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통행료 4일 ... 5-18일 전국 고속도로 전면 면제

‘체감 혜택’과 ‘유발수요’ 사이에서 남는 숙제

 

정부가 올해 설 연휴 기간 전국 고속도로 통행료를 4일간 전면 면제하기로 했다. 2월 15일 0시부터 18일 24시까지 잠시라도 고속도로를 이용하는 모든 차량이 대상이며, 하이패스와 일반차로 모두 평소 절차대로 이용하면 통행료가 0원으로 처리된다. 국토교통부는 이번 조치가 명절 이동에 따른 ‘민생 교통비’ 부담을 낮추는 데 목적이 있다고 밝혔다.

 

 

이번 면제의 특징은 ‘연휴 3일’ 관행을 넘어 하루를 추가했다는 점에 있다. 명절 기간(2월 16-18일) 외에 2월 15일을 면제일로 포함하기 위해 국무회의 심의가 필요했고, 그 근거로 유료도로법 시행령 제8조 제2항이 제시됐다. 결과적으로 정책 메시지는 단순한 관행적 면제를 넘어, 면제 범위를 의도적으로 확대한 결정이라는 데 방점이 찍혔다.


하루 확대한 면제, 이용 방식은 ‘평소와 동일’로 설계

 

면제 적용 기준은 ‘기간 중 잠시라도 이용’이다. 2월 14일에 진입해 15일에 진출하거나, 18일에 진입해 19일에 진출하는 차량도 면제 대상이 된다. 경계 시점에서 요금이 부과되는 혼선을 줄이기 위해, 진입-진출 시점의 조합보다 ‘이용 사실’ 자체에 초점을 맞춘 설계로 볼 수 있다.

 

현장 운영은 절차 단순화를 택했다. 하이패스 차량은 단말기 전원을 켜고 통과하면 ‘통행료 0원 정상 처리’ 안내가 나오고, 일반차로는 통행권을 뽑아 진출 요금소에 제출하면 즉시 면제 처리된다. 명절 혼잡 상황에서 추가 신청, 사후 환급 같은 행정 절차를 붙이지 않아 혼선을 최소화하겠다는 판단이 읽힌다.


통행료 면제는 ‘지원’이지만, 누가 비용을 부담하는지는 별도 질문

 

명절 통행료 면제는 운전자에게 즉시 혜택이 돌아가는 가장 단순한 교통비 지원 수단이다. 다만 정책평가의 출발점은 ‘누가 부담하느냐’다. 재정 고속도로 구간은 공기업 운영과 재정 사이에서 비용이 배분되고, 민자고속도로 구간은 손실 보전이 재정 부담 논쟁으로 연결될 수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고속도로 통행요금 감면제도 전반을 다룬 이슈페이퍼에서 경차, 출퇴근, 화물 심야, 명절 면제 등 감면제도를 함께 놓고 정책목표와 형평성, 재원 부담을 점검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제기한 것으로 정리된다. 2019년 기준 감면 항목 중 명절 통행료 면제가 가장 큰 규모였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무료화 실적’은 커졌지만, 집계 기준에 따라 다른 수치

 

국회 제출자료 분석에 따르면, 제도 도입 초기(2017년 추석-2020년 설) 명절 6회 시행분 면제액 합계는 2,872억 원이며, 명절별로는 2017년 추석 535억 원, 2018년 설 442억 원, 2018년 추석 481억 원, 2019년 설 447억 원, 2019년 추석 498억 원, 2020년 설 469억 원으로 정리된다. 통행량은 각 명절마다 약 1,429만-1,637만 대 수준으로 제시됐다.

