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7월 24일, 유홍준 신임 국립중앙박물관장은 취임 인사와 함께 향후 박물관 운영 방향을 설명하는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간담회는 오전 11시부터 12시까지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진행됐다.
박물관의 위상과 과제
유 관장은 "국립중앙박물관은 한국 역사와 문화의 심장"이라고 강조하며, 국내외 박물관과의 협력 확대 및 인프라 개선을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그는 "현재 국립중앙박물관은 세계적으로 6위권 규모를 갖추고 있으며, 한류와 국제적 위상에 부응하기 위해 세계 유수 박물관과 협력해 블록버스터 순회전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관람객 서비스 개선을 위해 교통 및 주차 인프라 확충이 시급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유 관장은 "주말마다 용산대로가 정체되어 관람객이 접근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평일 및 야간 개관 확대, 특히 수요일 야간 개방과 주중 방문을 요청하였다.
시대 변화에 맞춘 전시 전략
유 관장은 "초창기 박물관 전시는 조선시대 회화와 전통 유물 등 폭넓은 주제를 다루었지만, 현재는 특정 분야를 깊이 있게 조명하는 전시로 발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미술과 문화의 가치를 세계에 알리고, 국내 관람객이 해외 명작을 편하게 볼 수 있는 전시를 강화하겠다"고 덧붙였다.
또한 어린이박물관 확장 및 체험형 콘텐츠 도입을 통해 미래 세대의 문화 향유를 지원하겠다는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용산 공원과 연계한 별도의 어린이박물관을 현재 건축 중이며, 완공 후 어린이 박물관을 옮긴 뒤 남는 공간에는 중앙박물관의 다양한 기능과 부족한 편의 시설 등을 추가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100만명을 예상하고 만든 시설이 현재 400만명이 방문함에 따라 편의시설 부족 등 어려움을 겪고 있어 이에 대한 보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입장료 및 운영 정책
박물관 입장료 유료화 관련 질문에 대해 유 관장은 "현재 무료 입장이 원칙이나, 향후 유료화 논의가 필요할 수 있다"고 답했다. 그는 "과거 경복궁 입장료 인상 사례처럼 큰 금액이 아니더라도 일정 금액을 지불하면 관람 태도가 더욱 진지해질 수 있다"며, 특히 경복궁 사례에서처럼 한복 대여 등 국내 파생 산업이 활성화될 수 있어 국내 경제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만약에 유료화를 할 경우 관람객이 줄어들 수 있어 이에 대한 충분한 고려가 필요하다. 그는 유료화가 단순히 재정 확보 수단이 아닌, 관람 태도 개선과 파생 산업 활성화라는 긍정적인 효과를 함께 가져올 수 있도록 설계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한국문화를 확산하는 정책적 가치관과 유료화를 통한 진지함에 대한 태도 간의 균형을 어떤 수준에서 결정해야 할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특히 이러한 유료화 논의 과정에서 국민적 반감이 나타날 수 있음을 우려하며, 폭넓은 공청회와 의견 수렴을 통한 국민적 합의가 사전에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광복 80주년 특별전 ‘두 발로 세계를 제패하다’
기자간담회 이후 7월 25일부터 12월 28일까지 열리는 광복 80주년 기념 특별전 ‘두 발로 세계를 제패하다’가 이어서 소개됐다. 전시는 손기정 선수(1912~2002)의 발자취를 중심으로, 1936년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 금메달과 월계관, 손 선수가 기증한 청동투구 등 18건의 주요 유물을 전시한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손기정 선수가 1936년 8월 15일 ‘Korean 손긔졍’이라고 서명한 엽서가 최초로 공개된다. 이는 손 선수가 한국인의 정체성을 전 세계에 알리고자 했던 의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사료다.
특히 AI 기술을 활용해 손기정 선수의 마라톤 여정을 재현한 영상 콘텐츠도 전시된다.
유 관장은 "이번 전시를 통해 손기정 선수의 불굴의 정신과 민족적 자긍심을 다시금 되새길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향후 비전과 전망
유 관장은 "국립중앙박물관은 단순한 유물 전시를 넘어 한국 문화와 예술을 세계로 확산시키는 K-컬처 허브가 되어야 한다"며 "문화산업화 속에서도 문화예술의 본질을 지키는 것이 관장의 소임"이라고 말했다. 그는 눈에 보이는 인프라 예를 들어 주차장과 편의시설 등을 강화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립중앙박물관이 국제적 위상을 확보할 수 있도록 보존 및 복원 인프라와 수장고 등 대중에게 잘 보이지 않는 인프라를 확보·확대할 수 있는 정책을 만들도록 노력하겠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향후 국립중앙박물관은 해외 유명 박물관과의 협업, 디지털 콘텐츠 강화, 해외 유명 전시물에 대한 특별전을 중앙박물관뿐 아니라 수도권 외 지역에서도 순회할 수 있는 정책과 전국 단위 전시 순회 등을 통해 한국 문화의 세계화를 가속화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