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지난 3월 국민연금 개혁안이 통과되며 보험료율은 현행 9%에서 13%로, 노후에 돌려받는 소득대체율은 40%에서 43%로 상향됐다. 정부는 2026년부터 보험료율을 0.5%포인트씩 8년에 걸쳐 천천히 올리는 이른바 슬로우 스텝 방식을 내세우며 충격 완화를 강조한다. 표면적으로 보이는 공식 설명은 단순하다. 직장가입자는 회사와 근로자가 반반씩 부담하고, 지역가입자는 전액을 스스로 부담한다는 구도다. 그러나 누가 실제로 얼마나 내는지를 조금만 들여다보면 다른 지도가 펼쳐진다. 특히 많은 기사 제목은 "내년 국민연금 보험료 9.5%" "지역가입자 부담 ○○만 원·직장인 부담 ○○만 원"처럼 인상률과 월별 부담액에만 시선을 고정시키고, 제도 설계의 보다 본질적인 쟁점은 거의 다루지 않는다. 국민연금에는 분명한 상한선이 존재하고, 이 상한선 때문에 소득이 높을수록 실질 부담률이 낮아지는 역진 구조가 제도 안에 내장돼 있다. 보험료율 인상 논의를 둘러싼 형평성 논쟁은 바로 이 지점을 통과하지 않고서는 완성될 수 없다. “자영업자는 전액, 직장인은 반반” 프레임의 한계 보험료율 인상 보도는 대체로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의 분담 방식 차이에 초점을 맞춘다. 제목과 리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시가 코카콜라, 네슬레 등 초가공식품(Ultra-processed food)을 만드는 대형 식품·음료 기업 10곳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시 정부는 이들 기업이 사실상 공중보건 위기를 유발했고, 중독성을 높인 제품과 기만적 마케팅으로 막대한 이윤을 거두는 동안 당뇨병, 지방간, 암 등 심각한 질환을 유발했다고 주장한다. 소장에서 이름이 오른 기업은 코카콜라, 네슬레, 펩시코, 크래프트 하인즈, 포스트 홀딩스, 몬델레즈 인터내셔널, 제너럴 밀스, 켈로그, 마스, 코나그라 브랜즈 등 10곳이다. 이들은 오레오, 사워 패치 키즈, 킷캣, 체리오스, 런처블스 등 미국의 대표적인 스낵·시리얼·가공식품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초콜릿·캔디류에서 탄산음료, 에너지 음료, 아침 시리얼과 냉동 간편식에 이르기까지 초가공식품으로 분류되는 제품군 전반을 사실상 망라하고 있다는 것이 샌프란시스코 시의 문제의식이다. 시는 이러한 일상적 브랜드들이 전형적인 초가공식품의 사례이며,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과 손쉬운 접근성 때문에 특히 저소득층과 아동·청소년의 식단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다고 지적한다. 그 결과 각종 만성질환 위험이 사회·경제적 취약
2024년 12월 3일 밤 10시25분경, 윤석열 대통령은 긴급 담화를 통해 대한민국 전역에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1979년 이후 45년 만에 내려진 계엄령이었다. 계엄군은 선거관리위원회와 일부 공공기관에 진입했고,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가결되기 전까지 국회 출입 통제 시도가 이어졌다. 그날 밤과 이튿날 새벽 사이 국회는 재석 190명 전원 찬성으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했고, 12월 4일 새벽 4시 30분 국무회의에서 계엄 해제가 선포되면서 6시간 남짓한 계엄의 밤은 형식상 막을 내렸다. 그러나 헌정 질서를 뒤흔든 비상계엄은 곧바로 형사 수사와 탄핵, 관련 법제 개정으로 이어졌다. 국방부·검찰·경찰·사법부 등 국가기관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이후 어떻게 책임을 묻고 스스로를 성찰했는지는 여전히 현재진행형 과제다. 진상 규명과 내란 단죄 역시 계엄 선포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진행 중이다. 사법부: 침묵의 밤에 대한 뼈아픈 자기비판 비상계엄 직후 사법부의 대응은 가장 큰 비판을 받았다. 대법원은 계엄 선포 당일 별도의 공식 입장을 내지 않은 채, 내부적으로는 계엄 상황에서 형사 재판 관할을 어떻게 할지 검토하는 회의를 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국내 최대 전자상거래 플랫폼인 쿠팡에서 3천370만 개에 달하는 고객 계정 정보가 무단 유출된 사실이 확인됐다. 대한민국 성인 인구의 약 4명 중 3명에 해당하는 규모로, 사실상 대부분의 쿠팡 고객 정보가 한 번에 노출된 셈이다. 이름과 이메일, 휴대전화 번호, 배송지 주소, 일부 주문 정보까지 포함된 반면 결제 정보와 비밀번호는 유출 대상에서 제외됐다는 것이 쿠팡 측 설명이다. 그러나 5개월 이상 지속된 대규모 침해를 제때 탐지하지 못했고, 초기에 피해 규모를 4천여 개 계정 수준으로 축소 발표했다는 점에서 보안 관리 전반에 대한 근본적 질문이 제기되고 있다. 