 

최근 5년(2020-2024년) 기준으로는, 윤종오 의원실이 국토교통부와 한국도로공사 제출자료를 분석한 결과로 ‘총 면제액 4,843억 원’이 제시됐다. 같은 자료에서 민자고속도로 면제액은 1,185억 원으로 정리됐다. 연도별로는 2020년 615억 원(2,263만 건), 2022년 855억 원(3,314만 건), 2023년 1,697억 원(6,664만 건), 2024년 1,676억 원(6,842만 건)으로 제시됐으며, 코로나 방역을 이유로 2020년 추석-2022년 설까지 중단됐다가 2022년 추석부터 재개됐다는 설명도 포함돼 있다.

 

정책 평가에서 중요한 지점은 ‘수치의 변동’ 자체보다, 무엇을 포함해 집계했는지다. 민자 포함 여부, 통행량을 차량 대수로 볼지 통행 건수로 볼지, 중단 기간을 어떻게 처리할지에 따라 해석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 수치와 함께 설명돼야 한다.


효과성은 목표에 따라 엇갈린다 - 부담 완화는 명확, 혼잡과 환경은 경고 신호

 

교통비 부담 완화라는 목표에서는 효과가 분명하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면제는 구조적으로 운전자에게 즉시 비용 절감으로 돌아가고, 최근 5년 누적 4,843억 원이라는 규모 자체가 ‘현금성 혜택’의 크기를 보여준다는 논리다.

 

그러나 혼잡 완화나 수요관리라는 목표로 전환하면 결론이 달라진다. 한국교통연구원 자료집 요지에 따르면, 통행료를 면제하면 특정 시간대 교통량이 늘고 소요시간이 증가하는 패턴이 관찰되며, 단거리 이용 비중이 늘어 혼잡을 키울 수 있다는 설명이 제시된다. 통행료라는 가격 신호를 끄면 유발수요가 생길 수 있다는 전형적인 수요관리 논리와 연결되는 대목이다.

 

형평성 논의도 뒤따른다. 서울대 석사논문 요약에 따르면, 설과 추석 모두 교통량 증가에 영향을 미쳤고, 특히 면제액이 2만 원 이상인 경우 효과가 더 뚜렷하다는 결과가 정리돼 있다. 혜택의 체감이 중장거리, 고액 통행 구간 이용자에게 더 크게 돌아갈 수 있다는 해석으로 이어질 수 있어, 정책 수혜의 분포를 확인하는 후속 평가가 필요해진다.

 

환경 목표까지 포함하면 부정적 근거가 존재한다. 학술논문 정리에는 2017년 추석 무료화 사례에서 PM10 농도가 40.6-58.4% 증가했으며, 그 원인이 무료화로 인한 교통량 증가와 연관된다는 추정이 포함돼 있다. 명절에 일시적으로라도 ‘승용차 유인’이 강화되면 대기질 악화와 연결될 수 있다는 경고로 읽힌다.


정책 과제 - ‘요금 면제’의 반복을 넘어, 친환경 대중교통 인센티브로 재설계할 때

 

명절 통행료 면제는 단기간 체감도를 높이기 쉬운 정책이지만, 목적을 ‘교통비 지원’으로만 둘지, 혼잡과 환경까지 포함한 ‘이동정책’으로 확장할지에 따라 설계가 달라져야 한다. 지원의 즉시성만으로 정책이 반복되면, 혼잡과 환경, 형평성에 대한 평가가 뒤따르지 못한 채 관성적 조치로 굳어질 수 있다.

 

따라서 향후 과제로는 고속버스, 고속철도 등 비교적 친환경적인 대중교통 수단에 강력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향이 함께 검토될 필요가 있다. 운전자 부담 완화라는 목표를 유지하더라도, 정책 수단을 ‘도로 통행료 0원’에만 묶어둘 경우 유발수요와 배출 증가라는 비용이 뒤따를 수 있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가 이번 면제 조치와 함께 안전운전을 당부한 것처럼, 명절 이동대책은 단일 수단이 아니라 패키지로 평가돼야 한다. 통행료 면제의 비용과 효과를 공개 가능한 방식으로 정례 평가하고, 그 결과에 따라 대중교통 유인 강화 같은 대안을 조합하는 방식으로 정책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 다음 논의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