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지귀연)는 2025년 8월 11일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기소된 윤석열 전 대통령이 7월 10일, 17일, 24일, 8월 11일 네 차례 연속 공판에 불출석하자 형사소송법 제277조의2에 따라 궐석재판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결정은 고위 공직자 사건에서 궐석재판이 실제로 발동된 드문 사례로, 법적 요건과 절차, 사회적 의미를 둘러싼 논의에 불을 지폈다.
궐석재판의 정의와 법적 근거
궐석재판은 피고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출석을 거부하고, 교도관에 의한 인치가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하다고 인정될 때 예외적으로 피고인 없이 공판 절차를 진행하는 제도다.
주요 사유로는 첫째, 정당한 사유 없는 불출석이다. 이는 고의적인 재판 불참, 허위 또는 불인정된 건강 사유를 내세우는 경우, 2회 이상 무단 불출석한 사례 등이 해당된다.
둘째, 피고인 소재가 불분명한 경우다. 소환장이 송달되지 않거나, 피고인이 도주·은닉 중이어서 구인영장 집행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상황이 여기에 포함된다.
셋째, 물리적으로 출석이 불가능한 경우다. 중병으로 인한 장기 입원, 해외 거주 등으로 인한 현실적 출석 곤란, 교도관에 의한 인치가 불가능한 경우 등이 이에 해당한다.
궐석재판은 형사절차에서 매우 제한적으로 허용되며, 전체 형사공판 중에서도 공식적인 통계조차 없을 정도로 드물게 적용된다. 형사소송법 제277조의2 제1항이 이를 규정하고, 제2항은 반드시 검사와 변호인의 의견을 청취하도록 명시한다. 또한 항소심에서는 제365조, 약식사건에서는 제458조 제2항을 통해 2회 이상 불출석 시 궐석재판이 가능하다.
윤석열 전 대통령 사건 경과
윤 전 대통령에 대한 내란 우두머리 혐의 재판은 2025년 5월 말 첫 공판준비기일을 시작으로 본격 진행됐다. 그러나 7월 10일과 17일, 24일, 그리고 8월 11일까지 네 차례 연속 공판에서 불출석이 이어졌다. 재판부는 7월 24일 이후 서울구치소에 건강 상태와 인치 가능성 보고를 요청했고, 구치소는 “거동이 불편할 정도의 질병은 없으나, 물리력 행사 시 부상 우려·인권 문제·사회적 파장 등을 이유로 인치가 곤란하다”고 회신했다. 이에 따라 특검이 구인영장 발부를 요청했으나, 재판부는 이를 발부하지 않고 궐석재판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쟁점
궐석재판은 그 자체로 피고인의 방어권을 크게 제한할 수 있다. 단순히 재판에 참석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법정에서 직접 진술하거나 검찰 측 주장과 증거를 실시간으로 반박할 기회를 상실하게 되고, 변호인과의 즉각적인 소통이나 증인신문 중 대응 전략을 조율하는 능력 또한 떨어질 수 있다. 이는 재판의 전반적인 공방 구조에 불균형을 초래하고, 피고인의 권리를 본질적으로 약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중대한 문제로 지적된다.
대법원은 출석 확보를 위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강구한 뒤, 이를 통해서도 출석이 확보되지 않을 경우에만 최후의 수단으로 궐석재판을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기준은 피고인의 권리를 보장하면서도 재판의 신속성을 담보하기 위한 균형 장치로 이해된다. 그러나 이번 사건에서는 구인영장이라는 대표적인 법적 강제수단을 사용하지 않은 채 곧바로 궐석재판 절차로 넘어갔기 때문에, 절차의 적법성과 정당성 여부가 향후 항고심이나 상고심 단계에서 쟁점으로 부각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이러한 결정은 절차적 문제를 넘어, 피고인이 재판에 성실히 임하지 않는다는 인식을 대중과 재판부 모두에게 심어줄 수 있다. 특히 재판부가 과거 권력자였던 피고인에게 지나치게 관대한 태도를 보였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으며, 이는 향후 유무죄 판단과 양형 결정에서 피고인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을 높인다. 나아가 국민이 재판 과정과 결과에 대해 가지는 신뢰를 약화시키고, 판결의 형평성과 공정성에 대한 믿음을 흔들어 재판부의 권위와 사법제도 전반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로 이어 질 수 있다.
전망
윤 전 대통령 사건은 궐석재판 제도의 요건과 적용 방식, 그리고 고위 공직자 사건에서의 공정성 논란을 더욱 선명하게 드러냈다. 특히 이번 사례에서는 절차와 판단 과정에서 예외를 인정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점이 비판을 받는다. 구치소가 ‘사회적 파장’이나 ‘인권 문제’ 등을 이유로 인치가 불가능하다고 회신한 것은 법적 근거가 명확하지 않으며, 재판부가 이를 받아들여 구인영장을 발부하지 않은 채 곧바로 궐석재판에 착수한 것도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피고인의 의도적 불출석이 재판 지연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판단은 일반 사건에서 보기 어려운 관대함을 보였다는 비판으로 이어진다. 이는 궐석재판이 예외적으로만 허용되어야 한다는 제도의 본래 취지를 훼손할 수 있으며, 향후 항고심이나 상고심에서 절차적 정당성과 적법성 논란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높인다.
이에 따라 법원은 재판 지연을 방지하고 피고인의 방어권을 보장하기 위해 법적 절차를 철저히 준수하고, 가용한 모든 수단을 신중하고도 완전하게 동원해야 한다. 이는 모든 사람은 법 앞에 평등하다는 헌법 원칙을 실질적으로 구현하는 핵심이 된다. 나아가 ‘적법 절차’와 ‘신속한 재판’이라는 상충하는 가치가 충돌할 때, 궐석재판이 남용되지 않도록 엄격한 심사와 명확한 기준을 마련해야 할 필요성이 더욱 강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