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을 팔았는데 왜 돈은 이틀 뒤에 들어올까. 18일 열린 자본시장 안정과 정상화 간담회에서 대통령이 던진 이 질문은 국내 증시의 낡은 결제 구조를 정면으로 겨냥했다. 한국거래소는 기관 간 청산과 결제 절차 때문에 현행 T+2 체계에서는 이틀이 필요하다고 설명했지만, 미국과 유럽의 제도 변화에 맞춰 한국 역시 T+1 체계 전환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투자자가 일상적으로 겪어온 불편이 대통령 주재 회의에서 공개적으로 제기되면서, 자본시장 개편 논의는 시장 부양을 넘어 거래 인프라와 시장 질서 전반을 손보는 단계로 옮겨가게 됐다.
같은 날 증시는 강하게 반응했다.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5.04% 오른 5925.03에, 코스닥은 2.41% 오른 1164.38에 마감했고 코스피200 선물이 5% 넘게 뛰면서 장중 매수 사이드카도 발동됐다. 최근 변동성 국면에서 정책 기대와 반도체주 중심으로 회복이 맞물리며 투자심리가 빠르게 살아난 흐름으로 해석된다.
결제주기 단축이 던진 신호
이날 간담회에는 상장기업, 스타트업, 기관투자자, 애널리스트, 청년·개인투자자와 함께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 등 정부와 유관기관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부각된 결제주기 문제는 단순한 실무 이슈가 아니라 투자자 편의와 글로벌 정합성을 가늠하는 상징적 과제로 떠올랐다. 거래 체감 속도와 자금 회전 효율을 높이려면 주요국과의 격차를 줄여야 한다는 점이 분명해졌기 때문이다.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현재 구조가 안정성과 결제 안전을 우선해 설계돼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미국이 이미 T+1 체계로 전환했고 유럽도 2027년 10월 전환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한국 역시 같은 흐름에 맞춘 제도 정비가 불가피하다는 점도 함께 확인했다. 결제주기 단축 논의는 결국 한국 시장이 국제 기준 변화에 얼마나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시험대가 됐다.
불공정거래 차단과 코스닥 재편
이번 간담회가 주목받는 이유는 결제주기 논의에만 있지 않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안건 보고에서 주가조작 근절 합동대응단의 성과를 설명하고, 허위정보 유포와 시세조종 등 시장 교란 행위를 차단해 자본시장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불공정거래를 억제하지 못한 채 유동성만 공급해서는 시장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없다는 인식이 정책 전면에 올라온 셈이다.
코스닥 개편 구상도 같은 맥락에 있다. 금융당국은 코스닥 시장을 우량 혁신기업 중심 시장과 성장 단계 기업 중심 시장으로 재편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혁신기업의 자금 조달 기능을 살리면서도 저유동성·저신뢰 종목이 혼재한 현재 구조를 정비하겠다는 취지다. 이는 코스닥을 단순히 중소형주 시장으로 두는 것이 아니라, 성장 단계별로 기능이 분명한 시장으로 다시 설계하겠다는 의미에 가깝다.
시장의 지속 상승은 정책 집행 의지
이날 증시 급반등은 정책 메시지와 대외 환경 개선 기대가 겹친 결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간담회에서 반복적으로 확인된 더 큰 메시지는 따로 있었다. 상법 개정을 통해 자본시장의 기본 규칙은 이미 다시 세워졌으니, 이제는 정부가 그 룰을 일관되게 집행하겠다는 의지를 지속적으로 보여줘야 한다는 주문이다. 참석자들이 요구한 것은 새로운 구호보다도 이미 마련된 제도가 실제 시장에서 작동한다는 신호였다.
이 지점에서 결제주기 단축, 불공정거래 근절, 코스닥 재편은 하나로 연결된다. 제도 개선의 방향을 제시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투자자가 체감할 수 있는 방식으로 시장 질서를 바로 세우고 규칙을 예외 없이 적용해야 자본시장 신뢰도 회복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이날 간담회가 남긴 과제는 분명하다. 정부가 상법 개정으로 바뀐 게임의 룰을 실제로 작동시키고, 그 집행 의지를 흔들림 없이 보여줄 수 있느냐가 자본시장 정상화의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