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중심 복원 내건 3기 진실화해위원회

해외입양·집단수용시설 조사 확대 예고, 완전체 인선과 시행령 개정은 과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3기가 출범 직후부터 피해자 중심 운영과 조사체계 재정비를 전면에 내걸었다. 송상교 위원장은 첫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3기 위원회를 온전한 과거사 정리를 위한 사실상 마지막 기회로 규정하며, 조사 결과 못지않게 조사 과정 자체가 피해 회복과 화해로 이어져야 한다고 밝혔다. 아직 위원회가 완전체 구성을 이루지 못한 상황이지만, 해외입양과 집단수용시설 사건을 중심으로 조사 확대를 준비하겠다는 방향은 비교적 분명하게 제시됐다.

 

송 위원장은 무엇보다 진화위의 존재 이유를 피해자에게서 찾았다. 그는 위원회가 출범 첫날부터 피해자와 소통하길 원했고, 위원회가 더 적극적으로 경청하고 소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3기 위원회 출범 뒤 약 열흘 만에 언론과 만나는 것이 다소 이른 행보로 비칠 수 있다는 고민도 있었지만, 가능한 한 빨리 기자들과 대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는 설명이다. 이는 단순한 홍보 차원을 넘어, 진화위 활동이 정작 피해자 당사자들에게도 충분히 알려지지 못했다는 문제의식 위에서 나온 발언으로 읽힌다.

 

송 위원장은 특히 위원회의 보도자료만으로는 과거사 문제를 사회적 의제로 끌어올리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진단했다. 피해자들이 지금도 사회적 약자인 경우가 많고, 과거사 정리 자체가 사회적으로 비핵심 쟁점으로 밀려나는 현실에서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언론이 진화위의 적이나 장애물이 아니라 후원자라고 규정하면서, 기존의 일방적 소통을 넘어 앞으로는 양방향의 유의미한 대화를 이어가고 싶다고 밝혔다.


위원회 구성완료와 조사3국의 신설 

 

송 위원장은 3기 진화위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로 조직 구성을 꼽았다. 법정 정원은 총 13명이지만 현재는 위원장 1인만 구성된 상태이며, 나머지 대통령 지명 2명과 국회 선출 10명에 대한 인선이 남아 있다. 송 위원장은 상임·비상임을 포함한 나머지 12명의 임명이 시급하다며 법에 따른 추천 절차가 조속히 진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동시에 위원회는 조사 기능 강화를 위한 조직 개편도 추진하고 있으며 이에 핵심은 조사3국 신설이다. 송 위원장은 2기 위원회에서 다루지 못했거나 일부에 그친 사안을 보다 체계적이고 광범위하게 조사하기 위해 조사3국 설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조사3국 산하에는 조사9과부터 조사11과까지를 두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으며, 수용시설 사건과 해외입양 사건을 전담하는 구조가 검토되고 있다. 다만 아직 시행령 개정이 이뤄지지 않아 정식 직제 출범에는 제도적 공백이 남아 있다.

 

이 때문에 위원회는 우선 임시 태스크포스를 꾸려 조사 준비에 착수할 계획이다. 빠르면 이번 주 안에 조사3국 업무 준비 TF를 발족해 향후 정식 조직이 맡게 될 사건을 미리 준비하고, 시행령 개정과 내부 규정 정비가 이뤄지는 즉시 정규 조직으로 전환하겠다는 구상이다. 송 위원장은 시행령 개정이 가장 큰 과제라고 밝히며 행정안전부 등 관계 부처와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사관 채용도 시행령에 근거해 신속히 추진하겠다고 했고, 가능하면 3월 안에 절차를 시작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입장도 내놨다.


재외공관 통한 진화위 사건 접수도 처음 시도

 

이번 기자간담회에서 가장 비중 있게 다뤄진 분야 가운데 하나는 해외입양 사건이었다. 송 위원장은 해외입양 사건이 사회적으로 큰 관심을 받는 주요 조사 사안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2기 조사 내용이 알려지고 관련 단체 활동이 이어지면서 3기에서는 해외입양 사건 신청 건수가 2기보다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증가 폭을 정확히 예측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위원회는 새로 신청되는 사건의 추이를 예의주시하면서 필요할 경우 직권조사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해외입양 조사 방식과 관련해서는 해외공관을 통한 신청 접수가 3기에서 처음 시도된다는 점이 눈에 띈다. 위원회는 신청서 양식과 안내문을 외국어로 정비해 각 재외공관에 전달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재외공관이 이 업무를 처음 맡는 만큼 현장의 애로사항도 계속 점검할 방침이다. 재외동포청과의 협조도 요청할 계획이다. 위원회는 향후 조사3국 안에 입양 문제를 전담하는 과를 최소 1개 이상 두고, 전문성을 갖춘 인력을 채용해 보다 체계적인 조사체계를 갖추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집단수용시설 조사, 개별 시설 넘어 구조적 접근으로

 

집단수용시설 조사 역시 3기 진화위의 핵심 시험대로 떠오르고 있다. 송 위원장은 2기 조사 방식이 주로 개별 시설 단위에 머물렀다고 평가하면서도, 실제 피해자들은 여러 시설을 거치는 이른바 회전문식 수용을 경험한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3기에서는 개별 시설을 넘어 주요 피해 유형별로 구조적 특징을 확인하는 직권조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피해자를 시설 단위가 아니라 한 사람의 생애 전체라는 관점에서 봐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반영된 발언이다.

