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 시간 서울 지하철 문이 열리면 사람의 물결이 한꺼번에 밀려 들어온다. 몸이 떠밀려 들어가고 발이 잠시 공중에 뜨는 순간도 생긴다. 정시성은 유지되지만 과밀은 도시의 이동을 피로로 바꾼다. 대도시의 반대편에서는 과밀이 아니라 단절이 사람을 가로막는다. 버스를 한 번 놓치면 하루 일정이 무너지고, 병원 진료가 조금만 늦어도 귀가 방법이 사라지는 지역에서 교통은 선택지가 아니라 생존줄이 된다.
도시의 과밀, 편리함을 소모로 바꾸다
경기도에서 서울 여의도로 출근하는 직장인은 매일 아침을 생존 투쟁이라고 말한다. 지하철 한 칸의 혼잡은 단순한 불편을 넘어 몸의 균형을 무너뜨리고 이동 자체를 스트레스로 만든다. 도로 위에서는 거북이처럼 움직이는 버스가 시간을 늘리고, 심야 시간에는 택시를 잡는 일 자체가 또 다른 전쟁이 된다. 대도시의 이동이 ‘빠르고 편한 시스템’이 아니라 ‘버텨내야 하는 과정’으로 인식되며, 교통 인프라는 삶의 질을 높이는 장치에서 피로를 누적시키는 구조로 바뀐다.
농촌의 단절, 일상을 시간표에 묶어두다
강원도에 거주하는 노인은 무릎 치료를 위해 읍내 병원을 찾을 때마다 버스 시간표에 삶을 맞춘다고 말한다. 마을로 들어오는 버스가 하루 세 대뿐인 상황에서는 막차를 놓치는 순간 이동의 권리가 이웃의 호의로 대체된다. 버스 한 번의 운행 취소나 지연이 곧 병원, 장보기, 관공서 방문 같은 기본 생활을 흔들어 놓는 지역에서 교통은 불편의 문제가 아니라 거주 가능성의 조건이 된다. 단절은 개인의 ‘이동 의지’와 무관하게 삶의 선택지를 줄이고, 결국 지역의 지속성을 약화시키는 방향으로 작동한다.
‘좋지만 붐비는 도시’와 ‘필요하지만 없는 농촌’의 균열
대중교통은 통학과 출퇴근, 장보기와 여가가 더 멀리 더 자주 일어나는 시대에 사회의 동맥 역할을 한다. 양질의 대중교통 인프라는 시민의 삶의 질을 끌어올리고 국가 생산성을 높이는 핵심 요소로 작용한다. 그러나 한국의 교통은 ‘좋지만 너무 붐비는 도시’와 ‘필요하지만 거의 없는 농촌’으로 갈라지고 있다.
도시에서는 과밀이 불편을 넘어 안전과 건강의 문제로 확장된다. 농촌에서는 인프라 부족이 거주 가능성을 약화시키며 인구 유출을 부추긴다. 인구가 줄수록 교통 수요가 감소하고, 교통이 약해질수록 더 많은 사람이 떠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대목은 ‘교통이 지역을 떠받치는 기반’이라는 사실을 역설적으로 드러낸다.
교통복지, ‘싸고 편한 이동’이 아닌 ‘최소한의 이동권’
이번 연속보도는 ‘교통 양극화’를 교통복지의 관점에서 재구성해, 도시의 과밀과 농촌의 단절이 어떻게 같은 ‘이동권의 붕괴’로 이어지는지 추적한다. 교통복지는 단순히 요금이 싸고 이동이 편리한지를 따지는 문제가 아니라, 거주 지역과 소득, 연령과 장애 여부와 무관하게 누구나 병원과 일터, 학교에 접근하고 사회적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최소한의 이동권을 보장하는 과제다. 만원 지하철에 갇힌 도시의 피로와 무정차 버스 앞에서 멈춰 선 농촌의 불안을 같은 기준으로 놓고 봐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다음 편에서는 외곽 거주자의 교통비 부담과 장거리 통근의 피로, 심야 공공교통의 공백, 농촌 고령층이 겪는 교통 난민 현실을 구체적으로 짚는다. 도시와 농촌 모두에서 교통복지를 복원할 해법이 갖춰야 할 조건을 함께 살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