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앞으로 다가온 2026년 새해부터 수도권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가 시행되면, 서울은 그간 매립에 의존해 유지해온 처리 체계를 소각과 재활용 중심으로 재편해야 한다. 그러나 공공 소각 인프라 확충이 소송과 절차 논란으로 늦어지면서, 관외 민간 소각 위탁이 단기적으로 가장 손쉬운 선택지로 부상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흐름이 굳어지면 직매립 금지가 지향한 자원순환 전환은 약해지고, 공공 책임은 희미해지며, 비용과 환경부담이 서울 밖으로 전가되는 부작용이 커질 수 있다.
난지도 포화에서 2026년 직매립 금지까지
직매립 금지의 출발점은 1992년 난지도 매립지의 포화였다. 서울의 생활폐기물이 더 이상 기존 매립지에 들어갈 수 없게 되자, 정부는 김포-인천 접경의 간척지를 활용해 대체 매립지를 확보했고, 서울-인천-경기가 공동으로 사용하는 수도권매립지 체제가 만들어졌다.
시간이 지나 수도권매립지도 포화에 가까워지면서 같은 문제가 반복됐다. 2015년 6월 29일 4자 협의체 합의는 포화 임박 상황에서 직매립 금지로의 전환과 대체매립지 확보 구상을 함께 담으며, 매립 의존 구조를 바꾸겠다는 정책 결론을 공식화했다.
정부는 2021년 시행규칙 개정으로 수도권은 2026년부터, 비수도권은 2030년부터 직매립을 금지하는 일정을 제도화했다. 2025년 12월 2일 4자 합의는 그 일정을 재확인했고, 인천시가 원칙 이행을 강하게 요구하면서 ‘유예 없는 전환’이 현실이 됐다.
직매립 금지 이후 첫 과제-서울 하루 575톤의 재배치
서울의 생활폐기물 흐름을 단순화하면, 하루 약 3,018톤이 발생하고 이 가운데 약 1,593톤이 공공 소각시설에서 처리되며, 약 850톤이 민간 처리나 재활용 등 기타 경로로 분산되고, 약 575톤이 수도권매립지로 직매립되는 구조다. 직매립 금지가 시행되면 이 575톤은 매립이 아니라 소각이나 재활용을 거친 뒤 남는 잔재물로 처리돼야 한다. 그러나 공공의 실효 처리여력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으면, 이 물량은 결국 관외 민간 소각 위탁으로 쏠릴 가능성이 크다.
공공 소각시설은 4개 시설 합산 설계용량이 약 2,850톤으로 제시되지만, 실제 공공 소각 처리량이 약 1,593톤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점이 핵심 취약 지점이다. 설계용량과 실효 처리량 사이의 괴리가 가동률, 정비, 반입기준, 노후화 같은 현실 변수에서 비롯된다면, 직매립 금지 이후 ‘부족분’은 행정의 의지와 무관하게 민간 위탁 확대와 관외 이동으로 수렴할 수밖에 없다. 결국 575톤을 누가, 어디서 처리하느냐가 서울 대응의 성격을 가르는 분기점이 된다.
자치구 준비 격차-민간 계약 확산이 구조적으로 불가피해지는 지점
이 공백은 자치구 단위의 계약 현황에서 더 뚜렷하게 드러난다.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영등포·동작·성동·송파·강동 5곳만 민간 소각장과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정리되고, 강남·양천·마포·노원 4곳은 자체 공공 소각시설을 보유해 상대적으로 완충 능력이 있다. 나머지 16개 자치구는 직매립 금지 시행 이후 추가 물량을 처리하기 위해 민간 소각 위탁 계약을 새로 맺어야 하는 상황으로 읽힌다.
이런 구조에서는 처리 물량이 급한 지자체가 비용이 오르더라도 계약을 체결할 수밖에 없고, 민간 소각업계는 대체재가 부족한 필수 공급자가 되면서 가격 결정력이 커지기 쉽다. 공공 확충이 지연될수록 민간 위탁은 단기 대안이 아니라 사실상 상시 대책으로 굳어진다.
