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민주노총, 국회 앞 노조법 개정 농성 돌입

ILO 핵심협약 이행과 한국의 숙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과 노조법 2·3조 개정운동본부는 7월 21일부터 국회 앞에서 농성에 돌입하며 노조법 개정의 시급성을 강조했다. 이들은 현행법이 플랫폼 노동자나 특수고용, 프리랜서 노동자의 노조할 권리를 제대로 보장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건설노조에 대한 정부의 탄압 사례를 언급하며, 모든 노동자가 노조법상 '노동자'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법률 정의를 확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회 발의안과 환경노동위 검토 내용

 

박해철 의원 등 여야 의원 13명이 발의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일부개정법률안'(의안번호 2210488)은 사용자의 범위를 확대하고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개정안은 다음과 같은 내용을 포함한다.

 

  • 사용자 범위 확대: 근로계약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조건에 실질적 지배력을 행사하는 자를 사용자로 인정.

  • 노동자 정의 조항 개정: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 등 비정형 노동자의 단결권 보장을 위해 비근로자 가입 제한 규정 삭제.

  • 쟁의행위 범위 확대: '근로조건의 결정'에서 '근로조건 전반'으로 쟁의행위 대상을 넓혀, 부당노동행위나 단체협약 불이행 문제에 대응할 수 있도록 조정.

  • 손해배상 청구 금지: 사용자가 쟁의행위로 인한 손해를 개인 조합원에게 청구하는 것을 제한하고, 법원은 귀책사유와 기여도를 고려해 배상 범위를 산정.


입법 시도와 경과

 

노조법 2·3조 개정 논의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제21대 국회에서는 노동조합의 단체행동권 강화를 위한 개정안 11건과 관련 청원이 제출됐으나, 법제사법위원회의 심사 지연으로 본회의 상정이 무산되었다. 이후 제22대 국회에서도 유사한 개정안이 발의돼 2024년 8월 본회의에서 의결되었으나 대통령의 재의요구와 국회의 부결로 법안이 폐기된 바 있다.

환경노동위원회는 이러한 경과를 토대로, 현재 발의된 박해철 의원안을 비롯해 박홍배·김태선 의원안 등 총 3건의 개정안을 병합 심사하고 있다. 위원회는 특히 사용자 개념 확대와 손해배상 면책 범위 조정이 기존 법체계 및 산업현장에 미칠 영향에 대해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경영계와 노동계의 엇갈린 시각

 

경영계는 사용자 개념 확대와 손해배상 면책 범위를 넓히는 개정안이 법률의 명확성 원칙을 훼손하고 불법 쟁의행위를 조장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반면 노동계는 현재의 손해배상 청구 관행이 과도해 노동3권을 사실상 제약하는 수단으로 작동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대규모 손배소와 가압류가 조합원 개개인에게 과도한 부담을 지우며 노조활동을 위축시킨다고 지적한다.


정책적 의미와 향후 전망

 

노조법 2·3조 개정은 급변하는 노동환경 속에서 비정규직, 플랫폼 노동자의 단체교섭권과 파업권을 보장하려는 시도의 일환이다. 특히 해외 ILO(국제노동기구)의 권고사항과 선진국 입법례를 고려할 때, 개정안은 국제 기준과의 정합성을 높이는 의미가 있다. 다만, 국회 심사 과정에서 경영계와 노동계 간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입법 지연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민주노총은 "국회는 더 이상 경영계의 눈치를 보지 말고, 노동자의 생존권과 권리를 보장하는 입법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하며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