동시켜 전세와 임대료, 매매가격을 끌어올리며 투기를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 맥락에서 대통령의 “매입임대는 계속 허용할지 묻겠다”는 언급은, 제도 존치 여부를 넘어 유인의 방향을 재설계하겠다는 신호로 읽힌다. 대통령이 언급한 개편 방향은 등록임대의 양도 단계 특례를 일반 다주택자와 동일한 기준으로 정리하거나, 최소한 단계적으로 축소하는 방안으로 요약된다. 임대 의무기간 동안의 규율과 보상은 인정하되, 그 이후까지 이어지는 감세 효과는 끊어야 시장 왜곡을 줄일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는 ‘양도세를 전반적으로 올리겠다’는 접근이라기보다, 등록임대라는 지위가 영구적 세제 우대로 오해되거나 악용되지 않도록 출구 규칙을 명확히 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결국 논쟁의 핵심은 등록임대의 존재 자체가 아니라, 혜택의 설계가 시장에 어떤 행태를 유인하는지, 그리고 그 유인이 임대차 안정이라는 정책 목표와 일치하는지에 대한 재검증으로 수렴한다.
더불어민주당이 당대표·최고위원 선출에서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 가치를 같게 반영하는 이른바 ‘1인 1표’ 체제로 방향을 틀었다. 중앙위원회는 2026년 2월 3일 투표에서 찬성 60.58%, 반대 39.42%로 당헌 개정안을 가결했다. 이번 결정은 한 번의 표결로 끝나지 않았다. 2025년 12월 5일 1차 중앙위 투표에서는 찬성표가 더 많았지만, 재적 과반 요건을 채우지 못해 부결됐다. 두 달 만에 재상정돼 가결된 만큼, 당내에서도 이 사안을 단순한 ‘절차 변경’이 아니라 당 운영의 힘의 균형을 바꾸는 사안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읽힌다. 개정안의 핵심은 기존 당헌에 담긴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 반영 비율을 20대1 미만으로 한다’는 취지의 조항을 손질해, 양자의 표 가치를 1대1로 맞추는 데 있다. 권리당원 규모가 백만 명 단위(최근 의견수렴 투표 보도 기준 160만명대)인 점을 감안하면, 향후 지도부 선출에서 권리당원의 영향력이 크게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왜 반대가 나왔나: ‘동원·정보·정서’ 우려의 프레임 반대 또는 신중론이 제기될 때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논거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동원력 격차’다. 대규모 당원 투표가 활성화될수록, 메시지 확산력과 조직 동원력이 강한 집단이 유리해질 수 있다는 우려다. 둘째는 ‘정보 편향’이다. 온라인 정보 환경에서 특정 프레임이 빠르게 확산되면, 후보 검증이나 정책 비교가 감정적 선호로 대체될 수 있다는 문제제기다. 셋째는 ‘정서적 급등락’이다. 정치적 이슈가 폭발할 때 단기간에 여론이 쏠리고, 그 파동이 당내 의사결정에 직접 반영될 수 있다는 걱정이다. 다만 이런 논거는 권리당원만을 특정해 적용하기보다는, 현대 정당 정치 전반에서 나타날 수 있는 일반적 위험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결국 논쟁의 초점은 “참여 확대 자체가 문제인가”가 아니라, “참여 확대가 가져올 부작용을 어떤 장치로 줄일 것인가”로 옮겨갈 필요가 있다. 한국에서 ‘당원 참여’는 무엇을 만들었나? 한국 정치에서 당원 참여 확대는 ‘부작용’만 낳았던 흐름은 아니었다. 오히려 당내 경선·전대에서 참여의 폭을 넓히는 실험은, 기존의 폐쇄적 의사결정 관행을 흔들고 지도자 선출의 정당성을 강화해 왔다는 평가도 존재한다. 노무현·문재인·이재명으로 이어지는 민주당 계열의 주요 정치 지도자들이 시민·당원 참여 경로를 통해 정치적 기반을 확장해 온 경험은, “당원 참여가 곧 민주주의의 후퇴”라는 단순 도식과 거리가 있다. 