사건의 규모와 유출 정보의 성격 쿠팡은 처음 공지에서 무단 접근으로 노출된 계정이 약 4천536개에 불과하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후 조사에서 실제 노출 계정 수가 약 3천370만 개, 당초 발표의 7천500배가 넘는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결과적으로 쿠팡이 초기 대응 단계에서 피해 규모를 지나치게 축소·오인하도록 알렸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이번 사고는 국내에서 발생한 개인정보 유출 가운데 최상위권에 속하는 초대형 사고일 뿐 아니라, 사고 자체보다 회사의 인식과 대응 능력에 더 큰 문제가 있
지난달 28일 서울행정법원이 구 방송통신위원회(현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가 유진그룹 계열사인 유진이엔티를 YTN의 최다액출자자로 승인한 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하면서, YTN 민영화 과정이 중대한 변곡점을 맞았다. 합의제 행정기관인 방통위가 사실상 2인 체제에서 핵심 안건을 의결한 것이 절차상 위법하다고 본 것으로, 기존부터 문제가 제기돼 온 이른바 '2인 방통위' 체제 전반에 대한 사법적 경고이자, 보도전문 방송채널사용사업자인 YTN의 지배구조를 일반 민간 자본에 넘기는 방식의 민영화가 근본적으로 타당한지에 대한 문제 제기로도 읽힌다. 이번 판결로 유진그룹의 YTN 인수 절차는 다시 불확실성에 빠졌지만, 동시에 YTN 민영화 자체를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신호도 분명해졌다. 방통위의 항소 여부, 나아가 재심사 절차를 둘러싼 향후 법적·정치적 공방은 불가피하겠지만, 단순히 '조건을 고쳐 다시 승인할 것인가'의 차원을 넘어, 보도전문 공익채널을 시장 매각 대상으로 삼는 접근이 과연 정당한지에 대한 근본적 논의가 뒤따를 수밖에 없는 국면이다. 1심 판결의 내용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부장판사 최수진)는 YTN 우리사주조합과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가 방통위를 상
텍사스주가 공화당의 연방하원 다수당 유지를 위해 밀어붙인 선거구 재획정에 대해 연방법원이 제동을 걸었다. 연방 항소법원 3인 판사 중 2대 1 결정으로 텍사스의 새 하원 선거구 획정은 흑인·히스패닉 유권자의 영향력을 약화시키는 인종적 게리맨더링에 해당할 소지가 크다며,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해당 획정안의 사용을 금지하는 가처분을 인용했다. 판결을 작성한 제프리 V. 브라운 연방지방법원 판사(트럼프 1기 때 지명)는 “텍사스의 선거구 재획정은 정치적 고려만으로 설명되지는 않으며 지역구를 인종적으로 게리맨더링했다는 상당한 증거가 존재한다”고 적시했다. 이 결정으로 텍사스는 최소한 2026년 중간선거에서는 공화당 주도 의회가 2021년에 작성했던 기존 선거구를 사용해야 할 가능성이 커졌다. 텍사스 주정부와 공화당 지도부는 곧바로 연방대법원에 항소했다. 이번 사건은 2026년 연방하원 선거의 판세뿐 아니라, 인종·정당을 둘러싼 미국 선거구 재획정 법리 전반에 영향을 미칠 ‘전국구’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판결 핵심: “정당 이익”을 넘어선 인종 기반 선거구 조작‘정당 게리맨더링’과 ‘인종 게리맨더링’의 경계 텍사스 공화당은 선거구 획정은 공화당 의석을 최대 5석까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내란 우두머리 방조 혐의 사건을 심리하던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재판장 이진관 부장판사)가 법정 소란을 이유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측 변호인 이하상·권우현 변호사에게 선고한 감치 15일은 이후 집행이 중지됐지만, 이를 둘러싼 논란이 형사 고발과 손해배상 청구 소송으로 비화했다. 김 전 장관 변호인단은 25일 담당재판부, 서울중앙지방법원장, 대한민국 정부를 상대로 총 500만 원의 위자료를 청구하는 손해배상 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제기했다. 앞서 이들은 이 부장판사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및 불법감금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형사 고소한 바 있다. 한편 법원행정처는 같은 날 천대엽 처장 명의로 이하상·권우현 변호사를 법정모욕과 명예훼손 등 혐의로 서초경찰서에 고발했다. 서울중앙지법도 대한변호사협회와 서울지방변호사회에 이들에 대한 징계 회부를 요청하며, 사태는 법원 대 변호인단의 정면 충돌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감치 재판의 법적 성격 – 형사·민사 재판과 무엇이 다른가 이번 사건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감치 재판 자체의 법적 성격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감치는 형사소송법상 유죄·무죄를 판단하는 형사재판이나, 민사소송법상 권리
