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지귀연 부장판사를 둘러싼 유흥주점 접대 의혹과 관련해, 국정감사에서 결제 총액 170만원이 확인되자 대법원 윤리감사관실은 “직무관련성이 없고, 1인당 금액이 100만원 이하”라며 징계 곤란 입장을 밝혔다. 이는 청탁금지법의 형사처벌 문턱을 사실상 징계 판단의 기준선으로 원용한 것이다. 그러나 형사책임 요건과 징계·품위 판단은 서로 다른 차원의 문제다. ‘170만원 논리’가 과연 법관 윤리와 사법 신뢰의 기준으로 충분한지 검토가 필요하다.
대법원 측 ‘170만원’ 논리의 요지
지 부장판사는 2023년 8월 현직 변호사 후배들과 술을 곁들인 저녁식사를 한 뒤 2차 술자리까지 함께했다. 의혹을 감사한 최진수 대법원 윤리감사관은 이날 국정감사에서 “(동석자들의) 카드 내역을 제출받아 확인했다”며 “(2차 술자리는) 170만원이 나왔다”고 밝혔다. 감사관실은 지 판사가 2차 자리에서 한두 잔만 마시고 먼저 일어났고, 결제는 지 판사 퇴장 뒤 동석 변호사가 했다는 진술이 일치한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사실관계 전제를 바탕으로 대법원 윤리감사관실은 직무관련성이 인정되지 않는 한 총액 170만원을 참석 인원으로 나눈 1인당 100만원 이하라는 점을 들어 청탁금지법상 형사처벌 대상이 아니며, 따라서 징계 사유 인정도 어렵다는 논리를 제시했다.
법률 프레임 점검
이 사안은 두 가지 차원에서 법률적 고려가 필요하다. 첫째, 청탁금지법은 형사처벌·과태료의 문턱을 정한다. 둘째, 법관징계법은 형사 미달이더라도 품위 손상 등으로 징계가 가능하다는 별도의 기준을 둔다.
1) 청탁금지법의 ‘100만원/300만원’ 기준은 어디에 쓰이나
청탁금지법은 직무관련성 유무에 따라 제재의 적용 경로가 달라지며, 윤리감사관실이 직무관련성이 없다고 전제한 상황에서는 ‘100만원/300만원’ 기준이 형사처벌 문턱으로 작동한다. 다만, 직무 관련 여부와 무관하게 동일인으로부터 1회 100만원 또는 회계연도 기준 300만원을 초과해 금품을 수수한 경우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특히 직무 관련성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1회 100만원 이하라도 수수액의 2~5배에 해당하는 과태료 부과 대상이 된다. 따라서 100만원 기준은 형사·과태료 제재의 문턱일 뿐, 징계 판단을 자동으로 결정하는 기준은 아니다.
2) 법관징계법의 징계 사유는 별개
법관징계법의 징계 사유는 청탁금지법과는 별개로 판단된다. 법관징계법 제2조는 직무상 의무 위반과 직무 태만, 그리고 법관의 품위를 손상하거나 법원의 위신을 실추하는 행위를 징계 사유로 규정한다. 헌법 따라서 형사처벌 기준에 미달하더라도 품위 손상이나 위신 실추가 인정되면 징계는 가능하다.
소결 | 두 가지 법률 프레임
이 사안에서 청탁금지법은 윤리감사관실 전제(직무관련성 없음)를 기준으로 1인당 1회 제공 금액이 100만원 이하이면 형사처벌 요건에 미달한다는 결론으로 정리된다. 반면 법관징계법은 형사 미달 여부와 무관하게 법관의 품위 손상이나 법원의 위신 실추가 인정되면 징계가 가능하다는 결론에 이른다.
쟁점별 분석
쟁점 1 | 직무관련성 판단
윤리감사관실은 현 시점에서 직무관련성 인정 곤란을 전제로 했다. 다만 국감에서 법원장들이 '진행 중인 재판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답변을 유보하는 사례에서 보듯, 현직 판사와 변호사의 접촉 자체는 법적으로 문제가 없을 수 있으나 외관상 부적절하다는 인상만으로도 문제 소지가 있으며, 특히 고가의 유흥주점에서 만났다는 사실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아울러 현직 변호사들과의 반복적 만남 여부와 사건 수임·배당과의 간접 연계성 등은 수사로 더 확인이 필요한 사안이다. 다만, 앞에서 언급하였듯이 직무관련성이 부정된다 해도 품위 손상 판단은 별도로 가능하다.
쟁점 2 | 총액 분할(Per-capita) 계산의 타당성
대법원 측은 총액 170만원 ÷ 참석자 수(3명) 방식으로 1인당 금액을 산정하였다. 국민권익위의 경우 일반적으로 “공직자등이 여럿이 함께 음식물을 제공받은 경우 금품등의 가액은 실제 각자에게 소비된 비용으로 하되, 그 비용의 산정이 어려운 경우 균등하게 분할한 금액을 기준으로 할 수 있다”는 취지로 회신해, 균등분할 산정 자체는 일반적으로 가능하다고 본다. 다만 직무관련성이 인정되는 경우 ‘음식물’(식대)은 1인당 5만원 초과 제공·수수 시 원칙적으로 위법이며 과태료 대상이다.
쟁점 3 | 품위 손상과 윤리감사 결론의 문제
법관이 여성 접객원이 동석하는 유흥주점에 출입했다는 사실이 확인될 경우 이는 사법부 신뢰와 법관의 품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설령 1인당 금액이 청탁금지법상 형사 문턱(100만원)에 미달하더라도, 공적 직위에 요구되는 윤리 기준 충족 여부는 별도의 쟁점이다. 그럼에도 윤리감사관실이 형사적 사실확정을 이유로 판단을 유보하고 사실상 "형사 미달=징계 불가"로 해석될 수 있는 결론을 제시한 것은 문제다. 형사와 징계 기준을 혼동하는 메시지는 절차적 정당성과 국민 신뢰를 해칠 수 있으며, 고위 법관 관련 사안일수록 사실관계의 투명한 공개와 평판 리스크 관리는 더욱 강화되어야 한다.
결론
공수처 수사 배당이 가시화되면서 결제 주체·금액 구성·동석 범위 등 핵심 사실이 정리될 가능성은 있다. 다만 강제수사 한계와 사법부의 협조 문제가 변수이므로, 수사 진척과 무관하게 사법부 내부 윤리지침 보완은 병행돼야 한다. 그럼에도 ‘170만원’ 논리는 형사처벌 여부 판단에는 유효할 수 있으나 법관 윤리·징계 판단의 충분조건은 아니다. 특히 윤리감사관실의 결론이 ‘형사처벌 기준 미달이 징계 불가’로 비칠 소지가 있다는 점에서 절차적 정당성과 국민 신뢰를 해칠 위험이 있다. 고도의 윤리와 품위를 요구받는 법관이 이러한 행위, 또는 외관상 부적절하게 보일 수 있는 행위에 연루된 사실만으로도 문제될 수 있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으며, 이에 따라 보다 엄격한 윤리감찰을 실시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법 신뢰의 기준은 형사 문턱보다 엄격한 품위·책임의 잣대여야 한다. 이에 따라 윤리감사관실은 법관징계법에 따른 조치, 즉 ‘품위유지 의무’ 위반 등 적용 여부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이를 통해 법원에 대한 국민 신뢰를 제고할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