반대로, 당내 ‘대표자 집단’ 중심 구조가 공천권·당직·조직 영향력과 맞물리며 연고주의·계파 정치의 토양이 됐다는 비판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소수 대의원 표를 둘러싼 줄 세우기, 공천권을 매개로 한 계파 갈등, 결과를 둘러싼 불복 논란 등은 한국 정당정치가 반복해 노출해온 취약점이다. 이런 배경 속에서 ‘권리당원 중심’ 전환은 “당원 주권”이라는 명분과 함께, 기존 구조의 병목을 풀어야 한다는 문제의식과 결합해 추진돼 왔다. 그럼에도 남는 질문: ‘권력 이동’과 향후의 새로운 도전 그렇다면 이번 변화의 본질은 무엇인가. 해설의 관점에서 보면, 이 변화는 “민주주의의 질” 논쟁이면서 동시에 “권력의 재배치”이기도 하다. 대의원 중심의 영향력이 줄고 권리당원의 비중이 커지면, 당대표 선출과 공천을 둘러싼 영향력의 중심이 의원·지역조직·대의원 네트워크에서 당원 다수로 이동한다. 이 과정에서 기존 권력 구조에 익숙한 집단이 불편함을 느끼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며, 일각에서는 ‘우려’ 담론이 권력 이동에 대한 방어적 언어로 작동할 수 있다고 해석한다. 다만 ‘권리당원 중심’이 도입된다고 해서 자동으로 더 나은 의사결정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다. 시간이 흐르면 권리당원 중심 체제 역시 새로운 도전에 직면할 수 있다. 특정 진영의 과도한 장악, 온라인 여론전의 과열, 내부 소수 의견의 위축 같은 문제는 어느 제도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핵심은 특정 모델의 절대화가 아니라, 숙의·정보 공정성·폭력적 행위 규제 같은 보완장치를 함께 설계해 “참여의 장점”과 “민주적 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하는 데 있다. 뉴스 해설 마치며 민주당의 ‘권리당원 중심’ 전환은 단순한 룰 변경이 아니라, 당내 민주주의의 방향과 권력 구조를 동시에 바꾸는 사건이다. 이 변화를 둘러싼 논쟁은 ‘당원 주권’이라는 가치와 ‘정당 운영의 안정성’이라는 가치가 충돌하는 장면이기도 하다. 한국 민주주의는 참여의 확대를 통해 제도를 갱신해 온 경험을 갖고 있다. 동시에 어떤 제도도 영원히 안전하지 않다는 사실 역시 역사적으로 확인돼 왔다. 이번 변화가 다음 단계의 진전으로 남기 위해서는, 변화 자체만큼이나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운영 규칙과 견제 장치를 함께 구축하는 일이 중요하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2026년 6월 3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선거 연령을 만 16세로 낮추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청소년 참정권 논의가 다시 정치권 의제로 떠올랐다. 장 대표는 국내 청소년의 교육 수준과 정당 가입, 근로 활동 등 이미 부여된 사회적 책임을 근거로 투표권 확대 필요성을 강조했다. 본지는 장 대표의 문제 제기를 세 가지 관점에서 사실관계를 점검했다. 정당 활동 연령을 16세로 낮춘 제도 변화가 실제로 어떤 조건 아래 작동하는지 정당법 조문과 개정 취지를 대조했다. 16세 혹은 17세 선거권을 운영하는 해외 사례가 어디까지 확산된 모델인지 확인했다. 투표권 연령 하향이 청소년과 청년의 실질 대표성으로 이어지려면 어떤 제도적 보완이 필요한지 국내 선거 구조와 청년 정치 진입 장벽을 기준으로 따져봤다. 다만 투표권 연령 하향이 곧바로 ‘실질적인 참정권 보장’으로 연결되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이미 한국은 정당 활동 연령을 16세로 낮추는 제도 변화를 경험했지만, 실제 참여의 문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16세 투표권 논의도 같은 질문을 피하기 어렵다. 제도의 겉면만 바꾸는 방식으로는 청소년과 청년의 정치적 대표성을 끌어올리기 어렵다는 지적이 반복돼 왔다. 