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 모두의 건강을 위한 HPV 예방접종 확대의 필요성

한국과 세계의 HPV 백신 정책 비교와 개선 방향

한국의 HPV 예방 정책

 

한국 정부는 2016년부터 HPV 예방 백신을 국가필수예방접종(NIP)에 포함시켜 12세 여성 청소년(20122013년생)을 대상으로 2회 접종을 무료로 지원하고 있다. 또한, 2022년부터는 만 1826세 저소득층 여성(기초생활수급자 및 차상위계층)에게도 백신 접종비용을 지원한다. 접종 백신은 4가 백신(가다실®)이며, 9가 백신은 현재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다. 접종은 보건소 및 지정 위탁의료기관에서 이루어지며, 접종 대상자는 주민등록 생년월일 기준으로 산정된다. 접종 연령과 이전 접종 여부에 따라 총 2회 또는 3회 접종이 필요하다. 사용되는 백신은 바이러스 유사입자(VLP) 기반 기술로 제조된 Gardasil®, Cervarix®, Gardasil9® 등이 있으며, 이는 WHO 및 CDC가 권고하는 백신들과 동일하다. WHO와 CDC는 성 경험 전인 9~14세 여아를 대상으로 한 2회 접종을 권장하고 있으며, 일부 국가는 남녀 모두를 접종 대상으로 포함시키고 있다. 한국의 정책은 이러한 국제 기준과 조화를 이루면서도 지역 특성과 행정 체계를 반영하고 있다.


바이러스 개요 및 특성

 

인유두종바이러스(Human Papillomavirus, HPV)는 피부 및 점막의 상피세포를 감염시키는 이중 가닥 DNA 바이러스로, 현재까지 200여 종이 확인되었으며 이 중 약 40여 종이 생식기 부위에 감염을 일으킨다. HPV는 전 세계 성인 인구의 80% 이상이 일생 중 한 번 이상 감염될 정도로 흔하며, 그 중 일부는 자궁경부암, 항문암, 구인두암 등의 중증 질환을 유발한다.

HPV는 약 8,000염기쌍 길이의 원형 이중가닥 DNA를 가지며, 조기유전자(E1-E7), 후기유전자(L1, L2), 비번역 조절영역(LCR)으로 구성된다. 고위험군 HPV에서 E6, E7 유전자는 암 억제 유전자인 p53과 RB를 각각 비활성화시켜 세포주기 조절을 방해하며 암 발생을 유도한다.

현재까지의 유형 중 발암 위험도에 따라 저위험형(6형, 11형 등)과 고위험형(16형, 18형, 31형, 33형, 45형, 52형, 58형 등)으로 구분되며, 특히 16형과 18형은 자궁경부암의 약 70%를 차지한다. 한국에서는 52형과 58형의 감염률이 상대적으로 높다.

 

감염 역학과 전파

HPV는 피부-피부 접촉을 통해 전파되며, 성 접촉이 주요 경로이다. 감염은 주로 청소년기 이후 증가하고, 대부분 1~2년 내 자연 소실되지만 고위험형이 지속 감염될 경우 전암성 병변(CIN)이나 암으로 진행될 수 있다. 비성적 경로로는 산도를 통한 수직감염이 보고된다.

임상 양상

  • 생식기 사마귀: 주로 HPV 6형과 11형에 의해 발생하며, 외음부, 항문 주위에 오돌토돌한 병변으로 나타난다.

  • 암 발생: 고위험형의 지속 감염은 E6/E7 유전자 발현으로 암화 과정을 유도하며, 자궁경부암 외에도 항문암, 구인두암 등의 원인이 된다.

 

진단 및 검사

HPV 감염의 진단을 위해 먼저 자궁경부세포진 검사(Pap smear)가 시행되며, 이를 통해 비정상적인 세포의 존재 여부를 파악할 수 있다. 고위험형 HPV 감염 여부를 보다 정밀하게 파악하기 위해 Hybrid Capture 2 검사나 코바스 HPV 테스트 등의 HPV DNA 검사가 활용된다. 또한, E6 및 E7 유전자의 mRNA 발현을 확인하는 분자생물학적 검사를 통해 감염이 단순 보균이 아닌 활동성인지 여부를 평가할 수 있다.

