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 치료제 마운자로를 둘러싼 해외 구매 후기가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를 통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국내 출시가 이뤄진 지 약 석 달이 지났지만 공급난과 높은 약값이 이어지면서, 일부 소비자들은 더 저렴하고 접근성이 높은 일본과 인도로 눈을 돌렸다. 이들은 국내 제품을 김치자로, 일본 제품을 일본자로, 인도 제품을 인도자로 부르며 사실상 별도의 시장을 형성했다.
국내에서 마운자로는 지난 8월 중순 공식 출시됐지만 물량이 제한돼 대형 병원과 약국 위주로만 유통됐다. 일반 의원과 동네 약국에서는 여전히 구하기 어렵다는 불만이 이어졌고, 그 공백을 일본과 인도 현지 구매와 직구가 메우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특히 국내 가격이 일본·인도 등 해외보다 2~4배까지 비싼 상황에서, 해외 구매는 단순한 편법을 넘어 생활비를 줄이는 수단이라는 인식까지 낳고 있다.
일본으로 향하는 마운자로 성지 순례, 낮은 가격 문턱
가장 먼저 성지가 된 곳은 일본이다. 일본에서는 마운자로를 국내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는 점이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용량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4주 분량 기준 일본 가격은 약 20만 원 수준인 반면, 국내에서는 28만 원에서 37만 원에 달한다. 3개월치로 환산하면 일본은 60만 원대, 한국은 100만 원 이상으로 비용 격차가 커진다.
가격뿐 아니라 처방의 용이성도 일본행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일부 일본 미용 클리닉에서는 한국어 상담을 도와주는 직원이 중간에서 병원을 연결해줄 뿐 아니라, 한국어 문진표 작성과 기본 혈액검사 등 비교적 깐깐하지만 필요한 진료 절차도 함께 진행한다. 실제 이용자는 병원 연결을 담당하는 한국인 직원이 있어 언어 장벽을 거의 느끼지 않았다고 전했다.
온라인에는 도쿄, 오사카, 후쿠오카 등 일본 주요 도시에 위치한 마운자로 성지 목록과 이용 후기, 예약 방법이 공유되고 있다. 일부는 여행 일정에 맞춰 진료를 봄으로써, 일본과 한국의 가격 차이로 여행 경비 상당 부분을 상쇄했다는 경험담을 올리고 있다.
인도 직구와 나눠맞기, 가격은 3분의 1 수준이라는 인식 확산
일본보다 더 저렴한 인도 직구는 최근 몇 달 사이 급속히 확산했다. 인도에서 판매되는 마운자로 15밀리그램 제품은 약 280달러, 한화로 약 38만 원 수준에 거래된다. 소비자들이 특히 주목하는 부분은 나눠맞기 가능 여부다. 인도에서는 퀵펜 제형이 판매되고 있어 한 펜에 담긴 용량을 여러 번에 나눠 투여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5밀리그램씩 나눠 투여할 경우 15밀리그램 한 펜으로 최대 세 차례 맞을 수 있고, 이론상 세 달까지 사용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물론 개봉 후 유통기한과 안정성 문제를 고려하면 실제 사용 가능 기간은 더 짧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있지만,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그렇게 따져도 국내보다 훨씬 저렴하다는 인식이 강하다.
특히 인도에서 직구한 한 이용자는 한국에서 5밀리그램을 세 달간 사용하면 월 40만 원씩 총 120만 원이 들지만, 인도 직구로 15밀리그램 한 펜을 나눠 쓰면 40만 원 이하로 해결할 수 있다며 체감 비용이 3분의 1 수준이라고 설명한다
퀵펜과 프리필드펜의 차이, 제형이 만든 경제성 격차
인도 직구의 또 다른 매력은 제형의 다양성이다. 인도에서는 용량 조절이 가능한 퀵펜 제형을 구매할 수 있지만, 국내에는 일회용 프리필드펜 제형만 도입됐다.
프리필드펜은 정해진 용량을 한 번에 모두 투여해야 하는 일회용 구조다. 반면 퀵펜은 사용자가 용량을 조절해 여러 번 나눠 투여할 수 있어 경제적 부담을 크게 낮출 수 있다. 이 차이가 일본자로와 인도자로 대표되는 해외 구매 수요를 키우는 중요한 배경으로 작용한다.
