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인상, 정말 모두가 ‘13%’ 내는가

기준소득 상한선이 만드는 조용한 역진성

 

앞서 지난 3월 국민연금 개혁안이 통과되며 보험료율은 현행 9%에서 13%로, 노후에 돌려받는 소득대체율은 40%에서 43%로 상향됐다. 정부는 2026년부터 보험료율을 0.5%포인트씩 8년에 걸쳐 천천히 올리는 이른바 슬로우 스텝 방식을 내세우며 충격 완화를 강조한다. 표면적으로 보이는 공식 설명은 단순하다. 직장가입자는 회사와 근로자가 반반씩 부담하고, 지역가입자는 전액을 스스로 부담한다는 구도다.

그러나 누가 실제로 얼마나 내는지를 조금만 들여다보면 다른 지도가 펼쳐진다. 특히 많은 기사 제목은 "내년 국민연금 보험료 9.5%" "지역가입자 부담 ○○만 원·직장인 부담 ○○만 원"처럼 인상률과 월별 부담액에만 시선을 고정시키고, 제도 설계의 보다 본질적인 쟁점은 거의 다루지 않는다. 국민연금에는 분명한 상한선이 존재하고, 이 상한선 때문에 소득이 높을수록 실질 부담률이 낮아지는 역진 구조가 제도 안에 내장돼 있다. 보험료율 인상 논의를 둘러싼 형평성 논쟁은 바로 이 지점을 통과하지 않고서는 완성될 수 없다.


“자영업자는 전액, 직장인은 반반” 프레임의 한계

 

보험료율 인상 보도는 대체로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의 분담 방식 차이에 초점을 맞춘다. 제목과 리드 문단에서도 인상률과 월별 부담액을 전면에 내세우는 기사가 대부분이고, 제도 설계의 본질적 쟁점은 지면 뒤편으로 밀려난다. 같은 소득 300만 원을 벌더라도 직장인은 인상분의 절반만 부담하는 반면, 자영업자나 프리랜서는 전액을 본인이 감당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예를 들어 월 소득 300만 원 기준으로 보험료율이 9%에서 13%로 오르면 총 보험료는 27만 원에서 39만 원으로 12만 원 늘어나는데, 직장가입자는 이 가운데 절반인 6만 원, 지역가입자는 전액인 12만 원이 인상된다는 식의 비교가 기사에 반복된다. 여기에 납부예외 제도나 저소득층 보험료 지원 사업을 안내하면서, 부담이 어려우면 이런 제도를 활용하라는 실무적 조언이 뒤따른다.

이런 접근은 현실의 중요한 한 단면을 짚어준다. 경기 침체와 고물가 속에서 지역가입자의 체감 부담이 직장가입자보다 훨씬 클 수 있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다만 여기서 논의가 멈추면 국민연금 구조에서 더 본질적인 쟁점 하나를 놓치게 된다.

핵심은 보험료를 산정하는 기준이 실제 소득 전액이 아니라는 점이다. 국민연금 제도에는 매년 정해지는 기준소득월액 하한과 상한이 존재한다. 이 상한선이 바로 고소득자에게 조용하지만 강력한 완충 장치로 작동한다.


기준소득월액 상한이 만드는 실질 부담률의 차이

 

국민연금 보험료는 법에 따른 기준소득월액 구간에 맞춰 부과된다. 일정 금액 이하로 벌어도 하한선만큼 벌었다고 보고 보험료를 매기고, 일정 금액 이상으로 벌어도 상한선을 넘는 소득에는 아예 보험료를 부과하지 않는다.

이를 실제 소득 대비 부담률 관점에서 보면 구조는 더욱 분명해진다. 월 300만 원을 버는 사람은 300만 원 전액에 보험료율이 적용된다. 반면 월 1,000만 원이나 2,000만 원을 버는 사람은 2025년 7월 기준 기준소득월액 상한인 월 637만 원까지만 보험료를 납부하고, 상한을 넘는 나머지 소득에는 보험료를 전혀 내지 않는다.

겉으로는 모두에게 소득의 13%를 부과하는 것처럼 설명되지만, 실질 부담률은 다르게 나타난다. 중간소득층의 경우 실제 소득 전체에 보험료율이 적용되기 때문에 부담률이 명목 보험료율에 가깝다. 반면 상한선을 훌쩍 넘는 고소득층의 경우 전체 소득 중 일부분에만 보험료가 부과되므로, 실제 소득 대비 부담률은 13%보다 크게 낮아진다.

직장가입자는 여기에 사용자 부담분이 더해진다. 보험료율은 13%로 동일하지만, 그 절반은 회사가 납부하기 때문에 근로자의 체감 부담률은 더 낮아진다. 결과적으로 같은 국민연금 제도 안에서 소득이 높고 고용이 안정될수록, 본인 소득 대비 부담률이 낮아지는 구조적 역진성이 형성된다.


좁은 저소득 지원, 넓은 상한선 혜택

 

정부는 부담 완화 장치로 납부예외 제도와 저소득층 보험료 지원 사업을 제시한다. 그러나 이 장치들이 작동하는 범위와 상한선이 제공하는 혜택의 범위를 비교해 보면, 제도 설계의 균형이 어디에 맞춰져 있는지 드러난다.