치료 전략

HPV 감염에 따른 생식기 사마귀는 냉동요법(액체질소 사용), 전기소작술, 레이저치료 등 물리적 제거 방법으로 치료할 수 있으며, 이미퀴모드와 같은 국소 면역조절제도 병행될 수 있다. 전암성 병변인 자궁경부상피내이형성증(CIN)의 경우, 루프전기절제술(LEEP)이나 콘화생검을 통해 병변 부위를 제거한 후 정기적인 추적 관찰이 필요하다.


현행 제도의 문제점

 

현행 국가예방접종 지원 체계에서는 HPV 9가 백신(Gardasil 9®)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는 점도 주요한 문제로 지적된다. 9가 백신은 기존의 4가 백신이 포함한 HPV 유형(6, 11, 16, 18형)에 더하여 31, 33, 45, 52, 58형까지 총 9종을 예방할 수 있어 보다 광범위한 암 예방 효과를 지닌다. 그러나 현재 정부 지원은 4가 백신(가다실®)에 한정되어 있어, 예방범위가 더 넓은 백신을 원할 경우 개인 비용으로 접종해야 하는 부담이 따른다. 이는 특히 고위험군 HPV 유형 분포가 다양한 한국 사회에서 효과적인 예방정책의 선택지를 제한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개선이 요구된다.

또한, 현행 여성 대상 예방접종 정책에서는 지정된 접종 대상 연령을 초과한 경우, 이전에 접종을 시작했더라도 잔여 접종 회차를 국가 지원 없이 전액 유료로 맞아야 하는 구조적 한계가 존재한다. 이는 백신 접종 시기 및 간격에서 불가피한 변동이 있을 수 있는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으며, 결과적으로 접종 완료율을 떨어뜨리고 제도 신뢰도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러한 경직성은 제도적 보완을 통해 개선될 필요가 있다.


남성 접종 확대의 필요성

 

국내에서도 HPV 관련 남성 질환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남성에서 HPV 감염은 구인두암(편도암 등), 항문암, 음경암, 그리고 생식기 사마귀 등 다양한 질환을 유발할 수 있으며, 이는 단순히 여성에게 국한된 감염 문제가 아님을 시사한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매년 약 57만 명의 여성과 6만 명의 남성이 HPV로 인한 암을 앓고 있으며, HPV는 전체 암의 약 5%를 차지하는 것으로 보고된다. 생식기 사마귀 유병률은 2010년 2만5208명에서 2019년 6만5203명으로 팬데믹 이전까지 10년간 약 3배 가까이 증가하였다. 연령별로는 만 1824세 여성의 유병률이 상대적으로 높았으나, 만 2529세 구간에서는 남성에서 가장 높은 유병률이 나타났다. 2023년 국내 질병 통계에 따르면 HPV 감염으로 인한 생식기 사마귀의 경우, 20~30대 남성 환자 수가 여성보다 약 5.4배 높은 것으로 보고되었다.

HPV 예방접종은 여성뿐 아니라 남성에게도 공중보건적으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국내에서도 최근 HPV 관련 구인두암과 항문암에서 남성 환자의 증가가 관찰되고 있으며, 이는 단순히 여성의 자궁경부암만을 예방하는 차원을 넘어서 HPV가 남성에게도 치명적일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남성 HPV 백신 접종률은 1.6%에 불과하여 사실상 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실정이다. 특히 성적 활동이 시작되기 전인 청소년기 남성을 대상으로 한 백신 접종은 향후 HPV의 감염 확산을 막고, 여성에게 간접적 보호 효과를 제공하는 집단면역 형성에 기여할 수 있다.

