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현지 시각 24일 저녁, 이스라엘과 이란 사이에 “완전하고 전면적인 휴전”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12일간 이어진 양국 간 무력 충돌에 종지부를 찍는 중대 발표지만, 양측의 공식 확인은 여전히 없는 상태다. 이란은 조건부 동의 의사를 밝혔지만, 이스라엘은 침묵을 유지하고 있다. 이번 합의는 미국의 요청으로 카타르 정부가 중재에 나서며 성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 소재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액티비스트(HRANA)'는 이번 충돌로 인한 인명 피해가 심각하다고 밝혔다. 6월 22일 기준, 이스라엘의 대이란 공습으로 최소 950명이 사망하고 3,450명이 부상했으며, 이 중 380명이 민간인, 253명이 군인으로 확인됐다. 반면 BBC 등에 따르면, 이란의 미사일 공격으로 이스라엘에서 최소 24명이 사망하고 592명이 부상을 입었다.
이란 외무장관 아바스 아라그치는 “우리의 군은 마지막 순간까지 대응했다”며 오늘 오전 4시를 기점으로 공격을 중단했음을 시사했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이에 대한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휴전이 "영구적인 평화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했지만, 중동 지역은 이미 수십 년간 반복된 전쟁과 휴전, 그 뒤의 불신과 충돌의 역사를 안고 있다.
이처럼 불안한 휴전의 반복은 결코 처음이 아니다. 지난 75년 동안 중동은 네 차례의 전쟁을 거치며 비슷한 장면을 수없이 반복해왔다.
4차례 중동전쟁, 그 전개와 오늘의 의미
1948년 이스라엘의 독립 선언 이후 중동 지역은 4차례의 대규모 전쟁을 겪었다. 이들 전쟁은 단순한 국지전이 아닌 국제 정치와 지정학적 이해관계가 얽힌 대리전의 성격까지 띠며, 중동 질서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각 전쟁은 팔레스타인 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었고,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분쟁의 뿌리가 됐다.
제1차 중동전쟁 (1948~1949): 이스라엘의 독립과 아랍 연합군의 침공
이스라엘이 1948년 5월 14일 독립을 선포하자, 이집트를 비롯한 아랍 5개국은 즉각 침공에 나섰다. 초반에는 병력 우위를 앞세운 아랍국이 유리했지만, 이스라엘은 미국 등지에서 확보한 무기로 반격에 성공했다. 결국 1949년 평화조약이 체결되면서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서부 대부분을 차지했고, 이는 '이스라엘 독립전쟁'으로 불린다.
제2차 중동전쟁 (1956): 수에즈 운하를 둘러싼 강대국의 개입
1956년 이집트의 나세르 대통령은 수에즈 운하 국유화를 선언하며 영국과 프랑스의 이해관계에 정면으로 도전했다. 이스라엘은 이를 기회로 시나이 반도를 공격했고, 영국과 프랑스도 개입해 운하를 점령했다. 하지만 미국과 소련의 압력으로 세 국가는 철수해야 했고, 유엔 평화유지군이 시나이에 주둔하게 되었다. 아랍권은 이를 '삼국 침략'이라 규정했다.
제3차 중동전쟁 (1967): 6일 만에 끝난 전격전
이스라엘은 1967년 6월 5일 이집트 공군 기지를 선제 타격하며 전쟁을 시작했다. 불과 6일 만에 이집트, 요르단, 시리아 연합군의 항공 전력을 대부분 파괴하며 승리했다. 이스라엘은 시나이 반도, 가자지구, 요르단강 서안, 골란고원 등을 점령해 영토를 4배 가까이 확장했다. 이후 이 지역들은 지금까지도 국제 분쟁의 핵심이 되고 있다.
제4차 중동전쟁 (1973): 욤키푸르의 기습과 미국의 개입
1973년 10월 6일, 이집트와 시리아는 유대교 최대 명절인 욤키푸르를 틈타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했다. 초기엔 아랍군이 우세했지만, 미국의 대규모 군수 지원으로 이스라엘이 반격에 성공했다. 19일간의 전투 끝에 전쟁은 휴전으로 마무리됐고, 이후 1979년 이집트는 이스라엘과 평화협정을 체결해 시나이 반도를 돌려받았다.
전쟁이 남긴 것과 끝나지 않은 갈등: 난민, 강대국 개입, 그리고 평화의 부재
중동전쟁은 수십만의 사망자와 함께 팔레스타인 난민 문제를 낳았다. 1948년과 1967년 두 차례에 걸쳐 약 100만 명 이상의 팔레스타인인이 삶의 터전을 잃었고, 현재 그 수는 600만 명에 이른다. 또한 각 전쟁마다 미국, 소련, 영국, 프랑스 등 강대국이 개입하면서 중동은 냉전의 격전지가 되었다.
2023년 10월, 하마스의 기습 공격으로 시작된 가자 전쟁은 제4차 중동전쟁을 연상케 했다. 종전이 선언된 이후에도 중동 지역은 여전히 불안정하며, 이번 이란-이스라엘 분쟁으로 제5차 중동전쟁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평화는 여전히 요원하며, 중동의 분쟁은 국제사회의 숙제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