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한 내란·외환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는 가운데, 조은석 특별검사팀과의 첫 대면조사를 15시간 만에 마무리했다. 하지만 조사 도중 조사자 교체 요구와 조사 거부 등으로 갈등을 빚으며,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에게 7월 1일 추가 출석을 통보했다.
박지영 내란 특별검사보는 29일 오전 서울고검 브리핑에서 "윤 전 대통령 측의 조사자 교체 요구로 인해 체포 방해 관련 부분은 추가 조사가 이뤄지지 못했고, 전날(28일) 오후부터 검사가 조사한 외환 및 국무회의 관련 부분도 조사할 부분이 많아 30일 오전 9시에 재출석을 통보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윤 전 대통령 측은 2차 기일을 7월 3일 이후로 변경해달라는 내용의 서면을 특검에 제출했다.
윤 전 대통령 대리인단은 "28일 조사 이후 이틀 만에 또다시 소환하는 것은 윤 전 대통령의 건강 및 현재 진행 중인 재판의 방어권 보장을 고려할 때 매우 촉박한 일정"이라며 "수사 과정에서의 적법절차 준수 및 형사재판 준비가 마무리되는 시점 이후 출석하는 것이 피의자 본인의 권익 보장과 실질적 방어권 확보를 위해 필요하므로 출석 일자를 다음달 3일 이후로 요청했다"고 밝혔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 측 의견을 수렴한 후 제반 사정을 고려해 7월 1일 오전 9시 출석을 통보했으며, 소환 일정 협의는 합의가 아닌 수사 주체의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특검은 당초 6월 30일 오전 9시까지 출석을 요구했지만, 윤 전 대통령 측 요청에 따라 하루 연기하였다.
윤 전 대통령은 28일 오전 9시 55분 서울고검 특검 사무실에 출석해, 비교적 순조롭게 조사를 받았으나, 동일 조사자인 박창환 총경이 오후에도 조사자로 배정되자 "가해자가 피해자를 조사한다"며 오후 조사실 입실을 거부했다. 앞서 윤 전 대통령 측은 박 총경이 과거 체포영장 집행에 관여한 인물이라며 조사 자격을 문제 삼았다. 이에 특검 측은 박 총경은 당시 윤 전 대통령이 아닌 김성훈 전 경호처 차장에 대한 영장을 집행했으며, 윤 전 대통령의 변호인에게도 영장을 직접 제시한 바 있다고 반박했다. 또한 특검법상 파견 경찰도 특검의 지휘 아래 사법경찰관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결국 조사 거부로 인해 체포 방해와 비화폰 정보 삭제 혐의 조사는 중단됐고, 특검팀은 수사의 효율성을 고려해 김정국·조재철 부장검사를 투입해 외환 및 국무회의, 계엄 해제 방해 혐의에 대한 조사로 전환했다. 윤 전 대통령은 오후 4시 45분부터 다시 조사를 받았고, 저녁 식사 후 오후 8시 25분경 조사가 재개됐다.
이날 윤 전 대통령은 오전부터 자정 무렵까지 총 15시간 특검 사무실에 머물렀으나, 실질적인 피의자 신문 시간은 약 5시간 정도에 그쳤다. 피의자 신문 조서에 서명·날인은 하지 않았지만, 특검 측은 해당 진술이 수사에 의미 있는 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고 밝혔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 측 변호인단이 허위사실을 유포해 수사를 방해하고 있다고 판단, 관련 변호사들에 대해 대한변협에 통보하고 수사 방해 혐의로 별도 수사에 착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특검법에 따르면 위계나 위력으로 특검 수사를 방해한 경우 5년 이하 징역에 처해질 수 있다.
특검은 향후 윤 전 대통령을 다시 소환해 비화폰 삭제 및 체포 저지 지시 혐의에 대한 조사를 이어갈 방침이다. 이 때 다시 박 총경이 조사자로 투입될 경우 윤 전 대통령 측이 또다시 반발할 가능성도 있다. 박 특검보는 이에 대해 "반드시 거부하리라 보지는 않는다. 방어권 행사 차원에서 조사를 받을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이번 소환 조사를 계기로, 특검은 국무회의에 참석한 당시 국무위원들에 대해서도 추가 소환 조사를 예고하고 있어 수사의 범위가 본격적으로 확대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