첫째, 납부예외 제도는 당장의 부담을 덜어주는 효과가 있다. 실직이나 폐업, 소득 급감 상황에서 보험료를 일시적으로 내지 않아도 되는 것은 분명한 안전판이다. 그러나 그 기간은 가입 기간에서 빠지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연금 수급액이 줄어드는 대가를 치르게 된다. 자영업자와 프리랜서처럼 소득 변동이 잦은 집단에서는 이런 공백 구간이 반복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

둘째, 보험료 지원 사업은 엄격한 대상 기준 때문에 진정한 저소득층 일부만 포착한다. 소득이 조금만 증가해도 곧바로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는 구조에서, 중간소득대 경계에 있는 상당수 지역가입자는 높은 보험료율을 고스란히 감당하면서도 별도의 지원을 기대하기 어렵다.

반면 기준소득월액 상한선의 혜택은 훨씬 넓게, 그리고 자동적으로 제공된다. 상한을 넘는 모든 소득은 국민연금 부담에서도, 그에 상응하는 연금 수급에서도 빠진다. 특히 현재 설정된 상한액은 통계청 KOSIS의 소득 10분위별 가구당 가계수지 통계를 기준으로 보면 대략 상위 20% 소득 구간에 해당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결국 상한선이 만들어내는 감면 효과는 주로 상위 20% 이상 고소득층이 가져가는 구조다. 고소득자는 더 많이 내고 더 많이 받는 완전 비례 구조가 아니라, 일정 수준까지만 내고 그에 비례한 연금을 받는 방식으로 제도에 참여한다.

결국 지금 구조에서 저소득층은 납부예외나 제한적인 보험료 지원을 통해 부담을 줄이는 대신 노후 급여의 감소를 감수한다. 상한선 근처 이하의 중간소득층, 특히 전액을 부담해야 하는 지역가입자는 높아진 보험료율을 정면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상한선을 충분히 넘는 고소득층은 소득 대비로 보면 낮아진 실질 부담률의 혜택을 누리게 된다.


“공적 보증수표” 논리의 사각지대

 

소득대체율을 40%에서 43%로 올리고 국가 지급보장을 명문화한 것은 국민연금의 신뢰를 강화하는 방향이다. 정부가 말하는 것처럼 장기적으로 든든한 공적 보증수표를 산다는 인식도 일정 부분 설득력이 있다.

다만 이 설명은 모든 가입자가 제도에 동일하게 접근할 수 있다는 가정을 전제로 한다. 현실은 그렇지 않다. 경기 변동의 충격을 직접 받는 자영업자와 프리랜서는 폐업과 재창업, 소득 급감과 회복을 반복하며 납부예외와 체납을 오가게 된다. 이들의 가입 이력은 쉽게 끊기고 가입 기간은 짧아질 수밖에 없다.

그 결과 이들이 실제로 받게 될 연금은 제도 설명서에 등장하는 소득대체율 43%와는 거리가 멀다. 반대로 상한선 안에서 안정적으로 소득을 올리는 고소득 직장인은 꾸준한 가입과 납부를 통해 제도의 이익을 상당 부분 온전히 누릴 수 있다.

이때 국민연금은 이들에게 상대적으로 낮은 실질 부담률로도 꽤 든든한 노후 소득을 확보할 수 있는 수단이 된다. 동일한 제도 변화가 서로 다른 집단에 상이한 방식으로 작동하는데도, 공적 보증수표의 가치 상승이라는 한 줄 설명만 남으면 누가 얼마나 내고 무엇을 얻는지에 대한 질문은 뒤로 밀린다.


형평성, 상한선 개혁부터

 

보험료율 인상 논쟁을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의 분담 방식 차이에만 한정하면 문제의 절반만 보는 셈이다. 진정한 의미의 형평성을 이야기하려면 상한선과 기여 구조를 함께 논의해야 한다.

첫째, 고소득자의 실질 부담률 문제다. 소득이 높을수록 실제 소득 대비 적게 내도록 설계된 구조를 그대로 둔 채, 기준소득월액 상한선 근처 이하의 지역가입자에게만 더 내라고 요구하는 것이 타당한지 점검해야 한다.

둘째, 상한선과 구간 구조 개편 논의가 필요하다. 기준소득월액 상한 수준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 상한을 넘는 고소득 구간에 대해 별도의 추가 기여 방식을 둘 것인지 등 역진성을 완화할 수 있는 구체적 방안이 테이블 위에 올라와야 한다.

셋째, 지역가입자와 중간소득층에 대한 완화 장치를 재설계할 필요가 있다. 엄격한 저소득 지원에 머무르지 않고, 일정 소득 구간의 지역가입자에게 세액공제나 보험료 지원을 확대하거나, 소득 파악 체계를 개선해 부담을 보다 정교하게 나누는 방향을 검토할 수 있다.

이 질문에 답하지 않은 채 다 같이 조금씩 더 내서 연금을 지키자는 구호만 강조된다면, 실제로는 어떤 집단은 더 많이, 어떤 집단은 상대적으로 덜 내는 역진 구조는 그대로 둔 채 보험료율만 올리는 개편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진짜 개혁을 향한 질문

 

국민연금 관련 보도에서 자영업자와 직장인의 부담 차이를 부각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거기서 멈추면 국민연금 제도의 구조적 역진성을 가리는 효과를 낸다. 국민연금에는 분명한 상한선이 있고, 이 상한선 덕분에 고소득자일수록 실제 소득 대비 적은 비율을 내는 구조가 유지되고 있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보험료율 인상을 둘러싼 진정한 개혁 논의는 상한선과 기여 구조, 지역가입자 지원 체계를 함께 손보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 출발점은 자영업자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수준을 넘어, 왜 고소득자일수록 실제로는 덜 내도록 설계돼 있는지라는 질문을 정면으로 제기하는 데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