정당법 개정의 성과와 한계 - 16세 가입 허용, 18세 미만 동의 요건 현행 정당법은 만 16세 이상이면 정당의 발기인과 당원이 될 수 있도록 자격을 넓혔다. 문제는 입당 절차에서 18세 미만에게 법정대리인 동의서 제출을 요구하는 구조가 함께 붙어 있다는 점이다. 권리 확대의 취지가 분명함에도, 미성년자의 정치적 의사 형성 과정에 외부 통제 장치를 두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이 대목에서 제기돼 왔다. 동의 요건의 도입 경위는 당시 정치권의 ‘완충 장치’ 논리와 맞닿아 있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국민의힘 간사였던 조해진 의원은 2022년 1월 17일 tbs 라디오 프로그램 ‘신장개업’ 인터뷰에서, 처음 논의에는 동의 조건이 없었지만 학교 현장과 학부모, 교육 당국의 우려가 커지면서 “한시적으로 부모 동의를 조건으로 해 보자”는 취지로 조항이 붙었다고 설명한 바 있다. 결과적으로 ‘확대된 권리’와 ‘부가 조건’이 병존하는 제도가 출범했고, 청소년 정치 참여를 둘러싼 사회적 불신과 우려가 제도 설계에 그대로 반영됐다. 해외 사례가 주는 시사점 해외 주요국 가운데 선거 연령 하향을 도입한 사례는 존재한다. 오스트리아는 국가 차원의 선거 연령을 16세로 운영하고, 그리스는 17세를 기준으로 둔다. 그러나 다수 국가는 여전히 18세를 기준으로 운영한다. ‘16세 선거권’은 보편적 기준이라기보다, 정치 문화와 시민교육, 정당 시스템을 포함한 국가별 제도 패키지 속에서 선택된 예외적 모델로 보는 편이 정확하다. 특히 선거 연령만 낮추는 방식이 정치 참여 확대의 자동 장치가 되지 않는다는 점은 해외 경험이 반복적으로 보여준다. 제도 변경 이후에도 투표 참여율과 정치 효능감, 정당 정치 참여가 어떻게 움직이는지는 시민교육의 수준, 선거 경쟁 구조, 정당의 후보 육성 방식에 크게 좌우된다. 연령 하향이 ‘입구’라면, 실제 참여를 촉진하는 장치는 ‘안쪽 설계’에 달려 있다는 뜻이다. 한국의 선거 구조가 청년 진입을 가로막는 방식 실질 대표성 관점에서 보면, 투표권 연령 하향만으로 청년과 청소년의 정치 진입을 보장하기 어렵다는 지적은 한국의 선거 구조와 연결된다. 일부 유럽 국가에서 10대 후반과 20대 초반의 당선 사례가 주목받는 배경으로는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의 비중, 정당 내 청년 후보 육성 관행, 비례명부에서 청년 배치 방식 같은 제도가 거론된다. 반면 한국은 지역구 중심 구조가 견고하고, 공천 경쟁에서 지역 기반 조직, 인지도, 자금 조달 역량이 핵심 변수로 작동한다. 그 결과 자본과 조직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청년 후보가 지역구에서 경쟁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누적돼 왔다. 비례대표도 직능과 계층 대표 배분이 우선되면서 청년 몫이 제한적이라는 비판이 반복된다. 국회입법조사처는 국제의원연맹(IPU) 자료를 인용해 2021년 기준 한국의 40세 이하 의원 비율이 5% 미만으로 121개국 중 118위 수준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이런 구조에서는 투표권 연령을 낮추더라도 청년 대표성이 ‘제도 내부’에서 실제로 상승하기 어렵다. 투표권 확대와 ‘참여의 문턱’ 완화가 함께 가야 한다 장동혁 대표의 제안이 정책적 실효성을 갖기 위해서는, 투표 연령 하향을 단독 의제로 두기보다 청소년과 청년의 정치 참여가 제도 안에서 작동하도록 만드는 보완 장치를 함께 논의해야 한다. 정당 가입 단계에서 법정대리인 동의 요건처럼 참여의 문턱을 높이는 장치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가 첫 번째 쟁점이다. 두 번째 쟁점은 청년 후보가 실제로 출마하고 당선될 수 있도록 공천과 비례대표 운영, 정당의 후보 육성 시스템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지다. 