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CLA의 도널드 콘(Donald Kohn) 박사와 미국, 영국, 스페인의 연구진은 백혈구 부착 결핍증 I형(LAD-I)을 앓고 있는 아동 9명을 대상으로 유전자 치료 임상시험을 진행했다. 치료 대상은 생후 5개월부터 9세까지의 아동으로, 모두 치료 후 2년 동안 심각한 감염 없이 일상생활을 유지하고 있으며, 피부 병변과 염증성 잇몸 질환이 사라지고 백혈구 기능도 정상으로 회복되었다. 자가 줄기세포를 활용한 이번 치료는 기존의 동종 이식에 비해 안전성과 효과 면에서 큰 진전을 보인 것으로 평가된다. 콘 박사는 "이 아이들은 더 이상 병으로 정의되지 않는다"며 유전자 치료의 획기적인 가능성을 강조했다.
백혈구 부착 결핍증 I형(Leukocyte Adhesion Deficiency type I, LAD-I)은 드문 일차성 면역결핍 질환으로, 백혈구가 혈관 벽에 부착하여 감염 부위로 이동하는 기능에 결함이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 질환은 CD18이라는 단백질을 생성하는 ITGB2 유전자의 돌연변이로 인해 발생하며, 그 결과 백혈구가 정상적으로 기능하지 못해 반복적인 세균 및 곰팡이 감염에 매우 취약해진다. 대부분의 환자는 생후 수개월 이내에 증상이 나타나며, 치료하지 않으면 유아기에 사망할 수 있는 치명적인 질환이다. LAD는 발생 기전에 따라 LAD-I, LAD-II, LAD-III 세 가지 유형으로 나뉘며, 이 중 LAD-I이 가장 흔한 형태이다. 상염색체 열성 유전 방식으로 유전되며, 전 세계적으로 약 300건 이상의 사례가 보고된 매우 희귀한 질환이다. 유병률은 약 백만 명 중 한 명으로 추정된다.
렌티바이러스 기반 유전자 치료의 성과
치료에는 마르네테그라진-오토템셀(marne-cel)이라는 유전자 치료제가 사용됐다. 이는 자가 CD34+ 조혈줄기세포를 추출해, ITGB2 유전자가 포함된 렌티바이러스 벡터로 유전적으로 교정한 뒤 환자에게 다시 주입하는 방식이다.
치료 후 1년간 동종이식 없이 생존한 비율은 100%(95% 신뢰구간 66~100)였으며, 1세 미만에 등록된 환자도 모두 2세를 넘어 생존했다. 백혈구 과다증과 피부 이상 등 주요 증상은 사라졌고, 치료 후 90일 이후부터 2년간 감염으로 인한 입원은 74.45%, 장기 입원은 81.95%, 중증 감염 발생은 84.90% 각각 감소했다. 치료 관련 중대한 부작용은 보고되지 않았다.
환자 중 6명은 UCLA의 장기 추적 연구에 등록되어 향후 15년간 효과와 안전성을 관찰받게 된다. 현재 미국 FDA는 해당 치료제에 대한 생물의약품 허가(BLA)를 심사 중이다.
공동 연구자인 클레어 부스(Claire Booth) 박사는 "이 치료는 희귀 면역질환을 가진 가족에게 획기적인 전환점을 제시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일부 환자들은 치료를 통해 단순한 생존을 넘어, 질병으로부터의 자유와 함께 사회적 활동까지 가능해지는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 특히 치료 이후 세 아이는 학교에 다니고, 야외에서 뛰어놀며, 또래 친구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등 정상적인 어린이의 일상을 누리고 있다. 이전에는 병원 방문과 감염에 대한 불안이 일상이었지만, 이제는 놀이터에서의 시간이 더 많아졌고, 활발하고 건강한 어린이로 성장해가고 있다.
유전자 전달 기술: 렌티바이러스 vs. CRISPR-Cas9
이번 연구에서는 렌티바이러스 벡터가 유전자 전달 도구로 활용됐다. 이 방식은 유전자를 숙주 세포 게놈에 삽입해 장기간 발현시키는 데 효과적이며, 특히 분열이 느린 조혈모세포에도 적용 가능하다. HIV에서 유래했지만 감염성과 복제능이 제거되어 안전하게 사용된다.
렌티바이러스 벡터의 주요 장점은, 분열이 느린 세포에도 효과적으로 적용 가능하다는 점과 유전자의 장기적인 발현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이다. 또한 환자 자신의 줄기세포를 이용할 수 있어 면역 거부 반응의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다. 반면, 이러한 벡터는 유전자를 숙주의 게놈에 무작위로 삽입하기 때문에, 삽입 위치에 따라 종양 유발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점이 중요한 단점으로 지적된다. 더불어, 벡터 생산 공정이 매우 복잡하고 비용이 높다는 점 역시 상용화에 있어 도전 과제로 남아 있다.
이에 비해 CRISPR-Cas9은 특정 염기서열을 정밀하게 편집할 수 있는 기술로, 표적 정확도가 높고 영구적인 유전자 교정이 가능하다. 그러나 아직 조혈세포에의 전달 효율과 오프타겟 효과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고, 장기 임상 자료도 부족하다.
항목 | 렌티바이러스 벡터 | CRISPR-Cas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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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동 원리 | 유전자를 무작위로 삽입 | 특정 유전자 절단 및 교정 |
정확성 | 낮음 (무작위 삽입) | 높음 (표적 서열 기반) |
발현 지속성 | 장기적 유지 | 영구적 (정확도 의존) |
주요 위험 | 암유전자 근처 삽입 위험 | 오프타겟 위험 |
제조 난이도 | 고난도, 고비용 | 비교적 간단 |
임상 현황 | 다수 진행 중 | 일부 초기 단계 연구 중 |
이번 연구는 안정성과 임상 근거가 확보된 렌티바이러스 방식을 채택했으며, 향후 CRISPR 기술의 발전에 따라 대체 가능성도 기대된다.
향후 전망
이번 유전자 치료는 아직 미국 식품의약국(FDA)을 포함한 규제기관의 공식 승인을 받지 않은 상태이지만, Rocket Pharmaceuticals와 캘리포니아 재생의학연구소(CIRM)의 지원 아래 진행된 이번 임상시험은 희귀 유전질환 치료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중요한 진전을 보여주었다. 치료를 받은 아동 모두가 면역 기능을 회복하고 정상적인 삶을 살고 있다는 점에서, 이 연구는 유전자 치료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실질적으로 입증한 사례로 기록될 수 있다. 향후 규제 승인과 상용화가 이루어진다면, 유전자 교정 기술은 기존의 고위험 이식 치료를 대체할 수 있는 실질적 대안으로서 본격적인 의료 혁신의 장을 열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