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학생인권조례 폐지안, 교육청 재의요구로 재의결 국면

‘우회 추진’ 논란 재점화, 재의결 이후 곧바로 소송전으로 번질 가능성

 

서울특별시의회가 2025년 12월 본회의에서 ‘서울특별시 학생인권조례 폐지 조례안’을 가결한 뒤, 서울시교육청이 재의요구에 나서면서 폐지 여부는 다시 본회의 재의결로 넘어갔다. 이번 국면은 시의회 다수 의석이 만드는 표결 우위와 별개로, 재의결 정족수와 사법부 심리가 동시에 작동하는 구조라는 점에서 갈등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2024년 폐지 시도에 대해 대법원이 집행정지를 인용해 조례 효력이 유지된 전례가 있어, 동일 취지의 폐지 추진이 적절한지에 대한 문제 제기도 재점화되고 있다.


다수 의석의 의결 이후 재의요구

 

시의회는 2025년 11월 교육위원회에서 학생인권조례 폐지안을 의결, 찬성 7표, 반대 4표로 가결해 본회의로 회부했고, 2025년 12월 제333회 정례회 제4차 본회의에서는 재석 86명 중 찬성 65표, 반대 21표로 폐지 조례안을 가결했다. 시의회 내 의석 분포가 총 112석 기준 국민의힘 76석, 더불어민주당 36석인 만큼, 표결에서 다수당의 영향력이 큰 구조라는 점도 드러났다.

다만 행정수장이 재의를 요구하면 의회는 재적의원 과반 출석과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재의결해야 원안을 확정할 수 있고, 요건을 넘지 못하면 해당 의결은 효력을 잃어 원안이 취소된다. 서울시의회가 총 112석 체제인 만큼, 재의결 단계에서는 재적 57명 이상 출석이 전제되며, 찬성표는 출석 인원의 3분의 2 이상을 충족해야 한다.


대법원 집행정지 전례 속 ‘우회 추진’ 논란

 

이번 표결은 2024년 6월 본회의에서 폐지 의결이 이뤄진 뒤 교육청이 무효소송과 집행정지를 제기해 대법원 판단을 기다리는 상황에서 다시 추진됐다는 점에서 적절성 논란이 커졌다. 교육청은 폐지가 즉시 시행되면 학생인권옹호관과 권리구제 절차가 사라져 학교 현장에 법적 공백이 생기고, 그 기간 발생한 침해는 사후 승소로도 회복이 어렵다고 주장해 왔다. 대법원은 2024년 7월 23일 집행정지를 인용해 본안 판결 전까지 조례 효력이 유지되도록 했다.

교육청이 내세우는 법적 쟁점은 절차와 실체로 나뉜다. 절차 측면에서는 과거 법원 판단으로 제동이 걸린 폐지 시도의 취지를 형식만 바꿔 되살린 것이 사법부 결정을 우회하는 처리라는 논리를 편다. 사회적 파장이 큰 사안에 비해 공청회와 토론회 등 의견 수렴과 숙의가 충분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포함된다. 실체 측면에서는 학생 인권 보호 수준의 후퇴가 정당한 사유 없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퇴행 금지 원칙 위반 가능성을 제기하고, 학생인권교육센터와 학생인권옹호관 등 권리구제 체계를 약화시키는 것이 교육감의 조직 편성권과 행정기구 설치 권한을 과도하게 침해한다고 본다. 헌법과 국제인권조약, 교육기본법 등 상위 규범이 요구하는 인권 보장 의무와의 충돌 가능성도 함께 거론된다.


교육청-인권위-교육부의 우려, 국민의힘은 ‘대체 조례’로 

 

이번 사안은 법리 논쟁을 넘어 정치권과 관계기관의 평가가 정면으로 엇갈린다는 점에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서울시당은 서울시의회의 폐지 추진에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고, 서울시교육감도 같은 취지의 문제의식을 내놓고 있다. 국가인권위원장과 교육부장관까지 폐지에 대한 우려를 공개적으로 드러내면서, 조례 폐지를 둘러싼 논쟁은 지방의회 대 교육행정기관의 대립을 넘어 국가 차원의 인권-교육 정책 이슈로 확장되는 양상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학생인권조례 폐지 이후 ‘학교구성원 권리와 책임 조례’로 학교 구성원 간 권리와 책임의 균형을 정리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해당 조례가 학교 현장에서 제기된 갈등을 제도적으로 정리하는 대안이라는 입장이지만, 반대 측은 기존 권리구제 체계의 공백이 실제로 해소되는지와 기본권 보호 수준이 유지되는지에 대해 별도의 검증이 필요하다고 본다.


재의결 이후 소송전 유력

 

학생인권조례를 둘러싼 갈등은 교권 보호와 학생 인권 보장을 단순 대립으로 세우는 방식만으로는 정리되기 어렵다는 점을 드러낸다. 조례의 존폐가 표결과 소송으로 반복될수록 학교 현장에서는 분쟁 처리 기준이 흔들리고, 학생과 교사, 학부모가 의존할 권리구제 경로의 예측 가능성도 약해질 수 있다. 정책 설계의 핵심은 인권 보장 체계를 유지하면서도 학교 운영의 현실적 부담을 조정할 수 있는 기준과 절차를 어떻게 마련하느냐에 있다.

향후 국면은 시의회의 재의결 성립 여부와 이후 소송전이 병행될 가능성에 의해 좌우될 전망이다. 시의회가 총 112석 중 국민의힘 76석으로 다수 의석을 확보한 만큼, 출석만 일정 수준 확보되면 재의결이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다만 재의결은 재적 과반 출석과 출석의원 3분의 2 찬성이라는 요건을 동시에 충족해야 하므로, 표결 당일 출석 규모와 이탈표 여부가 최종 변수로 남는다. 재의결이 성립하면 교육감은 조례를 공포해야 하고, 기한 내 공포하지 않으면 의장이 직권으로 공포할 수 있다.

다만 재의결이 이뤄지면 교육청은 재의결일부터 20일 이내 대법원에 제소하고 집행정지를 신청해 폐지 효력 발생을 막으려 할 가능성이 크다. 대법원은 2024년 사건에서 집행정지를 인용한 전례를 바탕으로, 이번에도 절차적 적법성과 권리구제 공백에 따른 손해 발생 가능성을 중심으로 요건을 재검토하여 집행정지를 인용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인권위 등 우려 속에 사회적 합의 필요성

서울 학생인권조례 폐지안은 시의회 다수 의석이 주도한 표결만으로 정리되기 어려운 사안으로 굳어지고 있다. 재의요구 제도는 지방의회 다수결을 견제하는 장치이지만, 동시에 갈등을 법정으로 이동시키는 통로가 되기도 한다. 국가인권위원회 등 인권 관련 기구와 시민사회 일각에서 폐지 추진에 우려를 표하는 상황에서, 올해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무리한 강행보다는 공청회와 토론 등 절차를 통해 다시 한 번 민의를 확인하자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최종 결론은 재의결 정족수 충족 여부와, 대법원이 절차적 정당성과 권리구제 체계의 존치 필요성에 대해 어떤 기준을 제시하느냐에 의해 결정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