세 번째 쟁점은 학교와 지역사회에서 정치교육을 둘러싼 갈등을 ‘교실의 정치화’라는 이분법으로만 다루지 않고, 민주 시민교육의 범위와 기준을 어떻게 정교하게 마련할 것인지다. ‘연령’이 아니라 ‘접근권’과 ‘대표성’으로 논의로 16세 투표권은 청소년을 정치의 대상으로만 두지 않고 유권자로 인정하자는 상징적 메시지를 담을 수 있다. 그러나 제도 변화가 실질 참여로 이어지려면, 정당 가입과 후보 선발, 선거 구조, 시민교육까지 연결되는 정책 패키지가 함께 설계돼야 한다. 투표 연령을 낮추는 논쟁이 ‘세대 동원’이나 ‘정치적 유불리’ 프레임에 갇히지 않으려면, 논의의 초점을 연령 자체가 아니라 접근권과 대표성의 구조로 재정렬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
대법원이 오늘 전국법관회의를 열어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제’ 등에 대한 반발을 공개적으로 표명하면서, 국회와 사법부의 충돌이 정면으로 드러났다. 법제사법위원회는 헌법재판소법 개정 대안을 처리하며 ‘확정판결’에 한정하고 ‘헌재 결정에 반하는 취지’ ‘적법절차 위반’ ‘명백한 기본권 침해’ 같은 제한 사유를 두는 방식으로 제도를 구성했다. 대법원은 이에 대해 “대법원이 최고법원인 이상 사실상 4심제가 된다”는 프레임을 내세운다. 그러나 이 프레임은 헌법의 권한 구조를 단선적으로 읽는 데서 출발하며, 그 자체로 심각한 논리적 비약을 포함한다. 이 글은 법원 측 주장의 고리를 하나씩 분해해 반박한다. 한눈에 보는 쟁점: 독자가 가장 헷갈리는 3가지 이 논쟁이 자꾸 꼬이는 이유는 ‘재판’ ‘최고법원’ ‘최종심’ 같은 단어가 서로 다른 제도를 한 단어로 덮기 때문이다. 핵심만 칼같이 정리하면 다음 세 문장이다. 헌법재판소는 ‘대법원 위의 법원’이 아니다. 헌재는 대법원·각급법원으로 이어지는 법원 체계 밖에 있는 독립된 헌법기관이다. 재판소원은 ‘한 번 더 재판해 달라’는 상소가 아니다. 증거를 다시 보고 사실을 다시 따지는 절차가 아니라, 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사면법 개정안을 두고 여야가 또 한 번 정면으로 맞섰다. 민주당은 “헌정질서를 겨냥한 범죄만큼은 사면을 원칙적으로 막아야 한다”고 한다. 국민의힘은 “사면권은 대통령 고유 권한인데 하위 법률로 묶는 건 헌법 79조 위반”이라고 한다. 다만 이 지점에서 헌법 조문을 직접 확인하면, 논의의 전제가 달라질 수 있다. ‘대통령 고유 권한’이라는 주장과 별개로, 헌법 제79조는 사면권의 행사와 관련한 사항을 ‘법률로 정한다’는 문언을 두고 있다. 여야 입장: ‘헌정질서 수호’ vs ‘권한 침해’ 민주당은 개정안이 헌정질서를 직접 겨냥한 범죄에 대한 사면 남용을 제도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장치라고 설명한다. 구체적으로는 사면 제한 대상을 형법상 내란·외환 범죄로 특정하고, 해당 범죄에 대해서는 대통령이 일반사면과 특별사면을 원칙적으로 할 수 없도록 하되, 예외적으로 사면이 필요할 경우에는 국회 재적의원 5분의 3 동의를 요구하는 방식이다. 국민의힘은 이를 두고 사면권을 사실상 봉쇄하는 입법으로 비칠 수 있다고 반박한다. 헌법이 사면권을 대통령 권한으로 규정한 상황에서, 하위 법률이 특정 범죄군을 일률적으로 ‘원칙 금지’로 묶
미국 연방대법원에 대한 국민적 신뢰는 지난 10여 년간 가파른 하락세를 보였다. 여론조사기관 갤럽(Gallup)에 따르면, 2018년 59%였던 대법원 신뢰도는 2022년 47%로 급락한 이후 여전히 40%대 박스권에 머물고 있다. 정치적 편향성 논란과 이념적 양극화가 심화하면서 사법부의 중립성이 의심받기 시작한 결과다. 사법부에 대한 불신은 역설적으로 '인공지능(AI) 판사'에 대한 기대로 이어지고 있다. 2024년 스탠퍼드 대학과 유고브(YouGov)가 실시한 공동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절반이 재판 보조 과정에 AI를 활용하는 것에 찬성했다. 