민간 위탁 고착화의 정책 비용-공공 책임은 사라지고 시장은 이익을 축적한다
민간 위탁이 확대되면 서울과 자치구는 ‘대체재가 부족한 구매자’가 되고, 민간 소각업계는 ‘필수 처리 서비스를 공급하는 판매자’가 된다. 이 구조가 굳어지면 가격 협상력은 민간으로 이동하고, 물량 보장형 계약이 늘어날수록 위탁은 단기 처방이 아니라 장기 관행으로 바뀌어 공공 확충의 동력 자체를 약화시킬 수 있다.
유인 구조도 비대칭이다. 공공은 감량과 재활용으로 처리량을 줄여야 하지만, 민간 소각장은 처리량이 늘수록 매출이 증가한다. 직매립 금지가 자원순환 전환이 아니라 소각 의존을 고착화하는 경로로 변질될 수 있다는 경고는, 바로 이 구조적 충돌에서 나온다.
환경오염의 외주화와 지역 갈등-처리의 ‘이동’이 책임의 ‘이탈’이 될 수 있다
관외 민간 소각 위탁은 처리 장소를 옮기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폐기물 운송과 소각 과정의 환경부담, 그리고 주민 수용성 갈등은 위탁 지역에 집중되기 쉬워, 서울의 문제를 외부의 환경 부담으로 전가한다는 비판이 반복될 수 있다.
감독 측면에서도 위험이 커진다. 민간 소각은 기본적으로 영리 동기를 갖고 있고, 위탁이 늘수록 서울이 직접 통제할 수 있는 공공 처리 비중은 줄어 감시 강도도 느슨해지기 쉽다. 관리 공백이 생기면 배출가스 관리와 잔재물 처리에서 환경오염 논란이 커질 수 있다.
서울이 내야 할 답-민간 위탁을 쓰더라도 ‘상시화’는 막아야 한다
당장 서울이 마주한 현실 제약부터 직시해야 한다. 수도권 민간 소각장이 21곳 안팎으로 알려져 있지만 여유용량이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어, 위탁 단가 상승과 관외 이동 압력은 더 커질 수 있다. 정부가 재난·시설 가동 중지 등 예외 직매립 기준을 예고했더라도 2029년부터는 예외가 적용되지 않는 구조인 만큼, 지금의 부족분을 예외나 외주로만 덮으면 ‘예외 없는 전환’ 국면에서 비용과 갈등이 한꺼번에 커질 수 있다.
따라서 서울이 민간 위탁을 단기 방편으로 활용하더라도, 이를 상시 대책으로 굳히지 않으려면 지금부터 부지 확보와 소각시설 건립 절차를 병행하고, 자치구-주민-전문가 등 이해관계자와의 상시 대화 채널을 가동해야 한다.
환경 책임을 계약의 중심으로 올려야 한다. 단순 처리 물량 계약이 아니라 배출 기준 준수, 모니터링 자료의 제출과 공개, 위반 시 페널티와 계약 해지 같은 조항이 실질적으로 작동해야 위탁 확대가 곧 환경 위험 확대로 이어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감량과 재활용은 비용과 갈등을 줄이는 핵심 수단이므로, 관련 사업이 축소되거나 집행이 느슨해지지 않도록 예산과 집행의 우선순위를 재정렬해야 한다. 공공 소각시설 확충은 절차적 정당성을 회복하는 방식으로 다시 설계돼야 하며, 소송과 절차 문제로 지체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민간이 사실상 대안으로 굳어지는 점을 정책 당국이 직시해야 한다.
결론
직매립 금지는 매립 중심 구조를 바꾸는 정책적 전환이지만, 서울이 공공 인프라 공백을 민간 소각 위탁으로 메우는 데 의존하면 정책은 ‘소각 외주화’로 쉽게 변질될 수 있다. 그 과정에서 이익은 민간에 집중되고, 비용은 시민에게 전가되며, 환경부담은 타 지역 주민에게 전가될 위험이 커진다. 서울의 해법은 민간 위탁을 얼마나 빨리 늘리느냐가 아니라, 공공 책임을 얼마나 빨리 복원하고 감량·재활용 체계를 얼마나 실질적으로 강화하느냐에 달려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