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기세척기 세제, 가성비 격차와 안전기준의 사각지대

한국소비자원 품질평가 결과로 본 규제 공백과 소비자 선택권 분석

 

식기세척기가 가정 내 필수가전으로 자리 잡으면서 전용 세제 시장 또한 급격히 성장하고 있다. 다양한 브랜드와 형태의 제품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소비자가 제품 간의 품질 차이와 안전성을 객관적으로 비교·선택하기란 쉽지 않은 실정이다. 이에 한국소비자원은 소비자 선호도가 높은 정제형 식기세척기 세제 6개 제품을 선정하여 세척 성능, 안전성, 환경성 및 경제성을 종합적으로 시험·평가했다.


식세기 세제 규제 사각지대, 위협받는 어린이 안전

 

이번 조사에서 가장 정책적으로 주목해야 할 지점은 식기세척기 세제와 관련된 안전 기준의 구조적 미비점이다. 한국소비자원이 시험한 6개 제품 모두 중금속 및 형광증백제 등 화학적 안전성 기준은 충족했으나, 물리적 안전장치인 '어린이보호포장'과 '점자 표시'는 전반적으로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캡슐형 세탁세제의 경우 관련 고시에 따라 어린이보호포장이 의무화되어 있는 반면, 외형이 유사하여 영유아가 사탕 등으로 오인 섭취할 위험이 높은 정제형 식기세척기 세제는 아직 의무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어 있다. 실제 소비자위해감시시스템(CISS)에는 영유아의 삼킴 사고가 지속적으로 접수되고 있어, 한국소비자원은 소관 부처인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제도 마련을 건의할 예정이다. 이는 단순한 제품 결함을 넘어선 생활화학제품 안전망의 사각지대를 보여주는 사례로, 규제 당국의 선제적인 입법 조치가 시급하다.


가격·성능 엇박자, '가성비'의 역설

 

제품의 핵심 기능인 세척 성능과 경제성 분석 결과, 가격이 성능을 완벽히 담보하지 않는다는 시장의 불균형이 확인되었다. 일상적인 오염 조건(밥알, 계란 등)에서는 에코버, 자연퐁, 프로쉬 등 3개 제품이 우수한 평가를 받았으나, 탄 치즈나 굳은 소스 등 가혹 조건까지 모두 충족한 제품은 '프로쉬 그린레몬 식기세척기 세제'가 유일했다. 반면, 1회 세척 당 비용은 최저 384원(탐사)에서 최고 723원(에코버)으로 최대 1.8배의 격차를 보였다. 이는 고가 정책을 펴는 수입 브랜드와 가성비를 앞세운 PB(유통사 자체 브랜드) 상품 간의 뚜렷한 시장 포지셔닝 차이를 보여준다. 소비자는 브랜드 인지도보다는 실제 사용 환경(오염도)과 경제성을 고려한 합리적 선택이 필요하며, 기업은 고가격에 상응하는 차별화된 성능 입증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친환경성 '양호', 유해물질 관리 합격점

 

환경 규제 강화 흐름에 맞춰 기업들의 생분해성 및 유해물질 관리 수준은 전반적으로 양호한 것으로 평가되었다. 시험 대상 전 제품이 수중 생분해도 70% 이상의 준용 기준을 충족했으며, 특히 3개 제품은 90% 이상의 높은 생분해도를 기록했다. 또한 유럽 등 선진국에서 환경 유해 의심 물질로 관리 중인 벤조트리아졸 역시 전 제품에서 검출되지 않아 국내 시장의 화학물질 관리 수준이 국제적 정합성을 갖추고 있음을 시사한다.


정보 제공 미흡, 취약계층 배려 '실종'

 

제품 정보의 비대칭성을 해소하기 위한 표시 기준 이행 실태는 대체로 양호했으나, 디테일한 안전 정보 제공과 취약계층 보호 측면에서는 여전히 개선의 여지가 컸다. 모든 제품이 법정 의무 표시사항을 준수하고 있었지만, 소비자의 실질적 편의와 직결되는 '권장 사용량' 표기가 미흡하여 시정 권고를 받은 사례가 확인되었다.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는 안전 취약계층을 위한 정보 접근성 강화다. 조사 대상 전 제품에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 표시가 없었고, 어린이 삼킴 사고 예방을 위한 보호 포장 역시 법적 강제력이 없어 사각지대에 방치되어 있었다. 이는 단순한 정보 제공의 미비를 넘어 소비자의 안전권과 직결되는 중대한 사안이다. 따라서 규제 당국은 필수 표시 정보의 범위를 사용량 정보뿐만 아니라 취약계층 보호를 위한 안전 장치까지 포괄적으로 재검토해야 하며, 기업은 이를 선제적으로 반영하여 시장의 신뢰를 확보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