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전쟁 75주년, 끝나지 않은 전쟁과 평화의 과제

희생을 기억하며, 정전에서 종전으로 나아가야 할 이유

2025년 6월 25일, 한국은 6·25전쟁 발발 75주년을 맞아 대전컨벤션센터에서 공식 기념식을 열었다. '영웅들이 지킨 나라, 이어나갈 대한민국'을 주제로 열린 이번 행사는 6·25 참전 유공자, 정부 및 군 주요 인사, 유엔 참전국 외교사절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엄숙하게 진행됐다. 전국 각지에서도 추모 행사와 전시, 학술대회 등이 열리며 전쟁의 아픔과 교훈을 되새겼다.


국제사회 속 한국전쟁의 역사적 의의

 

6·25전쟁은 단순한 한반도 내부의 갈등을 넘어, 냉전 체제를 촉진한 세계사적 분기점이었다. 유엔 안보리 결의를 통해 역사상 최초의 국제연합군이 조직된 이 전쟁은, 집단안보체제의 시발점으로 기록된다. 미국, 영국, 프랑스 등 16개국이 병력을 파견했고, 총 22개국에서 195만 명 이상이 참전했다. 북미,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 남미에 이르는 폭넓은 국제 연대는 한국전쟁의 국제적 성격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 전쟁은 NATO의 확대, 미국 중심의 자유주의 국제질서 확립, 국제 공산주의 진영의 균열 등 세계 정치 질서에 중대한 영향을 미쳤다. 또한 '재래식 무기에 의한 마지막 국제전쟁'으로 인식되며 핵무기 경쟁 시대를 열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참혹한 비극과 민족의 고통

 

그러나 전쟁의 국제사적 의의 뒤에는 깊고 넓은 상처가 남아 있다. 전쟁으로 인한 사망자는 156만 명을 넘어섰고, 군인 피해만도 281만 명에 달했다. 민간인 사망자 수 역시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500만 명의 전쟁 이재민과 천만 명에 이르는 이산가족은 남북한 인구의 3분의 1에 달하며, 분단의 비극을 상징한다. 서울을 포함한 주요 도시와 산업시설, 문화유산이 파괴되며 한반도는 폐허가 되었고, 분단은 고착화되었다. 울산의 한 가정에서 네 형제가 모두 전쟁에 희생된 일화는 전쟁이 남긴 개인적 비극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재명 대통령의 메시지: "가장 확실한 안보는 평화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6·25전쟁의 희생과 대한민국의 성장을 언급하며 "전쟁은 삶을 송두리째 흔들었지만, 우리는 다시 일어나 희망을 품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1인당 국민소득 67달러에 불과했던 나라가 이제는 3만 6천 달러를 넘나드는 경제 강국이 되었으며, OECD 최초로 원조 수혜국에서 원조 공여국으로 전환한 성과를 강조했다. 교육, 과학기술, 문화 등 전 방위적 발전을 이룩한 대한민국은 오늘날 세계 10위 경제력과 세계 5위 군사력을 갖춘 국가로 성장했다.

이 대통령은 "국가를 지키기 위해 희생하신 분들께 충분한 예우를 다하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며, 앞으로 더 많은 지원을 약속했다. 그는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더 중요한 시대"라며, 군사력만이 아닌 지속 가능한 평화 체계 구축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끝나지 않은 전쟁, 이어가야 할 평화

 

6·25전쟁은 여전히 정전 상태로 남아 있으며, 평화협정은 아직 체결되지 않았다. 특히 1953년 정전협정의 당사자가 대한민국이 아닌 북측, 유엔군사령부, 중국인민군이라는 점에서, 대한민국은 법적으로 종전협정을 체결할 권한이 없는 상태다. 이에 따라 진정한 평화 체제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정전협정 당사국들에 대한 외교적 압박과 설득이 병행되어야 하며, 이를 통해 실질적이고 지속 가능한 종전협정 체결이 이뤄져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최근 미·중 간 전략 경쟁 심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동 불안정 등으로 신냉전 구도가 다시금 조성되고 있는 국제 정세 속에서,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를 위한 종전협정 체결 노력은 더욱 절실해지고 있다.

이번 75주년은 한국전쟁의 국제사적 의의와 민족적 비극을 되새기며, 평화와 통일이라는 공동의 미래를 향한 의지를 다시금 다지는 계기가 되었다. 전쟁의 상흔을 딛고 오늘의 대한민국을 일군 모든 이들에게 경의를 표하며, 다시는 이 땅에 전쟁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간절한 염원이 전 국민의 마음에 깊이 새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