현행 한국의 예방접종 정책은 여성 청소년과 일부 저소득층 여성에 한정되어 있으며, 남성은 국가예방접종(NIP) 대상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 반면, 세계보건기구(WHO), 미국, 호주, 캐나다 등은 이미 남성과 여성을 동일하게 예방접종 대상으로 삼고 있다. 실제로 호주는 남녀 공동접종 정책을 도입하여 생식기 사마귀 발생률을 90% 이상 감소시키는 성과를 보였다. 이러한 국제 사례는 향후 한국에서도 남성 청소년에 대한 예방접종을 제도화함으로써 HPV로 인한 전체 암 발생률을 줄이고, 공중보건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음을 강력하게 시사한다. 따라서 HPV에 대한 성중립적 접근과 정책 확대는 한국 사회가 반드시 나아가야 할 방향이다. 전 세계적으로 HPV 백신을 국가예방접종으로 시행하고 있는 국가는 2020년 기준 113개국이며, 이 중 여성에게만 접종하는 국가는 70개국, 남녀 모두에게 접종하는 국가는 43개국이다. 미국은 2011년부터 남성에 대한 HPV 예방접종을 권고하였고, 영국은 2019년부터 1213세 남아에게 무료접종을 시작하였다. 미국 CDC의 백신 자문위원회(ACIP)는 만 1112세 남녀 모두에게 HPV 백신을 권장하고, 만 26세까지는 이전에 접종을 받지 못한 경우에도 권장하며, 만 2745세는 의사와 상의하여 접종 여부를 결정하도록 안내하고 있다. 특히 호주는 2020년 기준 남성 HPV 백신 접종률이 78%에 달하며, 영국은 20222023년 기준 9세 아동의 60~70%가 백신을 접종받는 등 높은 접종률을 보이고 있다. 남성 HPV백신 접종확대에 대해 질병관리청 관계자에 따르면 남성 청소년에 대한 HPV 백신 국가예방접종 확대를 준비 중이나 예산부족 문제로로 인해 시행이 지연되고 있다고 전해졌다.


공중보건적 의의

HPV 예방접종은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에게도 공중보건적으로 중요한 의의를 갖는다. 최근 국내에서도 HPV 관련 구인두암 및 항문암의 남성 유병률 증가가 관찰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남성 접종률은 여전히 극히 낮은 수준이다. 특히 청소년기 남성에 대한 백신 접종은 향후 HPV 감염의 전파를 줄이고, 집단면역 형성을 통한 여성의 간접 보호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한국의 현행 정책은 여성 중심의 지원에 국한되어 있으나, 세계보건기구(WHO) 및 일부 선진국은 이미 남녀 공동접종을 권고하고 있다. 따라서 향후 한국에서도 남성 청소년을 국가예방접종 지원 대상으로 확대하는 방안이 HPV로 인한 전체 암 부담 감소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HPV는 단순한 성매개감염을 넘어 암을 유발하는 중대한 공중보건 위협이다. 예방접종 확대와 성별 구분 없는 접종 정책이 집단면역 형성에 필수적이며, 남성 접종 확대가 HPV 관련 암을 줄이는 데 결정적이다. 호주의 경우 남녀 공동 접종으로 생식기 사마귀 유병률을 90% 이상 감소시켰다.


정책적 제언

 

HPV에 대한 조기 검진과 예방접종은 HPV 감염으로 인한 암과 기타 질환의 발생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이면서도 비용 효율적인 공중보건 수단이다. 특히 예방접종은 자궁경부암뿐만 아니라 구인두암, 항문암, 생식기 사마귀 등 다양한 HPV 관련 질환을 줄이는 데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하며, 백신 접종은 장기적으로 보건의료 체계의 부담을 감소시키는 전략적 접근이기도 하다.

그러나 현재 한국의 예방접종 정책은 여성 청소년과 일부 저소득층 여성에 국한되어 있으며, 남성 및 더 많은 유형을 예방하는 9가 백신에 대한 공공 지원은 부족한 상황이다. 이는 성별과 백신 종류에 따른 형평성 문제를 초래하고 있으며, 예방 효과가 가장 높은 연령대에서 접종 기회를 놓치게 하는 제도적 한계를 안고 있다. 더불어, 접종 시작 후 지원 연령을 넘기게 되면 잔여 회차를 전액 자비로 부담해야 한다는 구조는 접종 완결률을 낮추고 백신 정책의 실효성을 저해할 수 있다.

앞으로의 정책은 다음과 같은 개선 방향을 포함해야 한다. 첫째, 접종 대상을 남녀 모두로 확대하여 HPV에 대한 성중립적 예방체계를 구축해야 하며, 이는 세계보건기구(WHO) 및 주요 선진국들의 정책 흐름과도 일치한다. 둘째, 9가 백신을 포함한 보다 효과적인 백신 옵션이 공공 지원 대상에 포함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셋째, 예방접종 기회의 시기적 유연성을 확보함으로써 접종 시작과 완료 사이에 행정적 장벽 없이 안정적으로 완료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HPV는 단순한 감염 질환이 아닌, 예방 가능한 암의 주요 원인이라는 점에서 정부 차원의 보다 적극적인 대응이 요구된다. 예방접종의 확대와 제도적 유연성 확보는 궁극적으로 국민 건강 증진과 보건의료비 절감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전략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