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국회 패스트트랙 지정 과정에서 촉발된 여야 충돌 사건에 대해 법원이 사건 발생 6년 7개월 만에 첫 1심 판단을 내렸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1부는 2025년 11월 20일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지도부와 의원·당직자 등 피고인 26명 전원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현직 의원 5명(송언석·이만희·김정재·윤한홍·이철규)은 모두 국회법 위반 혐의에 대해 벌금 5백만원 미만을 선고받아 의원직 상실 기준선인 벌금 5백만원 이상에는 이르지 않았다. 형사적 책임은 인정했지만 정치적 대표성을 일거에 박탈하지는 않은 판결이다.
재판부는 이 사건을 "국회가 지난 과오를 반성해 마련한 의사결정 방식을 국회의원들이 스스로 위반한 첫 사례이자, 국회선진화법 위반으로 기소된 첫 사례"라고 규정했다. 다만, 법원은 피고인들이 정치적 목적을 위해 행동했고 사건 이후 여러 차례 선거를 거치며 국민의 정치적 판단도 어느 정도 이뤄졌다는 점을 양형 사유로 들었다.
하지만 요소를 양형 사유로까지 끌어들인 것은 향후 유사 사건에 대한 일반예방과 국회선진화법의 입법 취지 측면에서 적지 않은 논란을 낳을 수 있다. 특히 회의 폭력과 의사진행 방해를 강하게 제재하겠다는 취지에도 불구하고 의원직 박탈에 이르는 형이 선고되지 않은 점은, 법치주의 원칙과 형벌의 억지 기능이 충분히 구현됐는지에 대한 우려를 낳는 대목이다.
공수처 설치와 선거제 개편을 둘러싼 극한 대치
사건의 출발점은 2019년 4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안과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포함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둘러싼 여야의 극한 대립이었다. 당시 더불어민주당과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여야 4당은 공수처 설치와 검경 수사권 조정, 선거제 개편을 일괄 처리하기 위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을 추진했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이를 강력히 반대하며 의회 내 모든 수단을 동원해 저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2019년 4월 22일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은 선거법 개정안과 공수처 설치법, 검경수사권 조정안을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하는 데 전격 합의했다. 이틀 뒤인 24일까지 각 당 의원총회에서 합의안을 추인했고, 4월 25일까지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와 사법개혁특별위원회에서 신속처리안건 지정을 완료하기로 했다. 다수 의석을 가진 여야 4당이 절차를 밀어붙이자, 자유한국당은 패스트트랙 지정 자체를 무력화하기 위해 물리적 저지에 나섰다.
회의장 점거와 의원 감금까지 간 국회 충돌
본격적인 충돌은 2019년 4월 24일부터 시작됐다.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가 사법개혁특위 간사였던 오신환 의원을 사보임하고 채이배 의원을 보임하자, 자유한국당은 패스트트랙 의결 정족수 확보를 위한 "짜맞추기 인사"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에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국회 의안과와 정개특위·사개특위 회의장을 점거해 상임위원회 개최 자체를 막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4월 25일에는 국회 곳곳이 사실상 봉쇄됐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국회 4층 정개특위 회의실, 2층 사개특위 회의장, 3층 운영위원회 회의실, 7층 의안과·의사과, 의원회관 6층 채이배 의원 사무실을 동시에 점거했다. 특히 채이배 의원의 경우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사무실에 머무르는 동안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출입구를 막으면서 사실상 감금 상태가 이어졌다. 결국 경찰과 소방 인력이 투입된 뒤에야 출입이 허용됐다.
이 과정에서 회의장과 복도, 의안과 주변에서 여야 의원과 보좌진, 당직자들 간에 몸싸움이 벌어졌다. 회의장 출입을 둘러싸고 문이 강제로 열리고 밀치기와 제지 행위가 이어지면서, 국회선진화법이 도입된 이후 사실상 처음으로 본격적인 물리력 충돌이 재현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4월 29일 밤 정개특위와 사개특위 전체회의 개최가 다시 시도됐고, 4월 30일 자정 직전 사법개혁특위에서 공수처 법안의 패스트트랙 지정 안건이 재적 위원 11명 찬성으로 통과됐다. 같은 날 새벽 0시 20분에는 선거제 개편안 역시 12명 찬성으로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됐다. 국회의장이 발동했던 경호권은 4월 30일 오전 10시 45분 해제되면서, 물리적 충돌 국면은 형식상 일단락됐다.
