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유통업체의 새벽배송(심야 주문·새벽 도착)을 둘러싼 규제 완화 논의가 국회로 넘어왔다. 오프라인 영업 규제 틀은 유지하되 ‘온라인 배송’만 예외로 두자는 법안이 발의된 데 이어, 영업시간 제한 규정 자체를 삭제하는 전면 완화안까지 제출되면서 논의가 ‘투트랙’으로 전개되고 있다. 정부는 대·중소 유통 상생협력 방안을 함께 마련하겠다는 기조를 내세우면서도 “세부사항은 아직 구체적으로 논의된 바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온라인만 예외’와 ‘규제 폐지’, 국회에
국회에는 최근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이 잇따라 제출됐다. 한 축은 오프라인 규제(영업시간 제한·의무휴업)는 유지하되, 그 시간대에도 온라인 주문을 위한 포장·반출·배송 등은 제한하지 않도록 예외를 신설하는 방식이다. 다른 축은 온라인 영업 규제 적용 배제를 넘어, 지자체가 0시~오전 10시 범위에서 제한할 수 있도록 한 ‘영업시간 제한’ 규정을 삭제하는 등 보다 폭넓게 손보는 방안이다.
현행 유통산업발전법은 대형마트와 준대규모점포(SSM)에 대해 심야 시간대 영업을 제한할 수 있도록 하고, 매월 일정 횟수 의무휴업일을 지정하도록 하는 규정이 핵심이다. 이번 개정 논의의 쟁점은 ‘매장 문을 여는 행위’는 막더라도 ‘온라인 주문 처리’까지 막아야 하느냐, 나아가 규제 자체를 시대 변화에 맞게 재설계해야 하느냐로 갈린다.
정부·여당: “규제 비대칭 해소”와 “상생 패키지”를 함께
정치권에서는 온라인 플랫폼(새벽배송)과 오프라인 유통 간 규제 비대칭을 해소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대형마트·SSM은 심야 시간대 영업이 제한되지만, 온라인 기반 플랫폼은 사실상 24시간 주문·배송이 가능해 경쟁 조건이 불공정하다는 논리다.
다만 정부는 ‘새벽배송 시장을 포함한 대·중소 유통업계 상생협력’ 틀을 함께 마련하겠다고 하면서도, 구체적 제도 설계는 아직 확정 단계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정책 추진이 ‘규제 완화’로만 읽힐 경우 소상공인·노동계 반발이 커질 수 있는 만큼, 보완책을 패키지로 내놓는 방식이 유력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노동계·소상공인 “새벽배송 빗장 해제”에 반발…건강권·골목상권 우려
노동계는 새벽배송 확대가 현실화되면 ‘매장 물류거점화’와 함께 야간 집품·포장 업무가 늘어나 노동강도가 높아질 수 있다고 본다. 특히 새벽배송이 ‘속도 경쟁’을 부추겨 안전·건강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을 경고하며, “쿠팡을 잡겠다며 시장 전체를 쿠팡식 경쟁으로 몰아가는 것은 해법이 아니다”라는 문제의식을 내세운다.
소상공인 단체도 대형마트 새벽배송이 허용될 경우 동네 상권의 시간대 경쟁이 심화돼 전통시장·골목상권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반발한다. 유통산업발전법의 영업 규제는 애초 전통시장·중소유통 보호 취지였는데, 온라인을 예외로 두면 제도의 목적이 약화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두 집단의 공통 요구는 ‘규제 완화’가 추진되더라도 △야간노동·건강권 보호장치(휴게·교대·인력기준) △상생대책의 실효성(수수료·입점·지역상품 등) △플랫폼 불공정 구조에 대한 별도 규율이 함께 설계돼야 한다는 점이다.
‘편익’은 커지지만, ‘보호장치’는 흔들리나…복지 관점의 대안도
이용자 입장에선 새벽배송의 시간대 확대가 편익을 키울 수 있다. 다만 배송 시장 전반에서 ‘주 7일 배송’이 확산되며 현장 휴무 보장과 연속 노동 규제가 제대로 작동하는지에 대한 논란이 반복되고, 2021년 택배 사회적 합의로 마련된 장시간 노동 억제·분류전담인력 투입 등 보호장치가 느슨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택배 분야에선 ‘새벽배송’ 자체를 둘러싼 사회적 대화도 이어지고 있다. 노동계는 특히 가장 위험한 시간대(밤 12시~새벽 5시)의 배송을 제한하자는 제안을 내놓거나, 새벽배송 노동시간 상한(주간 총 노동시간 제한) 같은 원칙을 논의 테이블에 올려 왔다. 보건·의학적 근거도 논쟁의 축이다. 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야간교대근무(생체리듬 교란을 수반하는 야간노동)’를 ‘인간에게 발암 가능성이 있는 요인’(Group 2A)으로 분류한 바 있다.
이 때문에 복지·노동정책 관점에서는 ‘밤을 더 열어 편익을 키우는’ 방식보다, 낮 시간대에 물류·피킹·배송의 생산성을 높이고 수요를 분산하는 방식(예: 주간 도착보장, 시간대 슬롯 확대, 집품 자동화·전담 인력 기준)을 우선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더 나아가 새벽배송을 원칙적으로 제한하되, 의약품·응급 생필품 등 필수재에 한해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예외조항’ 설계가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규제 비대칭’ 해소냐, ‘야간노동’ 확산이냐
이번 논의는 크게 세 갈래로 압축된다. 국회는 ‘온라인 주문 처리만 예외’로 최소 완화를 하자는 안과, 영업시간 제한 규정 자체를 걷어내는 전면 완화안으로 갈린다. 정부·여당은 규제 비대칭 해소 필요성을 언급하면서도, ‘상생협력’ 보완책 없이 추진할 경우 규제완화로만 읽혀 반발이 커질 수 있다는 현실을 의식하고 있다. 노동계·소상공인은 새벽배송 확대로 야간노동이 늘고 골목상권이 추가로 압박받을 수 있다는 점을 공통으로 우려하며, 건강권·상생·플랫폼 불공정 구조에 대한 보호장치가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결국 입법 설계의 핵심은 ‘배송 편익’과 ‘노동·상권 보호’를 어떤 원칙과 조건으로 절충할지에 있다. 새벽배송을 둘러싼 규제 완화는 단순히 ‘대형마트도 하게 해 달라’는 산업정책에 그치지 않는다. 시장의 편익을 키우는 선택이 노동자의 건강권과 지역 상권의 생존을 훼손하는 방향으로 작동한다면, 사회적 합의는 다시 흔들릴 수 있다. 따라서 법·정부 대책은 배송 경쟁을 확장하는 조문만이 아니라, 야간노동·안전·휴식권을 담보할 구체적 기준과 상생의 실효성을 함께 제시하는 방식으로 설계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야간노동의 건강 위해 근거를 제도 설계에 반영하고, 새벽배송을 원칙적으로 제한하되 의약품·응급 생필품 등 필수재에 한해 예외를 두는 방식, 또는 낮 시간대 생산성·슬롯을 확대해 수요를 분산하는 방식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