인간 판사의 주관이나 정치적 성향이 개입될 바에야 데이터에 기반한 기계적 중립이 낫다는 심리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 사법부, OECD 평균 밑도는 신뢰도… 'AI 재판' 목소리 커져 한국 사법부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한국행정연구원의 '2023 사회통합실태조사'에 따르면 법원에 대한 국민 신뢰도는 40%대 초반에 그쳤다. 이는 OECD 국가 평균보다 낮은 수준으로, 판결의 일관성 부족과 폐쇄적인 엘리트 중심의 법조 문화가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실제로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중심으로는 "차라리 AI
우원식 국회의장은 22일 “혹시 열릴 개헌에 대한 최소한의 대비”로 「국민투표법」을 시급히 개정해야 한다며 여야를 향해 개정 논의를 서둘러 달라고 촉구했다. 2014년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10년 넘게 국민투표법이 위헌 상태에 놓여 있는 상황에서, 국회가 같은 날 발표한 헌법개정 관련 대국민 설문조사에서 개헌 찬성 여론이 10명 중 7명 수준으로 확인되자 6월 지방선거에서 개헌 국민투표를 동시 실시하는 방안까지 염두에 두고 제도 정비에 나서야 한다는 취지다. 2014년 헌재 ‘헌법불합치’ 이후 입법 공백…재외국민 투표권 보장 규정이 쟁점 국민투표법 개정 필요성의 배경으로는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이 거론된다. 헌재는 2014년 국민투표 공고일 현재 주민등록이 돼 있거나 재외국민으로서 국내거소 신고가 돼 있는 투표권자만 투표인명부에 올리도록 한 조항에 대해 재외국민의 투표권 행사가 제한된다며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2015년까지 제도 개선을 권고했지만 법 개정이 미뤄지면서 10년 넘게 입법 공백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치권에서는 국민투표법이 정비될 경우 개헌 논의가 제도적으로 가속될 수 있다는 전망과 함께, 개헌 범
요미우리 신문과 스트레이츠 타임스의 보도에 따르면, 일본 정부와 여당은 현재 1인당 1,000엔으로 부과되는 국제 관광세(출국세)의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 해당 세금은 일본을 출국하는 모든 여행객에게 적용되며, 외국인은 물론 일본인에게도 동일하게 부과된다. 정부는 관광세 인상을 통해 과잉 관광(overtourism) 문제를 완화하고 관광 인프라 개선을 위한 재원을 확보할 계획이다. 과잉 관광 현상과 관광세 인상의 필요성 최근 일본의 주요 관광지에서는 외국인 방문객의 급증으로 인해 심각한 과잉 관광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교통 체증, 환경 오염, 지역 주민들의 생활권 침해 등 다양한 부작용이 보고되고 있으며, 특히 도쿄, 교토, 오사카 등의 대도시에서는 관광객 밀집으로 인해 기존 인프라가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과잉 관광은 단순한 경제적 문제를 넘어 지역 주민의 생활 여건 악화, 문화유산 보호 문제, 지속 가능한 관광 발전에 대한 장애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본 정부는 기존 국제 관광세의 활용 목적을 관광 홍보에서 인프라 개선과 과잉 관광 대응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현재 해당 세금은 외국인 관광객 유치 및 리조트 개발 등의 사업에 사용
