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5월 1일은 노동절로의 변신하고 7월 17일은 달력에 빨간색 표시가 새롭게 추가된다. 지난 4월 28일,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5월 1일 '노동절'과 7월 17일 '제헌절'을 관공서의 공휴일로 지정하는 개정안이 나란히 통과되었다. 이번 결정은 단순히 직장인들의 쉬는 날이 이틀 늘어난 것을 넘어, 대한민국 근현대사에 얽힌 노동의 역사와 헌정 질서 수호라는 무거운 시대적 상징성을 담고 있다.
'근로자의 날'에서 '노동절'로… 62년 만에 되찾은 진짜 이름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단연 5월 1일의 명칭 변경과 위상 격상이다. 1963년 이후 62년간 고착화되었던 '근로자의 날'이라는 법적 명칭이 이재명 정부를 거치며 '노동절'로 공식 복원되었다. 나아가 근로기준법 적용 대상자만 쉬던 '반쪽짜리 휴일'에서 관공서를 포함한 모든 일하는 시민이 쉬는 완전한 '법정 공휴일'로 탈바꿈했다.
이 명칭 변경의 기저에는 '근로(勤勞)'와 '노동(勞動)'이라는 단어가 내포한 뉘앙스의 뚜렷한 차이가 존재한다. '부지런히 일함'을 뜻하는 '근로'는 과거 국가 경제 발전을 위해 수동적이고 순응적인 태도를 미덕으로 삼던 국가와 사용자 중심의 시각이 짙게 배어 있다.
반면 '노동'은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Labor'의 번역어로서, 몸을 움직여 일하며 정당한 대가와 권리를 주체적으로 요구하는 능동성을 강조한다. 본래 1886년 미국 시카고 노동자들의 투쟁에서 유래한 5월 1일 '메이데이(May Day)'는 일제강점기와 해방 직후 한국에서도 '노동절'로 불렸다. 그러나 1958년 이승만 정부는 국제 노동운동이 띠고 있던 공산주의·사회주의적 이념 색채를 차단하기 위해 기념일을 대한노총 결성일인 3월 10일로 옮겼고, 이어 1963년 박정희 정부가 명칭마저 '근로자의 날'로 바꾸면서 그 본래의 의미와 노동자의 주체성이 강제로 퇴색되었던 아픈 역사가 있다. 1994년 날짜는 5월 1일로 환원되었으나 명칭은 바뀌지 않았고, 이번 공휴일 지정과 명칭 변경을 통해 마침내 노동자는 수동적 의무의 굴레를 벗고 주체적인 권리의 상징인 '노동절'의 이름을 온전히 되찾게 되었다.
18년 만에 부활한 제헌절… '12.3 내란' 극복과 헌법의 재발견
노동절과 함께 제헌절 역시 2008년 주 5일제 도입과 함께 공휴일에서 제외된 지 무려 18년 만에 다시 '빨간 날'로 부활했다. 대한민국 5대 국경일 중 유일하게 공휴일이 아니었던 기형적 구조를 바로잡은 것이다. 무엇보다 제헌절 공휴일 재지정의 결정적 배경에는 지난 2024년 온 국민을 충격에 빠뜨렸던 '12.3 비상계엄 및 내란 사태'가 자리 잡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4·19 정신이 있었기에 우리는 '내란의 밤'을 물리칠 수 있었다"고 언급했듯, 전대미문의 헌정 유린 사태는 역설적으로 공기처럼 당연하게 여겼던 '헌법'과 '법치주의'의 가치가 얼마나 절실한 것인지 국민적 각성을 불러일으켰다.
정부는 제헌절의 공휴일 지정을 통해 무너진 법치주의를 재건하고, 국가 권력에 의한 헌법 파괴 시도를 영구히 차단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명했다. 이번 국무회의 통과 직후 최동석 인사혁신처장은 공식 브리핑을 통해 그 의미를 명확히 짚었다.
"노동절·제헌절 공휴일 지정은 단순히 공휴일이 추가되는 것 이상의 가치를 갖습니다. 노동의 가치는 물론 국민주권주의 등 헌법 정신을 온 국민이 함께 돌이켜보고 기념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이러한 브리핑 내용은 제헌절의 부활이 단순한 '쉬는 날'의 회복을 넘어, 헌법 수호라는 숭고한 원칙을 국가와 국민이 매년 다시금 마음에 새기는 굳건한 제도적 장치임을 시사한다.
노동의 존중과 법치의 수호가 던지는 새로운 화두
결과적으로 2026년 새롭게 달력을 붉게 물들인 노동절과 제헌절은, 대한민국이 지향해야 할 방향성을 제시하는 동시에 우리 사회에 새로운 화두를 던지고 있다. 하나는 수동적인 '근로'의 시대를 완전히 끝내고, 일하는 모든 이의 주체적 권리와 보편적 휴식권을 보장하는 '노동 존중'의 실현이다. 다른 하나는 내란의 위협이라는 벼랑 끝에서도 끝내 민주주의를 지켜낸 '헌법 가치의 수호'와 굳건한 법치주의의 확립이다.
이제 이 두 공휴일은 단순한 '쉬는 날'의 증가라는 표면적인 기쁨을 넘어선다. 우리는 새롭게 쓰인 달력을 넘기며, 62년 만에 되찾은 '노동'의 참된 가치와 18년 만에 제자리를 찾은 '헌법'의 무게를 일상과 제도 속에서 어떻게 구현해 나갈 것인지 끊임없이 질문해야 한다. 이 두 기념일이 품고 있는 치열했던 역사와 그 본연의 의미를 가슴에 깊이 되새기고, 앞으로의 대한민국이 나아가야 할 정의로운 미래에 대해 우리 사회 전체가 진지하게 논의해야 할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