 

다만, 현재도 시설에 머무는 피해 당사자들에게 어떻게 접근할 것인지, 성·재생산 침해 문제를 어느 범위까지 다룰 것인지, 집단수용시설 배상·보상 입법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할 것인지는 아직 신중한 태도를 유지했다. 송 위원장은 현재 시설에 있는 사람들에 대한 대응은 관련 단체들과 의견을 나누며 접근 방식을 모색해야 한다고 했고, 성·재생산 침해에 대한 구체적 조사 계획은 지금 단계에서 밝히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복지부의 배상·보상 특별법 관련 보도자료에 대해서도 아직 위원회 차원의 검토는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다만 3기 위원회가 법적 권한과 책임에 따라 수용시설 문제를 최대한 조사하겠다는 원칙은 분명히 했다.

 

집단수용시설 피해자 가운데 법원 판단을 받은 사건을 어떻게 볼 것인지에 대해서는 일률적 접근을 경계했다. 소송이 진행 중인 사건은 신청 자체에 문제가 없지만, 판결이 확정된 사건의 경우 법률상 조사 대상 제외 사유에 해당하는지, 혹은 예외적으로 조사 가능성이 있는지는 위원회가 사건별로 판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는 3기 위원회가 법적 한계와 피해 구제의 필요성 사이에서 개별 사안별 판단을 강화하겠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신청주의 한계 보완 - 직권조사와 결합해 조사 효율 높인다는 구상

 

송 위원장은 3기 진화위가 신청주의 한계를 보완하는 방향으로 직권조사를 강화하겠다는 뜻도 드러냈다. 그는 신청된 사건은 당연히 가능한 한 빠른 시간 안에 조사해야 한다고 전제하면서도, 1기와 2기 당시 여러 이유로 신청하지 못한 피해자들이 적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신청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유사한 피해를 입고도 위원회를 찾지 못한 이들까지 포착해 함께 살펴보겠다는 것이다. 신청 사건과 직권조사를 결합하면 오히려 조사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판단도 내놨다.

 

이 같은 접근은 특히 집단수용시설과 해외입양처럼 피해 유형이 구조적이고, 신청 여부에 따라 피해 실태 전체가 온전히 드러나기 어려운 사안에서 더 중요해질 가능성이 크다. 피해자의 신청 여부만을 기준으로 조사 범위를 제한하기보다, 신청 사건을 단초로 삼아 유사 피해 전반을 파악하겠다는 구상으로 읽힌다.


국가의 권고 이행과 사과 실효성

 

권고의 실효성 문제도 기자간담회에서 중요한 쟁점이었다. 송 위원장은 진화위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권고 이행을 직접 관리·감독하는 기관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다만 권고가 실제 제도 개선과 피해 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고, 이를 뒷받침할 제도 개선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최근 법 개정에 따라 권고 이행에 대한 관리 책임이 행정안전부 장관에서 국무총리 소속 총리실로 이관·격상된 만큼, 앞으로 총리실과 협의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과거사 정리에 대한 국가 차원의 사과 문제와 관련해서도 송 위원장은 대통령의 일반적 사과와 특정 사건에 대한 개별 사과가 모두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정부가 국가 차원의 적절한 사과 필요성에 공감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이는 진실규명 결과를 권고로만 남겨두지 않고, 국가의 공식 인정과 후속 조치로 연결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드러낸 대목이다.


3기 진화위의 방향성 - 이념 논쟁보다 보편적 인권 기준

 

송 위원장은 취임사에서 언급한 과거 진화위의 이념적 접근 문제를 바로잡겠다는 뜻도 다시 설명했다. 그는 과거사 정리는 헌법과 과거사정리법, 보편적 국제인권 규범에 따라 접근해야 하며, 부역 혐의 여부를 조사 중심에 놓는 방식은 결국 편가르기 논란에 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전쟁 전후 사건의 경우 개별 사건을 흩어져 바라보기보다 대량 희생의 유형과 구조를 어떻게 평가하고 규명할 것인지의 관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는 3기 진화위가 개별 사건의 정치적 해석보다 국가폭력과 인권침해의 구조를 드러내는 데 무게를 두겠다는 방향으로 읽힌다.

 

송 위원장은 자신 역시 2기 위원회의 일원인 만큼 책임이 있다면 그 책임을 지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2기에서 사회적 논란이 컸던 조사와 결론에 대해서도 3기에서 다시 살펴볼 수밖에 없다는 인식이다. 법에 따라 다시 조사 개시를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은 적절한 시기에 판단하겠다고 밝혔고, 일부 현안에 대해서도 위원회가 적절한 결단을 내릴 것이라고 했다. 결국 3기 진화위는 출범 직후부터 조직 재정비, 조사 확대, 피해자 소통, 권고 실효성 확보라는 과제를 동시에 떠안은 셈이다.

 

완전체 인선조차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출발한 3기 진화위의 앞길은 결코 가볍지 않다. 그럼에도 이번 첫 기자간담회는 위원회가 피해자 중심 원칙과 구조적 조사 확대라는 큰 방향을 분명히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남은 것은 인선과 시행령 개정, 조사 인력 확보, 관계 부처 협조, 그리고 사회적 공감대를 실제 성과로 연결하는 일이다. 3기 진화위가 스스로 밝힌 대로 이번이 온전한 과거사 정리를 위한 마지막 기회라면, 이제 필요한 것은 선언보다 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