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통과한 진실화해법 전부개정…3기 진화위 조사권 강화

집단희생·인권침해 범위 넓히고 민간 위탁시설까지 조사대상 포함

 

제2기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진화위) 활동이 조사기간 만료로 종료 수순에 들어가자, 국회는 29일 본회의에서 제3기 위원회 출범을 위한 진실화해법 전부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개정법은 2월 26일 시행되며, 3기 진화위도 같은 날 출범할 예정이다. 통과된 개정법은 진실규명 범위와 조사권한을 동시에 넓히는 한편, 피해자 권리와 유해발굴 근거, 소멸시효 특례를 법률에 명문화해 ‘조사 이후 구제’의 연결고리를 강화하겠다는 취지를 담았다.


진실규명 범위 확대 - 고문·구금 포함

 

3기 진화위의 진실규명 범위는 ‘집단희생’과 ‘인권침해’ 두 축에서 모두 넓어졌다. 집단희생 사건은 민간인 집단 사망·살인·상해·실종뿐 아니라 고문과 구금까지 포함하도록 정비했고, 인권침해 사건도 사망·상해·실종 외에 고문·구금을 명시했다. 나아가 중대한 인권침해사건과 조작의혹사건을 포괄해, 조사대상 문턱을 낮추는 방향으로 틀을 잡았다.

시간적·기관적 범위도 함께 확장됐다. 인권침해 사건의 시간적 범위는 1945년 8월 15일부터 국가인권위원회 설립 이전까지로 설정해, 해당 기간 공권력에 의해 발생한 중대한 인권침해를 제도적으로 다룰 기준을 분명히 했다. 조사대상 기관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직접 운영한 시설에 한정하지 않고, 지원·관리·감독을 받는 민간기관이 운영한 사회복지기관, 입양알선기관, 집단수용시설 등에서의 인권침해까지 포함하도록 했다.


위원회 구성원 확대

 

위원회는 기존 9인 체제에서 상임위원 4명을 포함해 총 13명으로 확대 구성되며, 대통령이 3명을 지명하고 국회가 10명을 선출하도록 했다. 국회 선출 몫은 국회의장 추천 1명, 대통령이 소속되거나 소속되었던 정당의 교섭단체 추천 4명, 그 외 교섭단체 추천 4명, 비교섭단체 추천 1명으로 구성된다. 상임위원은 대통령 지명 2명과 국회 추천 2명으로 배치하고, 위원장은 상임위원 중 대통령이 임명하는 구조다. 위원에 대해서는 탄핵소추가 가능하도록 하되, 별도의 인사청문 절차는 두지 않았다.


피해자 권리 강화 

 

개정법은 진실규명 과정에서 피해자와 유족이 의견을 제출할 권리를 명시하고, 국가가 이 권리를 보장하며 2차적 심리 고통을 줄이도록 노력할 의무를 부여했다. 동시에 피해자 권리 보장과 배·보상, 명예회복 등 제도 설계 전반에 대한 의견수렴 기구로 ‘숙의공론화장’ 설치 근거를 신설해, 조사와 결정의 정당성을 절차적으로 뒷받침하려는 장치를 마련했다.


신청·조사기간 규정 - 연장·승계 기준 명문화

 

진실규명 신청기간은 2월 26일 시행일부터 2년으로 잡았다. 다만 신청이 몰리거나 추가 접수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위원회 의결로 신청기간을 더 열 수 있도록 했다. 조사기간은 ‘조사개시 결정일’부터 3년이 원칙이며, 필요한 경우에 한해 2번까지 연장할 수 있게 했다. 연장 폭은 매번 1년 이내로 제한해 ‘무기한 조사’ 논란은 막되, 기간 만료로 중단된 사건은 새 위원회가 승계해 다시 조사할 수 있도록 경과조치도 함께 마련했다.


유해발굴 및 보상의 법적 근거 추가

 

개정법은 2기 위원회 활동 과정에서 추진된 유해발굴을 조사활동의 일환으로 명시하고, 전담 부서 설치 근거를 두었다. 위원회는 매장 추정 토지에 대한 조사·발굴, 일시 사용, 장애물 제거 등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고, 유전자 시료 채취와 유전자 검사 근거도 마련했다. 이 과정에서 토지의 일시 사용이나 농작물 훼손 등으로 손실이 발생하면 손실보상을 하도록 규정해, 발굴 과정에서의 재산권 침해 논란을 제도적으로 조정하도록 했다.


결정 공개 의무화, 권고 이행은 총리실로

 

개정법은 각하 결정, 진실규명 결정, 진실규명 불능 결정을 원칙적으로 공개하도록 해 피해자의 알권리를 제도화했다. 다만 국가 안전보장이나 국민 화해 등을 위해 필요하다고 위원회가 의결하면 비공개할 수 있도록 예외를 두어, 공개와 보호의 균형을 조정하도록 했다.

권고사항 이행관리의 주체는 행정안전부 장관에서 국무총리로 바뀐다. 각 소관 국가기관이 이행계획과 조치결과, 미이행 사유를 국무총리에게 제출하도록 해, 권고 이행을 범정부 차원의 점검·관리 체계로 끌어올리겠다는 설계다.


조사권과 구제의 연결

 

개정법은 진실규명에 필요한 자료나 물건의 제출을 정당한 이유 없이 거부하는 개인 또는 기관이 있을 때, 위원회가 관할 지방검찰청 검사장에게 압수·수색·검증 영장 청구를 의뢰할 수 있도록 했다. 조사 과정에서 확인된 사실이 범죄혐의에 해당한다고 판단되면, 수사기관장에 대한 고발이나 수사요청도 가능하도록 해 위원회 조사 결과가 형사사법 절차로 이어질 수 있는 연결 통로를 법률에 명시했다.

피해 구제와 관련해서는 국가가 배상 또는 보상의 기준·범위·종류를 별도 법률로 정하도록 하는 근거조항을 두었다. 다만 구체 기준과 기한은 후속 입법에 맡겨 실효성은 추가 입법의 속도와 내용에 달릴 여지를 남겼다. 대신 진실규명 결정 사건 피해의 손해배상청구권에 대해 객관적 소멸시효를 배제하는 특례를 신설하고, 시행 이전에 진실규명 결정을 받았지만 시효 완성 등으로 권리행사가 막힌 경우에는 시행일부터 3년 이내 청구를 허용하는 부칙을 둬 최소한의 ‘구제 통로’를 즉시 열어두는 방식으로 설계했다.


남은 과제 - 배·보상 후속입법과 이행관리 실효성

 

개정법은 2월 26일 시행되며, 3기 진화위도 같은 날 출범할 예정이다. 다만 준비기간이 필요한 일부 조항은 부칙으로 공포 후 6개월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하도록 해, 출범 초기에는 조항별 적용 시점이 엇갈릴 수 있다.

통과한 개정법의 정책적 메시지는 진실규명의 범위와 권한을 넓히는 데서 멈추지 않고, 결정 공개와 시효 특례를 통해 피해자의 실질적 구제 가능성을 높이려는 데 있다. 다만 배·보상 기준을 별도 법률로 위임한 만큼, 제도 실효성은 후속 입법의 속도와 내용, 그리고 국무총리실 중심의 권고 이행관리 체계가 실제로 작동하는지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