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 핵시설을 정밀 타격하면서 중동 전역이 일촉즉발의 전쟁 위기로 치닫고 있다. 이란은 미사일을 발사하며 보복에 나섰고, 전략 요충지인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국제 사회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세계 에너지 흐름 위협받다: 호르무즈 해협의 전략적 의미
국제에너지기구(IEA)의 공식 자료에 따르면,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석유 수송 병목지점이다. 2023년 1~10월 기준 하루 평균 2,000만 배럴(20 mb/d), 전 세계 해상 석유 교역의 약 30%에 해당하는 물량이 이 해협을 통과했다. 이 가운데 원유는 약 1,565만 배럴로 전 세계 원유 해상 교역량의 거의 40%에 달한다. 석유제품까지 포함하면 총 2,033만 배럴이 호르무즈를 통해 수송된다. 수출국은 사우디아라비아, 이라크, UAE, 쿠웨이트, 이란 등이며, 수출물량의 약 70%는 중국, 인도, 일본 등 아시아로 향한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 현실화될까

이번 충돌의 가장 큰 변수는 호르무즈 해협이다. 이 해협은 전 세계 석유 공급량의 약 20%, 해상 석유 교역의 약 30%가 지나가는 글로벌 에너지 수송의 핵심 경로로, 이란과 오만 사이에 위치한다. 가장 좁은 지점은 33km에 불과하며, 실제 선박이 통과하는 항로는 양방향 각각 3km에 지나지 않아 전략적으로 매우 민감하다.
이란 의회의 일부 의원들은 해협 봉쇄를 지지하고 나섰지만, 최종 결정은 하메네이 최고지도자 산하의 국가안보최고회의에서 내려야 한다. 혁명수비대(IRGC) 출신인 에스마일 코사리 의원은 “봉쇄는 필요할 경우 언제든 실행할 수 있다”며 군사적 결단 가능성을 열어두었다.
아락치 외무장관은 봉쇄 여부에 대한 질문에는 “이란은 다양한 대응 수단을 보유하고 있다”고만 답변해 즉답을 피했다. 이에 대해 미국 국무장관 마르코 루비오는 “해협 봉쇄나 미군 기지 공격은 이란이 저지를 수 있는 최악의 실수”라고 경고했다.
이번 긴장의 도화선은 6월 13일 이스라엘이 감행한 이란 내 핵시설에 대한 선제 공격이었다. 이 공습은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저지하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미국은 이스라엘과의 공조 속에 직접적인 군사 행동에 나서게 됐다.
미국의 핵시설 공습과 이란의 즉각적 반격
2025년 6월 23일, 미국은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의 주요 핵시설을 정밀 타격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TV 연설을 통해 “이란의 핵 농축 시설은 완전히 제거되었으며, 이번 작전은 군사적 대성공”이라고 밝혔다. 이번 공격은 1979년 이란 이슬람 혁명 이후 최대 규모의 대이란 군사작전으로 기록되고 있다.
미군은 30,000파운드짜리 벙커버스터 폭탄을 사용해 포르도 산악 지하 핵시설을 공격했고, 위성사진 분석 결과 시설 외곽에 심각한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란은 즉각 보복에 나섰다. 텔아비브를 향해 미사일 40여 발을 발사해 다수의 건물이 파괴됐고, 수십 명이 부상을 입었다. 외무장관 아바스 아락치는 “우리는 모든 대응 수단을 검토하고 있으며, 보복 전까지는 어떤 외교적 대화도 없다”고 밝혔으며, “미국은 오직 힘과 위협의 언어만 이해한다”고 비판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응 전략: 핵 억제냐, 체제 전환이냐
미국은 이번 공습이 이란 정권 전복이 아닌 핵 억제를 위한 조치임을 강조하고 있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은 “정밀 작전은 이란의 핵 위협을 제거하기 위한 것이며, 정권 전복은 고려 대상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JD 밴스 부통령 역시 “이란의 핵 프로그램은 상당히 지연되었고, 이는 미국 안보를 위한 필수적 대응이었다”고 설명했다.
반면, 이스라엘은 보다 공격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지난 9일간 이란 군사 지휘부를 겨냥한 정밀 타격을 이어온 이스라엘은 사실상 이란 체제 약화를 노리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이슬람 공화국 체제를 무너뜨리는 것이 목적은 아니지만, 필요하다면 그 가능성도 열려 있다”고 밝혀 사실상 체제 붕괴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미국은 공식적으로 전면전을 선포하지는 않았지만, 이란의 추가 보복 여부에 따라 상황은 급변할 수 있다. 국제 사회는 이번 충돌이 중동 전역으로 확산되며 대규모 분쟁으로 번질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표하고 있다.
민간인 피해와 우리 국민 대피…국제 인도주의 우려 고조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공습 이후 포르도 지역에서 방사능 유출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란 내에서는 민간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이란 당국에 따르면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현재까지 약 400명이 사망했으며, 대부분이 민간인이다. 테헤란 시민들은 대거 외곽 지역으로 탈출하고 있으며, 수도 기능은 사실상 마비된 상태다.
이스라엘과 이란 내 급박한 전황 속에서 우리 정부는 양국에 체류 중이던 국민들의 긴급 대피를 지원하고 있다. 이스라엘에서는 현지 시각 6월 19일, 우리 국민 25명과 이스라엘 국적 가족 1명 등 총 26명이 주이스라엘대사관 직원의 동행 하에 육로를 통해 요르단 국경을 넘어 무사히 도착했으며, 현재는 암만으로 이동 중이다. 외교부는 현지 숙박과 귀국 항공편 안내 등 필요한 영사 조력을 제공하고 있다.
한편, 이란에서도 6월 22일까지 총 56명의 교민과 가족들이 정부 제공 차량을 이용해 이란 북부 국경을 넘어 투르크메니스탄에 무사히 도착했다. 이들은 영공이 폐쇄된 상태에서 약 1,200km를 육로로 이동했으며, 일부는 이미 한국으로 귀국했다. 주이란대사관은 현재도 이란 내에 남아 있는 교민 70~80명과 지속적으로 연락하며 안전을 확인하고 있고, 외교부는 추가 대피 방안을 강구 중이다.
외교부는 중동 지역 체류 중인 우리 국민들에게 대사관 안내에 따라 신속히 출국할 것을 강력히 당부했으며, 향후 해당 지역 여행 역시 연기 또는 취소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