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기본법」 시행에 맞춰 3기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가 26일 출범하며, 과거사 진실규명 신청 접수를 재개한다. 행정안전부는 2기 위원회 종료 이후 매듭짓지 못한 조사중지 사건 2,111건과 집단수용시설, 해외입양기관 인권침해 등 과거사 사건의 진실규명이 다시 진행된다고 밝혔다.
이번 접수는 시-군-구청과 시-도, 위원회, 재외공관 등으로 창구를 넓혀 접근성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신청인은 현장 방문은 물론 우편 등 비대면 방식으로도 접수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기간 및 자격 확대
진실규명 신청 기간은 2026년 2월 26일-2028년 2월 25일로 제시됐다. 필요하면 위원회 의결로 기간을 연장할 수 있어, 사건 규모와 접수 추이에 따라 일정이 탄력적으로 조정될 여지도 남겼다.
신청 자격은 희생자와 피해자, 그리고 유족 또는 친족관계에 있는 사람으로 규정됐다. 법률상 친족 범위는 8촌 이내 혈족, 4촌 이내 인척, 배우자로 제시돼, 피해 당사자뿐 아니라 가족이 절차를 주도할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춘 구조다.
진실규명 범위 확대, 국가 관리-감독 하 시설과 해외입양기관까지 포함
3기 진화위의 제도적 변화는 ‘조사 대상의 확장’에서 뚜렷하게 드러난다. 인권침해 사건의 시간 범위를 국가인권위원회 설립 이전인 2001년 11월까지로 넓히면서, 2기보다 8년 이상 범위를 확대했다.
조사 대상에도 구체성이 더해졌다. 국가의 관리-감독 아래 운영된 사회복지기관과 입양알선기관, 집단수용시설이 명시적으로 포함돼, 과거 일부 사건들이 ‘법적 근거의 부족’이라는 한계를 이유로 조사에서 배제되거나 논쟁의 대상이 되던 문제를 제도적으로 보완하는 방향을 취했다.
조사권한 강화, 자료 제출 거부 시 영장청구 의뢰 규정 신설
개정 법률은 ‘조사권한의 실효성’을 강화하는 장치를 함께 마련했다. 조사 대상 기관이 자료 제출 등을 거부할 경우, 지방검찰청에 압수-수색 영장 청구를 의뢰할 수 있도록 규정을 신설해 강제력 확보의 통로를 열었다.
유해발굴조사에도 법적 근거가 추가됐다. 유해발굴 전담부서 설치를 포함해 조사 체계를 명확히 하면서, 진실규명 절차가 문서 확인에만 머무르지 않고 물적 증거의 확보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보강했다.
피해 구제 장치 손질, 소멸시효 특례와 권고 이행점검 ‘총리 격상’
피해자 구제 측면에서도 변화가 뒤따랐다. 국가폭력 피해자 배상에 관한 소멸시효 특례를 신설해, 시간 경과로 권리구제가 차단되는 구조를 일부 완화하는 방향을 제시했다.
권고사항 이행점검-관리의 주체를 행정안전부 장관에서 국무총리로 격상한 점도 눈에 띈다. 진화위 권고의 ‘후속 이행’을 정부 차원의 핵심 과제로 끌어올리겠다는 신호로 해석되며, 향후 관계부처 조정과 정책 반영의 실효성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남은 과제, 접수 확대만큼 ‘홍보-지원’의 실행력이 성패 가른다
이번 개정과 3기 출범은 과거사 진실규명을 ‘사건 재개’ 수준에 그치지 않고, 조사 범위와 수단을 함께 확장하는 제도 재설계라는 의미를 갖는다. 다만 조사 과정에서 자료 확보와 현장 조사가 실제로 작동하려면, 영장청구 의뢰 등 강제력 장치가 수사기관 협조와 어떻게 맞물리는지, 절차 운용의 일관성이 확보되는지가 중요해진다.
행정안전부는 피해자 신청 누락이 없도록 홍보를 지원하고 지방정부의 피해조사 지원 협조를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접수 창구를 넓힌 만큼, 고령 피해자-해외 거주 유족-시설 피해자 등 ‘접근 취약 계층’에 대한 안내와 지원이 얼마나 촘촘하게 이뤄지는지가 3기 진화위의 초반 성과를 가를 핵심 변수로 평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