가짜뉴스의 사회적 영향과 문제점 최근 한국에서는 가짜뉴스(Fake News)가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가짜뉴스는 정치, 경제, 사회 전반에 걸쳐 영향을 미치며, 여론을 왜곡하고 국민의 신뢰를 저하시킬 위험성이 크다. 특히 12.3 내란사태, 서울서부지법내란폭동사건 이후 진행되고 있는 헌법재판소의 심리와 형사사건 및 내란의 진상규명에 대하여 허위정보가 확산되면서 국론 분열과 불필요한 사회적 갈등을 조장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허위 정보는 정치적 이념 대립을 심화시키고, 공정한 법적 판단을 방해하며, 국민 간의 신뢰를 저하시켜 사회적 불안정을 초래할 위험이 크다. 또한, 선거 기간 중 허위 정보가 무분별하게 확산되면서 유권자의 판단을 흐리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가짜뉴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법적, 사회적 대응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가짜뉴스 확산의 주요 경로: 유튜브와 미디어 가짜뉴스 확산의 주요 경로 중 하나로 유튜브(Youtube)가 지목되고 있다. 유튜브는 거대한 글로벌 플랫폼으로서 정보 유통의 중심 역할을 하지만, 가짜뉴스를 걸러낼 수 있는 효과적인 제어 장치가 부재한 상태이다. 현재 유튜브가 제공하는
양국의 선거 보도 관행과 법적 기반, 왜 이렇게 다를까 선거철마다 미국 유력 언론들이 특정 후보자에 대한 지지 선언을 내놓는 것은 흔한 광경이다. 뉴욕타임스나 워싱턴포스트 같은 매체들은 선거 직전 사설을 통해 공개적으로 후보 지지를 밝히고, 유권자들에게 정치적 선택을 제안한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같은 행위가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간주될 수 있다. 이처럼 양국의 언론사 선거 관여에 대한 법적 판단은 극명하게 엇갈린다. 한국: 공정성 중시, 후보 지지 ‘위법’ 소지 한국의 공직선거법은 언론기관에 명백한 공정보도의무를 부과한다. 공직선거법 제8조(언론기관의 공정보도 등)는 "방송·신문·통신·잡지 기타 간행물을 이용하여 정당의 정강·정책이나 후보자의 정견 기타사항에 관하여 보도·논평을 하는 경우에는 공정하게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위반할 경우 언론사는 선거에 부당한 영향을 끼친다는 이유로 시정명령 또는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 또한, 제93조(선거운동의 금지)는 선거기간 중이 아닌 경우에도 특정 후보자를 지지·반대하는 내용의 광고·게시물 등을 금지하며, 언론매체를 통한 간접적 선거운동도 제한 대상으로 삼고 있다. 2022년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뉴스토마
한국의 HPV 예방 정책 한국 정부는 2016년부터 HPV 예방 백신을 국가필수예방접종(NIP)에 포함시켜 12세 여성 청소년(20122013년생)을 대상으로 2회 접종을 무료로 지원하고 있다. 또한, 2022년부터는 만 1826세 저소득층 여성(기초생활수급자 및 차상위계층)에게도 백신 접종비용을 지원한다. 접종 백신은 4가 백신(가다실®)이며, 9가 백신은 현재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다. 접종은 보건소 및 지정 위탁의료기관에서 이루어지며, 접종 대상자는 주민등록 생년월일 기준으로 산정된다. 접종 연령과 이전 접종 여부에 따라 총 2회 또는 3회 접종이 필요하다. 사용되는 백신은 바이러스 유사입자(VLP) 기반 기술로 제조된 Gardasil®, Cervarix®, Gardasil9® 등이 있으며, 이는 WHO 및 CDC가 권고하는 백신들과 동일하다. WHO와 CDC는 성 경험 전인 9~14세 여아를 대상으로 한 2회 접종을 권장하고 있으며, 일부 국가는 남녀 모두를 접종 대상으로 포함시키고 있다. 한국의 정책은 이러한 국제 기준과 조화를 이루면서도 지역 특성과 행정 체계를 반영하고 있다. 바이러스 개요 및 특성 인유두종바이러스(Human Papillomavi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