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방대법원, 트럼프 ‘긴급권한 관세’ 제동

6-3으로 관세 무효 ... 트럼프 “치욕” 반발

 

미 연방대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포괄적 글로벌 관세에 제동을 걸었다. 대법원은 1977년 제정된 국제긴급경제권한법(IEEPA)이 대통령에게 관세 부과 권한까지 포괄적으로 위임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트럼프 행정부가 IEEPA를 근거로 시행해 온 이른바 ‘리버레이션 데이’(Liberation Day) 글로벌·국가별 관세의 상당 부분을 무효로 했다. 이번 판결은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 어젠다에 중대한 타격을 줬고, 무역정책 권한의 중심을 의회로 되돌렸으며, 환급 절차와 행정부의 다른 법에 근거한 조치 가능성을 둘러싼 2차 파장을 불러왔다.


판결 요지·적용범위 - IEEPA 관세는 무효 ... 232조 관세는 유지됐다

 

대법원은 6-3 다수의견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국가비상사태를 이유로 IEEPA를 동원해 관세를 부과한 행위가 권한을 넘어섰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IEEPA가 대통령에게 관세를 부과할 권한을 부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수입세 부과 권한이 본질적으로 의회에 있고, 대통령이 관세를 부과하려면 명확한 의회 승인에 근거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번 판결은 리버레이션 데이로 불린 글로벌·국가별 관세에 적용됐고, IEEPA를 근거로 한 국가별 조치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정리됐다. 다만 철강·알루미늄·목재·자동차 등 특정 산업을 겨냥한 품목별 관세는 1962년 무역확장법(Trade Expansion Act) 232조를 근거로 도입됐다는 점이 강조됐고, 이번 판결의 직접 대상에서 제외됐다고 설명됐다.

 

관세는 해외에서 들어오는 상품에 부과되는 세금으로 정리됐다. 관세는 통상 물품 가치의 일정 비율로 부과되는 방식이 널리 사용됐고, 수입업자 등 외국 상품을 들여오는 기업이 정부에 납부하는 구조로 설명됐다. 관세 부담이 가격 전가를 통해 소비자에게 이전될 수 있다는 점이 정책 논쟁의 핵심으로 작동해 왔다.


시장·정치권 반응 - 불확실성 완화 기대

 

판결 직후 월가 지수는 빠르게 반응했다. S&P 500 지수는 0.45% 상승했고, 다우존스는 0.07% 올랐으며, 나스닥은 0.42% 상승했다. 시장이 불확실성 완화를 단기 호재로 받아들였다는 해석이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가 미국 제조업을 되살리고 투자와 고용을 끌어올린다는 논리를 반복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가 없으면 모두가 파산할 것이라고 주장하며 관세를 경제정책과 대외 협상수단의 핵심으로 내세웠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판결을 “치욕”이라고 부르며 반발했다고 전해졌다.

 

반면 기업계와 민주당과 일부 공화당 진영은 관세 비용이 소비자 가격으로 전가된다고 비판해 왔다. 관세가 물가와 공급망에 부담을 주고, 결국 가계와 기업 모두의 비용을 키운다는 주장이 쟁점으로 부각됐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소속된 공화당 내부에서도 관세 정책을 둘러싼 이견이 존재했다.


동맹국 반응

 

국제사회도 즉각 반응했다. 영국 정부는 판결이 자국에 미칠 영향을 미국과 함께 파악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유럽 각국도 판결의 적용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이미 진행 중인 대미 통상협상과 기업의 가격·계약 조건에 어떤 변화가 생길지 점검하고 있다는 기류를 보였다.

 

이번 판결은 유럽을 포함한 주요 교역국에 세 가지 영향을 남겼다는 평가가 나왔다. 첫째, IEEPA 기반의 포괄 관세가 무효가 되면서 단기적으로는 대미 수출 비용의 불확실성이 일부 낮아졌다는 해석이 나왔다. 둘째, 트럼프 행정부가 다른 법적 근거를 통해 관세를 재설계할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협상상대국 입장에서는 ‘관세가 언제 어떤 형태로 복원될지’라는 불확실성이 남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셋째, 환급·정산 문제가 길어질 경우 미국 수입업자와 해외 공급업체의 계약 재협상 압력이 커지고, 유럽 기업의 대미 공급 일정과 가격전략이 재조정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됐다.


환급 쟁점 - 1300억달러와 ‘자동 환급’ 요구가 부상했다

 

현재까지 미 세관이 IEEPA 근거 관세로 1300억달러를 넘는 수입세를 거둔 것으로 알려졌고, 무효 판단 이후 환급 요구가 쏟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반관세 단체 ‘위 페이 더 태리프스(We Pay the Tariffs)’는 전액·신속·자동 환급 절차를 요구하는 서명운동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무역법 전문가들은 환급 집행이 국제무역법원(Court of International Trade) 절차로 넘어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무역법 전문가들은 대규모 신청이 몰릴 경우 절차가 혼잡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일부 기업이 이미 관세 환급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는 사례도 거론됐다. 일부에서는 집단소송으로 전개가 될 수 도 있다고 예상하고 있다.


전망·헌정적 함의 - 의회 권한을 재확인 다만 일부 불확실성도 확대

 

이번 판결로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방식의 상호·국가별 관세는 법적 기반을 잃었다. 다만 이번 판결이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구상을 완전히 끝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나왔다. 행정부가 이미 IEEPA 외의 다른 법적 근거를 통해 일부 관세를 운용해 왔고, 향후에도 다른 법률에 근거한 조치가 논의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됐다. IEEPA처럼 즉시성과 포괄성을 갖춘 방식이 차단됐다는 점에서, 향후 관세 도입이 더 많은 절차와 시간을 요구할 수 있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그럼에도 무역정책의 긴장이 곧바로 해소되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환급을 둘러싼 법적·행정적 분쟁이 본격화될 수 있고, 행정부가 다른 법에 근거한 조치로 관세 정책을 재구성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이번 결정은 관세의 경제효과를 넘어 통상정책이 어디까지 대통령의 단독 결정으로 가능하며 어디부터 의회의 통제 아래 놓여야 하는지에 대한 헌정질서의 재확인을 남겼다. 대법원은 수입세 부과 권한의 정당성은 명확한 의회 승인에 의해 뒷받침돼야 한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했다고 평가됐다. 이번 판결은 관세정책을 둘러싼 책임과 비용의 배분이 제도권 전체의 문제로 환원됐다는 결론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