여야 동시 기소와 장기 재판
사건은 곧바로 형사 절차로 이어졌다. 경찰은 2019년 6월 27일 자유한국당 의원들에게 출석을 통보하며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그해 7월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의원과 정의당 윤소하 의원이 영등포경찰서에 첫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했고, 9월 2일까지 1.4테라바이트 분량에 달하는 방송사 촬영 영상과 국회 CCTV를 분석하는 작업을 마쳤다. 같은 달 19일 영등포경찰서는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을 서울남부지검에 송치했다.
입법 충돌의 직접적인 배경이었던 관련 법안 처리도 이어졌다. 공수처 설치법 제정안은 2019년 12월 2일 본회의에 자동 부의됐고, 27일에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이어 12월 30일 공수처 설치법안이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논란의 출발점이었던 제도 개편은 여야 충돌과는 별개로 입법 절차를 마무리하게 됐다.
검찰은 2020년 1월 2일 자유한국당 황교안 당시 당대표와 나경원 전 원내대표 등 의원 14명, 보좌진 2명 등 16명을 특수공무집행방해, 국회법 위반, 채이배 의원 감금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자유한국당 의원 10명은 약식 기소됐고, 더불어민주당 이종걸 전 원내대표와 박범계·박주민 의원 등 10명도 자유한국당 당직자 폭행에 따른 공동폭행 혐의로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정치적 책임 공방을 둘러싸고 양 당이 서로를 고발했던 결과가 여야 동시 기소로 귀결된 셈이다.
첫 정식 재판은 2020년 9월에야 시작됐다. 같은 해 11월 16일에는 채이배 의원이 증인으로 출석해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물리력을 행사해 집무실 출입을 막았다고 증언했고, 12월 21일에는 채 의원 비서가 "연행하듯이 팔짱을 끼고 강제로 들어갔다"고 진술했다. 2024년 4월에는 피고인이었던 고 장제원 의원이 사망하면서 해당 부분에 대해서는 공소기각 결정이 내려지기도 했다.
이후 2024년 8월 28일 서울남부지법은 결심공판 기일을 9월 15일로 지정했고, 9월 15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나경원 의원에게 징역 2년, 황교안 전 총리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구형했다. 송언석 의원에게는 징역 10개월과 벌금 2백만원, 이만희·김정재 의원에게는 징역 10개월과 벌금 3백만원, 윤한홍 의원에게는 징역 6개월과 벌금 3백만원, 이철규 의원에게는 벌금 3백만원이 각각 구형됐다.
1심 선고의 내용과 남은 재판
2025년 11월 20일 선고 공판에서 재판부는 피고인 26명 전원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나경원 의원은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벌금 2천만원, 국회법 위반 혐의로 벌금 4백만원 등 총 2천4백만원을 선고받았다. 황교안 전 총리에게는 두 혐의를 합쳐 총 1천9백만원의 벌금형이 내려졌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1천만원, 국회법 위반으로 1백50만원 등 총 1천1백5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현직 의원 5명 모두 국회법 위반 혐의에 대해 벌금 5백만원 미만을 선고받으면서 의원직 상실 요건은 충족되지 않았다. 국회법은 회의 방해를 목적으로 회의장 등에서 폭력행위를 하거나 의원의 회의장 출입을 방해하는 사람을 5년 이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국회법 위반으로 벌금 5백만원 이상이 확정되면 의원직을 상실하도록 하고 있다. 이번 판결은 형사 책임을 명확히 하면서도 입법부 구성 자체를 흔들지는 않는 수준에서 선을 그은 것으로 평가된다.
