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2일 검찰청을 폐지하고 기소 전담 '공소청'과 수사 전담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신설하는 내용의 입법예고를 단행했다. 70년 만에 검찰 간판을 내리는 '해체 수준의 개혁'이라 자평했지만, 정작 뚜껑을 열어본 내용은 검찰 개혁의 본질인 '권력 분산과 견제'와는 거리가 멀다는 비판이 비등하다. 법조계와 시민사회는 이번 개편안을 두고 검찰청을 폐지하려는 의도와 달리, '제2의 검찰청'을 만드는 법안이라며 강하게 성토하고 있다.
'검사+수사관' 구조 판박이... "간판만 바꿔 단 꼴"
이번 개편안의 가장 큰 모순은 '조직 구성의 복제판'이라는 점이다. 정부 안을 뜯어보면 중수청 내 수사를 지휘할 '수사사법관'은 변호사 자격 소지자로 한정했고, 실무를 맡을 '전문수사관'은 1급부터 9급까지의 직급 체계로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현재 검찰청의 '검사(변호사)와 검찰 수사관(직급제)' 구조를 이름만 바꿔 그대로 이식한 것에 불과하다. 결국 간판만 '중수청'으로 바꿔 달았을 뿐, 내부적으로는 기존 검찰과 똑같은 인력 구조와 계급 체계를 가진 '쌍둥이 조직'을 행안부 산하에 하나 더 만드는 꼴이다. "검찰을 해체한다면서 왜 검찰과 똑같은 조직을 또 만드느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시행령 통치' 논란 여전... 수사 범위 대통령령에 위임
특히 수사 범위 설정 방식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그간 검찰은 '부패·경제범죄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 범죄'라는 모호한 상위법 규정을 이용해 시행령으로 수사 범위를 넓혀왔다는 소위 '시행령 통치' 비판을 받아왔다. 그런데 이번 법안은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하기는커녕, 중수청이 담당할 9대 중대범죄의 구체적인 대상 범죄를 또다시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위임했다. 이는 향후 어떤 정권이 들어서든 국회의 법 개정 없이 대통령령(시행령)만 고치면 언제든지 수사 범위를 마음대로 늘리거나 줄일 수 있다는 뜻이다. 기존 제도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던 '시행령을 통한 우회 통치'의 길을 법적으로 더 넓게 열어준 셈이다.
박은정 의원 "형소법 196조 놔두면 수사권 분리 붕괴"... 검찰개혁 TF 문제 제기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는 법안의 치명적인 법리적 허점과 입법 과정의 불투명성도 도마 위에 올랐다. 박은정 의원은 "검사의 수사권을 규정한 형사소송법 제196조 제1항('검사는 범죄의 혐의가 있다고 사료하는 때에는 범인, 범죄사실과 증거를 수사한다')이 폐지되지 않는다면, 중수청 또한 수사권을 가지게 되어 수사와 기소의 분리라는 대원칙이 무너질 수 있다"고 꼬집었다. 수사권의 근거 조항을 명확히 정리하지 않은 채 조직만 신설할 경우, 중수청이 사실상 검찰과 다를 바 없는 수사 권한을 휘두르게 되는 법적 모순을 지적한 것이다.
박 의원은 이어 입법 배경에 대한 의혹도 제기했다. 그는 "국무총리실 산하 검찰개혁추진단(TF) 내 입법지원국에 다수의 검찰 인사가 포진해 있다"며, 결국 검찰 출신들이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이러한 결과물을 만들어낸 것 아니냐는 취지로 비판했다. 개혁 대상인 검찰 조직의 논리가 입법 과정에 깊숙이 개입해 '도로 검찰' 법안이 탄생했다는 합리적 의심이다.
한편, 이러한 쏟아지는 우려와 지적에 대해 주무 부처인 법무부는 국회의 입법권에 속하는 사안이라며 "입법에 관련하여 대해 별도의 입장이 없다"는 태도를 재확인했다. 제도 개편의 핵심 당사자임에도 불구하고 침묵으로 일관하는 법무부의 태도는 책임 회피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보완수사권도 '도로 아미타불'... 견제 없는 독점 우려
'보완수사권'의 운용 방식을 뜯어보면 '간판 갈이'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개편안에 따르면 경찰이 1차 수사를 진행한 후 사건을 중수청으로 보내고, 중수청이 이에 대한 보완수사권을 독점적으로 행사하게 된다. 이는 현재 경찰이 수사한 사건을 검찰이 넘겨받아 보완수사를 하는 현행 시스템과 구조적으로 완전히 동일하다. 결국 수사 지휘와 보완의 주체만 '검찰'에서 '중수청'으로 문패를 바꿔 달았을 뿐, 수사 절차나 권한 배분에서 실질적으로 달라지는 점이 전무하다.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치르며 굳이 똑같은 기능을 수행하는 별도 조직을 신설해야 하는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결국 이번 입법예고안은 '검찰청 폐지'라는 자극적인 구호 뒤에 숨어, 형사사법 시스템을 개혁하는 외관을 갖췄으나 실질적으로는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검찰의 정교한 생존 전략'이 아닌지 의심을 지우기 어렵다. 진정한 개혁은 권력을 쪼개어 기관끼리 견제하게 만드는 것이지, 간판만 바꿔 달아 통제받지 않는 또 다른 괴물 기관을 만드는 것이 아니다. 국회는 이번 법안이 잉태할 부작용을 막기 위해 원점부터 다시 논의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