다만 제형 차이는 비용 절감의 기회인 동시에 안전성 리스크도 수반한다. 전문가들은 퀵펜을 이용한 자의적 나눠맞기가 부적절한 용량 조절이나 보관 부주의로 이어질 경우, 효과 감소뿐 아니라 부작용 위험을 키울 수 있다고 경고한다. 특히 인도 직구처럼 고온다습한 지역에서 장거리 운송이 이뤄지는 경우에는 이 문제가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
그럼에도 소비자들이 인도 직구를 감수하는 이유는 국내 공급 부족과 가격 부담이 겹친 구조적 요인 때문이다. 공급난과 고가 약가가 이어지는 한 인도자로를 포함한 해외 구매 수요는 쉽게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세관의 위해 통보와 반입 제한, 사실상 완전 봉쇄에 가까운 조치
해외 구매가 확산하자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움직였다. 11월 10일 인천공항세관은 마운자로와 위고비가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위해 통보 품목으로 지정돼 반입이 제한된다고 발표했다. 핵심은 자가 치료 목적이라 하더라도 수입요건확인 면제 추천서가 없으면 반입이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이전에는 개인이 치료 목적의 전문의약품을 최대 3개월분, 6병 이하 범위에서 들여올 때 별도의 신고 없이 통관이 가능했다. 그러나 이번 조치로 추천서 없이 반입하는 경우 압류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세관 차원에서 사실상 마운자로 해외 직구를 전면 차단한 셈이다.
문제는 이 추천서를 받는 것이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는 데 있다. 희귀의약품센터는 마운자로가 희귀의약품이 아니라는 이유로 발급을 거부하고, 지자체 역시 국내에서 이미 판매 허가를 받은 제품이라는 이유로 임의로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수입요건확인 면제대상 물품 중 의약품등의 추천요령」이라는 공무원 업무처리 지침에 따라 애초에 추천서를 작성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 제도상 통로는 존재하지만 이 지침 때문에 실무에서는 사실상 막혀 있는 구조다.
게다가 세관은 반입 제한 직전에야 관련 공지를 내 현장에서 상당한 혼란을 초래했다. 이미 항공권과 현지 진료 예약을 마친 뒤 귀국길에 약을 챙겨 오려던 소비자들 상당수가 공항에서야 규제 사실을 알게 됐다는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정부는 오남용 우려를, 소비자는 이중 잣대를 제기
정부 입장은 분명하다. 보건복지부와 식약처는 마운자로를 오남용 우려 의약품으로 지정하고 단속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마운자로는 체질량지수 BMI 30 이상이거나, BMI 27 이상이면서 동반 질환이 있는 환자에게만 처방이 가능한 전문의약품이다. 오심과 구토 같은 비교적 경미한 부작용에서부터 급성 췌장염, 담석증 등 심각한 이상반응까지 보고되고 있는 만큼 관리가 필요하다는 논리다.
그러나 소비자들의 시선은 다르다. 국내에서도 BMI 기준 확인 없이 쉽게 처방해주는 병원이 적지 않은데, 해외 구매에만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정책 일관성에 어긋난다는 비판이 나온다. 일본에서는 체중, 체지방 등 기초 계측뿐 아니라 병력과 가족력, 혈액검사까지 포함한 문진 과정을 거친 뒤 처방하는 곳이 많은데, 한국은 간단한 진료 후 곧바로 처방전을 내주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가격 문제는 불신을 키우는 또 다른 축이다. 국내 가격이 일본과 인도 등 해외보다 대략 2배에서 최대 4배까지 비싼 상황에서, 해외 직구만 막는 것은 제약사 일라이 릴리의 고가 정책만 보호해주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뒤따른다.
특히 일본의 경우 이 약을 비만과 제2형 당뇨병 적응증에 대해 건강보험 급여 대상에 포함시키는 방식으로 실질 약가를 낮춘 반면, 한국 정부는 약가 협상과 급여 논의에는 소극적인 채 통관 규제만 강화하고 있어 국민 건강 차원에서 사실상 직무를 방기하고 있다는 비판까지 제기된다. 정부가 진정으로 국민 건강을 우려한다면 약가 인하와 보험 적용 확대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것이 소비자들의 주장이다.