한편 더불어민주당 박범계·박주민 의원 등 10명에 대한 재판은 아직 진행 중이다. 이들에 대한 결심공판은 2025년 11월 28일로 예정돼 있어,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 전체에 대한 사법적 평가는 아직 완전히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다.
국회선진화법과 패스트트랙 제도의 취지
2012년 5월 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같은 해 6월 7일 시행된 국회법 개정안, 이른바 국회선진화법은 2011~2012년 사이 반복됐던 본회의장 점거와 단상 점거, 몸싸움 등 폭력적 법안 처리 관행에 대한 반성에서 출발했다. 당시 여야는 의사일정과 쟁점 법안 처리를 둘러싸고 극한 대치를 반복했고, 회의장 내 물리적 충돌이 언론을 통해 생중계되면서 국회에 대한 국민 신뢰가 크게 떨어졌다.
국회선진화법은 이런 상황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세 가지 방향에서 국회 운영 방식을 바꾸고자 했다. 첫째, 다수당이 명백한 반대 없이도 법안을 장기간 상임위에 계류시키거나 일방적으로 직권상정하는 관행을 제도적으로 제한했다. 둘째, 회의장 내 폭력과 물리적 봉쇄 행위를 형사처벌 대상으로 명시해, 국회의 자율권 뒤에 숨어 있던 '무풍지대'를 해소하려 했다. 셋째,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다수의 의사에 따라 법안을 신속히 본회의 표결 단계까지 끌어올릴 수 있도록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 제도를 도입했다.
국회선진화법은 동시에 회의를 방해할 목적으로 회의장이나 그 부근에서 폭력 행위를 하거나, 다른 의원의 회의장 출입을 물리적으로 저지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5년 이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했다. 특히 국회법 위반으로 벌금 5백만원 이상이 확정되면 현직 의원의 피선거권과 의원직을 상실하도록 해, 국회의원에게 보다 높은 준법 의무를 부과했다.
그러나 1심 판결의 양형 수준은 또 다른 질문을 제기한다. 피고인 전원이 유죄 판단을 받았지만 실형이나 집행유예는 선고되지 않았고, 국회법 위반 부분의 벌금은 모두 의원직 상실 기준인 5백만원 미만으로 제한됐다. 사건 발생 6년 7개월, 기소 후 5년 10개월 만에 내려진 뒤늦은 판결이라는 점까지 고려하면, 국회선진화법이 실제로 어느 정도의 억지력을 가질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정치권과 학계에서 논쟁이 불가피하다.
입법부 자율성과 형사 사법 통제 사이의 과제
정책적으로 보면 이번 판결은 입법부의 자율성과 형사 사법 통제 사이의 긴장 관계를 다시 한 번 드러낸다. 국회선진화법은 국회 내부의 의사 방해 행위를 형사법의 영역으로 끌어들인 제도이지만, 현실에서는 여야 정치 투쟁의 연장선에서 고소·고발이 남발되고 장기 재판으로 이어지는 양상이 반복됐다. 그 결과, 국회가 스스로 의사결정 규범을 확립하고 제재를 가하는 자율 규율 기능은 상대적으로 약화됐다는 지적도 가능하다.
향후 과제로는 국회 차원의 징계·제재 제도를 실질화하는 작업이 요구된다. 회기 중 물리력 충돌을 형사 고발로만 해결하려 하기보다, 윤리특위와 징계 절차를 통해 신속하고 가시적인 책임을 묻는 방식이 병행되어야 한다. 이는 사법부가 장기간에 걸쳐 정치적 사건을 다루는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국민에게 국회가 스스로 규범을 집행할 수 있는 기관이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
이번 1심 판결은 국회선진화법의 존재를 다시 상기시킨 동시에, 법률만으로는 의회 문화를 바꾸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 여야가 법원의 판단을 각자의 정치적 논리로만 해석하는 데 머무를지, 아니면 국회 스스로 의사결정 방식을 개선하는 계기로 삼을지는 향후 정치적 선택에 달려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