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 인근 멈춰 선 한강버스, 축소 운항과 급행 연기까지

반복되는 사고와 무리한 일정, 선거 앞둔 치적 쌓기 논란 커져

 

11월 15일 토요일 20시 25분, 잠실행 7항차 한강버스 102호가 잠실선착장을 약 118m 앞둔 지점에서 멈춰 섰다. 탑승객 82명은 119 수난구조대, 한강경찰대, 한강본부 등이 투입한 구조정을 통해 사고 발생 후 약 1시간이 지난 21시 18분까지 모두 잠실선착장으로 이송됐고, 부상자는 발생하지 않았다.

 

서울시는 매뉴얼에 따른 대응이 이뤄졌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이런 설명과 별개로, 실제 운항 과정에서 크고 작은 사고와 운항 중단이 반복돼 온 사실은 부정하기 어렵다. 시민들이 체감하는 한강버스의 위험 인식은 서울시의 해명이나 홍보 문구가 아니라, 누적된 사고 이력과 그 이후 개선 조치의 실효성을 기준으로 형성된다. 물 위에서 1시간 넘게 대기해야 했던 경험 자체가 안전 체계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는 만큼, 단순한 절차 준수 주장만으로는 설명이 충분하지 않다.


잠실·뚝섬·옥수·압구정 운항 중단, 여의도·망원·마곡만 운행

 

이번 사고에 대한 대응으로, 사고 다음 날인 11월 16일부터 한강버스 운항 체계도 크게 조정됐다. 서울시는 잠실과 뚝섬, 옥수, 압구정 선착장 구간의 운항을 중단하고, 여의도와 망원, 마곡을 오가는 구간만 제한적으로 운행하고 있다. 공식 설명은 안전 점검을 위해 상류 구간 선착장과 항로에 대한 정밀 조치를 진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10월 10일로 예고됐던 급행·조기 첫차, 내년 3월로 연기

 

이번 사고로 인해 한강버스의 운행 확대 일정도 재조정되고 있다. 서울시는 애초 추석 연휴 이후인 10월 10일부터 출퇴근 시간대 급행 노선을 신설하고, 평일 기준 왕복 30회 수준으로 운항을 늘리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이 계획에 따르면 평일 운행 시간은 오전 7시부터 오후 10시 30분까지로 확대되고, 급행 노선은 약 15분 간격으로 배차해 출퇴근 교통수단으로서의 기능을 강화하는 구상이었다.

그러나 실제 추진 과정에서는 운항 중단과 안전 점검에 더해, 급행 운항에 투입될 선박 인도가 지연되면서 일정 전반이 꼬인 상황이다. 서울시는 급행 전용 선박의 인도 이후 시운전과 안전 점검을 거쳐, 이르면 내년 3월 이후 출퇴근 급행과 조기 첫차 도입을 시작한다는 계획으로 방향을 수정하고 있다. 당분간은 오전 9시 이후 하루 16회 수준의 제한된 운항을 유지하면서 동절기 수위 변화와 운항 여건을 지켜본 뒤, 내년 봄에 다시 본격적인 증편에 나서겠다는 구도다.

정책적으로 보면 시는 안전 확보와 운행 안정화를 위한 조정이라고 설명할 수 있지만, 시민 입장에서는 이미 한 차례 홍보된 출퇴근용 수상 대중교통 약속이 사실상 내년 이후로 넘어가 버린 셈이다. 애초 계획이 충분한 안정화 조치와 운항 검증보다 일정 맞추기와 홍보에 치우쳐 있었던 것 아니냐는, 다시 말해 무리한 일정으로 안정화 조치를 하지 않고 급하게 투입했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는 지점이다. 특히 내년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한강버스 확대를 서둘러 가시적 성과와 치적 쌓기 용도로 활용하려 했던 것 아니냐는 정치적 비판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안전 정책과 정치 공방 사이, 남은 과제

 

서울시는 지난 사고에서도 모든 안전 절차가 정상 작동했고 승객 전원이 무사 귀가했다는 점을 거듭 강조하며, 민주당의 공세를 "침소봉대" "정치적 공세"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반복되는 운항 중단과 선착장 축소 운영은 제도와 시스템 차원에서 한강버스 안전 관리 체계가 얼마나 견고한지에 대한 질문을 불러일으킨다.

첫째, 항로 수심과 토사 퇴적 문제는 단순한 자연 현상을 넘어 상시 모니터링과 사전 조치 체계의 수준을 가늠하게 한다. 저수심 구간 정보를 실시간에 가깝게 반영해 항로를 조정하고, 필요할 경우 사전에 운항을 제한하는 식의 위험 기반 관리가 수상 대중교통 정책의 기본이 돼야 한다.

둘째, 사고 이후 커뮤니케이션의 초점을 어디에 둘 것인지도 중요하다. 시민들이 원하는 것은 정치적 책임 공방보다, 언제 어디서 어떤 기준으로 운항이 제한되는지, 향후 같은 유형의 사고를 막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바꾸겠다는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설명이다. 서울시가 입장문에서 여당을 비판하는 문장을 앞세운 것은 안전 정책에 대한 신뢰 회복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논란의 여지가 있다.

셋째, 운행 축소와 급행 노선 연기 과정에서 사업 구조를 근본적으로 다시 점검할 필요가 있다. 단기간에 대규모 수상 교통망을 띄우기보다, 수위 변동과 기상 조건, 선박 성능, 승객 수요 등 여러 변수에 맞춰 점진적으로 확대하는 방식이 더 안전하고 지속 가능했는지에 대한 평가가 뒤따라야 한다.

넷째, 재정 투입 규모와 성과 목표 사이의 정합성도 쟁점이다. 한강버스에는 2025년 61억 원이 투입됐고, 2026년에는 132억 원으로 두 배 이상 증액된 예산이 책정돼 있다. 운행 안정성과 안전 체계가 아직 시험대 위에 올라 있는 상황에서 예산만 앞서 확대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을 피하려면, 서울시는 어떤 서비스 수준과 안전 목표를 어떤 일정으로 달성하겠다는 것인지 보다 구체적인 성과 지표를 제시할 필요가 있다.

한강버스는 단순한 관광 상품이 아니라 서울시의 의도대로 새로운 방식의 출퇴근 형식이라는  새로운 수상 대중교통 실험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적지 않다. 그렇기에 이번 잠실 인근 정지 사고와 이후의 축소 운항, 급행 연기 결정은 모두 한강버스의 미래를 가르는 시험대가 될 수밖에 없다. 서울시가 강조하는 것처럼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둔다면, 투명한 정보 공개와 한강버스의 접근성 개선 방안을 통해 한강버스의 안전성과 공공성을 입증하는 일이 지금 가장 시급한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