국회 국민동의청원 등장, 약가 정상화와 통관 금지 철회 요구
여론의 불만은 결국 국회 청원으로 번졌다. 11월 19일 국회 국민동의청원 페이지에는 마운자로 국내 약가 정상화 및 오남용 방지 정책 개선을 요구하는 청원이 게시됐다. 청원인은 한국이 동일 용량 기준으로 일본보다 최대 약 2.5배 비싸다며, 일본은 비만용 젭바운드까지 국가가 급여로 통제하는 반면 한국은 가격을 제약사 재량에 맡겨 사실상 폭리를 방치했다고 비판한다.
또한 국내에서는 BMI 확인조차 하지 않는 병의원이 많고 정상 체중의 미용 목적 처방이 흔한 반면, 일본은 병력과 가족력 조사, 혈액검사를 포함한 철저한 문진을 통해 처방한다며 오남용 관리의 책임이 정부와 의료기관에 있다고 지적한다. 10월 국정감사에서 미성년자 처방 문제가 지적됐음에도 이를 바로잡지 못한 채, 관리 실패를 감추기 위해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개인 환자만 희생양으로 삼았다는 주장도 담겼다.
청원인은 해법으로 약가 정상화를 위한 정부 개입, 제2형 당뇨병 환자에 대한 급여 논의 재개, 병의원 오남용 단속 강화, 마운자로 통관 금지의 즉각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이 청원은 12월 19일까지 동의 절차가 진행되며, 5만 명 이상 동의가 모일 경우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로 회부돼 정부로부터 공식 답변을 받게 된다.
약가 인하와 공급 확대, 비만 치료 정책과의 정합성을 함께 봐야
이번 사안을 단순히 직구 단속 문제로만 볼 수는 없다. 고가 약가와 공급난, 비만 치료에 대한 사회적 수요 증가, 규제 당국의 관리 역량과 책임 소재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통관만 막는 방식으로는 문제의 근본 원인을 해결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우선 약값을 낮추기 위한 정부와 제약사의 협상 구조가 필요하다. 해외에서는 보험 적용 확대나 약가 인하 협상이 진행되면서 비만 치료제에 접근할 수 있는 환자 범위가 점차 넓어지고 있다. 반면 한국은 고가를 유지한 채 개인 부담에 의존하는 구조가 지속되고 있어, 경제적 여유가 있는 사람에게 치료 기회가 집중된다는 불만이 커지는 상황이다.
마운자로를 통해 체중 감량과 대사 개선 효과를 경험한 환자들의 시각은 더욱 절박하다. 마운자로를 약 석 달에서 네 달 정도 투여한 환자는 그 과정에서 혈당과 혈압이 모두 정상 범위로 돌아왔다고 밝혔다. 이 환자에게 마운자로는 단순한 다이어트 약이 아니라 당뇨와 심혈관 질환 위험을 낮추는 치료제에 가깝다.
그는 해외에서는 보험 적용 확대나 약값 인하 협상이 진행되고 있는데 한국만 고가를 유지하고, 동시에 해외 구매 길까지 막아버리면 결국 경제적 여유가 있는 사람만 치료 혜택을 누리게 되는 것 아니냐고 반문한다. 비만을 질병으로 인정하고 적극적으로 관리하겠다는 정부 정책 방향과 실제 비만 치료제 접근성 사이에 괴리가 존재한다는 비판이다.
통관 단속을 넘어 약가와 오남용 관리까지 아우르는 종합 해법 필요
마운자로 해외 직구와 세관 규제 논란은 고가 비만 치료제 시대에 한국 보건의료 시스템이 어떤 원칙과 기준을 가져야 하는지 묻고 있다. 정부는 국민 건강 보호와 오남용 방지라는 명분을 내세우지만, 소비자는 국내 약가 구조와 공급난, 처방 관행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 없이 통관만 막는 조치가 문제의 본질을 비켜가고 있다고 느낀다.
해외 직구를 통한 안전성 리스크는 분명히 관리해야 할 과제다. 그러나 그에 상응하는 수준으로 국내 약가 정상화, 보험 급여 체계 정비, 처방 기준 준수와 오남용 단속, 제형과 공급 다변화 전략이 함께 마련되지 않는다면 비슷한 논란은 다른 약을 통해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비만을 단순한 외모 문제가 아닌 만성 질환으로 다루겠다는 정책 방향에 걸맞은 약가와 접근성, 통관과 규제 정책이 정교하게 설계될 필요가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직구 단속이라는 단일 수단이 아니라 환자와 소비자, 제약사, 규제 당국 모두의 책임을 균형 있게 묻는 종합 해법에 가깝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