비만 치료제 마운자로를 둘러싼 해외 구매 후기가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를 통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국내 출시가 이뤄진 지 약 석 달이 지났지만 공급난과 높은 약값이 이어지면서, 일부 소비자들은 더 저렴하고 접근성이 높은 일본과 인도로 눈을 돌렸다. 이들은 국내 제품을 김치자로, 일본 제품을 일본자로, 인도 제품을 인도자로 부르며 사실상 별도의 시장을 형성했다. 국내에서 마운자로는 지난 8월 중순 공식 출시됐지만 물량이 제한돼 대형 병원과 약국 위주로만 유통됐다. 일반 의원과 동네 약국에서는 여전히 구하기 어렵다는 불만이 이어졌고, 그 공백을 일본과 인도 현지 구매와 직구가 메우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특히 국내 가격이 일본·인도 등 해외보다 2~4배까지 비싼 상황에서, 해외 구매는 단순한 편법을 넘어 생활비를 줄이는 수단이라는 인식까지 낳고 있다. 일본으로 향하는 마운자로 성지 순례, 낮은 가격 문턱 가장 먼저 성지가 된 곳은 일본이다. 일본에서는 마운자로를 국내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는 점이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용량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4주 분량 기준 일본 가격은 약 20만 원 수준인 반면, 국내에서는 28만 원에서 37만
2019년 국회 패스트트랙 지정 과정에서 촉발된 여야 충돌 사건에 대해 법원이 사건 발생 6년 7개월 만에 첫 1심 판단을 내렸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1부는 2025년 11월 20일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지도부와 의원·당직자 등 피고인 26명 전원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현직 의원 5명(송언석·이만희·김정재·윤한홍·이철규)은 모두 국회법 위반 혐의에 대해 벌금 5백만원 미만을 선고받아 의원직 상실 기준선인 벌금 5백만원 이상에는 이르지 않았다. 형사적 책임은 인정했지만 정치적 대표성을 일거에 박탈하지는 않은 판결이다. 재판부는 이 사건을 "국회가 지난 과오를 반성해 마련한 의사결정 방식을 국회의원들이 스스로 위반한 첫 사례이자, 국회선진화법 위반으로 기소된 첫 사례"라고 규정했다. 다만, 법원은 피고인들이 정치적 목적을 위해 행동했고 사건 이후 여러 차례 선거를 거치며 국민의 정치적 판단도 어느 정도 이뤄졌다는 점을 양형 사유로 들었다. 하지만 요소를 양형 사유로까지 끌어들인 것은 향후 유사 사건에 대한 일반예방과 국회선진화법의 입법 취지 측면에서 적지 않은 논란을 낳을 수 있다. 특히 회의 폭력과 의사진행 방해를 강하게 제재하겠다는 취지에도 불구하고
최근 러닝·마라톤, 헬스 등 아마추어 스포츠 활동이 일상화되면서 젤·액상 형태의 에너지 스틱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은 시중 판매 13개 제품을 대상으로 성분·안전성·표시·가격을 비교 조사한 결과, 제품별 당류·아미노산 등 주요 에너지 성분과 1포 가격(840~3,000원, 최대 3.6배)에 큰 차이가 있는 반면, 중금속·미생물·보존료 등 안전성 기준은 모두 충족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당류 위주 vs 아미노산 위주, 운동 유형에 따라 달라지는 선택 소비자원 시험 결과, 에너지 스틱은 크게 당류를 주 에너지원으로 하는 제품과 아미노산을 주로 함유한 제품으로 나뉘었다. 13개 제품 중 12개는 포도당·과당·설탕 등 5종의 당류를 주요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고 있었고, 1개 제품은 단백질 구성 성분인 아미노산을 중심으로 설계돼 있었다. 열량 기준으로 보면, 당류 위주 12개 제품은 1포당 83~118㎉ 수준인 반면, 아미노산 위주의 제품은 16㎉에 그쳐 에너지 공급 방식에서 큰 차이를 보였다. 탄수화물 함량은 1포 기준 2~29g으로 최대 14.5배 차이가 났으며, 이 가운데 당류(5종)만 놓고 보더라도 5~12g으로 제품 간 2.4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