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2인 방통위'에 제동… YTN 민영화 절차 위법 판단

서울행정법원, 유진그룹 최다액출자자 승인 취소… 공공기관 지분 매각 3년 만에 새 국면

 

지난달 28일 서울행정법원이 구 방송통신위원회(현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가 유진그룹 계열사인 유진이엔티를 YTN의 최다액출자자로 승인한 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하면서, YTN 민영화 과정이 중대한 변곡점을 맞았다. 합의제 행정기관인 방통위가 사실상 2인 체제에서 핵심 안건을 의결한 것이 절차상 위법하다고 본 것으로, 기존부터 문제가 제기돼 온 이른바 '2인 방통위' 체제 전반에 대한 사법적 경고이자, 보도전문 방송채널사용사업자인 YTN의 지배구조를 일반 민간 자본에 넘기는 방식의 민영화가 근본적으로 타당한지에 대한 문제 제기로도 읽힌다.

이번 판결로 유진그룹의 YTN 인수 절차는 다시 불확실성에 빠졌지만, 동시에 YTN 민영화 자체를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신호도 분명해졌다. 방통위의 항소 여부, 나아가 재심사 절차를 둘러싼 향후 법적·정치적 공방은 불가피하겠지만, 단순히 '조건을 고쳐 다시 승인할 것인가'의 차원을 넘어, 보도전문 공익채널을 시장 매각 대상으로 삼는 접근이 과연 정당한지에 대한 근본적 논의가 뒤따를 수밖에 없는 국면이다.


1심 판결의 내용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부장판사 최수진)는 YTN 우리사주조합과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가 방통위를 상대로 제기한 '최다액출자자 변경 승인 처분 취소' 소송 1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우리사주조합의 원고 적격은 인정했지만, 언론노조 YTN지부에 대해서는 소송을 제기할 법적 이익이 없다고 보고 각하했다.

재판부는 주문에서 "피고가 2024년 2월 7일 유진이엔티에 대하여 한 YTN 최다액출자자 변경 승인 처분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2024년 2월 방통위가 의결한 유진이엔티의 대주주 승인 자체에 절차적 하자가 있으므로, 이를 전제로 한 이후의 지배구조 변경은 정당성을 상실하게 됐다는 취지다.


'2인 체제' 위법성 인정… 합의제 기관의 본질 훼손

 

이번 판결의 핵심은 방통위 2인 체제 의결의 위법성을 명시적으로 인정했다는 점이다. 재판부는 방통위법의 입법 취지를 들어, 방통위는 정치적 다양성을 반영하도록 5인의 상임위원 구성을 전제로 설계된 합의제 행정기관이라고 전제했다. 그 위에서 최소 3인 이상이 심의·의결에 참여하는 구조가 합의제 기관의 본질적 요건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단 2명의 위원만으로 YTN 최다액출자자 변경과 같은 중대한 사안을 의결한 것은 제도의 취지와 합의제 운영 원리에 반한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이를 절차적 정당성의 중대한 결여로 판단했고, 그 결과 해당 승인 처분 전체가 위법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재판부는 또 유진그룹에 대한 승인 심사가 물리적으로 매우 촉박하게 진행됐다는 점도 간접적으로 지적했다. 공정성과 공익성, 보도 독립성 보장 여부 등 핵심 쟁점을 충분히 검토하기 어려운 일정이었고, 조건부 승인이라는 형식을 취했다 하더라도 그 자체로 졸속 심사 논란을 해소하기에는 부족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가처분 기각에서 승인 취소까지… 법원의 판단과 YTN 민영화 경과

 

YTN 우리사주조합과 노조는 2024년 2월 방통위 승인 직후 행정소송과 함께 집행정지 가처분을 신청했지만, 법원은 당시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긴급한 회복 불가능한 손해가 증명되지 않았고, 절차적 위법 여부는 본안에서 다툴 사안이라는 이유에서였다. 이후 항고심에서도 같은 판단이 유지됐다.

이번 1심 본안 판결은 그때와 정반대의 결과다. 법원은 실제 심리를 통해 방통위 의결 과정의 절차적 하자를 구체적으로 확인했고, 합의제 행정기관으로서의 최소 운영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점을 중대 위법 사유로 보았다. 가처분 단계에서는 신중한 태도를 취했던 법원이 본안 심리에서는 제도 설계의 취지와 민주적 통제 원칙을 보다 적극적으로 해석해 낸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점에서 이번 판결은 단순히 한 방송사의 대주주 승인 취소를 넘어, 향후 합의제 규제기관 운영에 대한 기준선을 상향 조정했다는 의미를 가진다.

YTN 민영화 논의는 2022년 말 정부의 공공기관 자산 효율화 계획에서 출발했다. 기획재정부는 2022년 11월 한국전력공사 자회사인 한전KDN이 보유한 YTN 지분 21.43퍼센트와 한국마사회 지분 9.52퍼센트, 합계 30.95퍼센트를 매각 대상으로 확정했다. 사실상 공공부문이 쥐고 있던 지배력을 민간에 넘기는 결정이었다. 이후 2023년 10월 23일 지분 매각 입찰에서 유진그룹은 3천199억 원을 써내며 낙찰자로 선정됐다. 같은 해 11월 유진그룹은 방통위에 YTN 최다액출자자 변경 승인을 신청하면서 민영화 절차는 막바지 국면으로 접어드는 듯 보였다.

그러나 2024년 2월 7일 방통위가 사실상 2인 체제에서 유진이엔티의 최다액출자자 변경을 의결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당시 방통위는 보도 편성에 대한 이사회 개입 금지, 일정 수준을 넘는 배당 제한 등 조건을 붙여 승인 결정을 내렸지만, 우리사주조합과 노조는 절차적 위법성과 졸속 심사를 이유로 곧바로 행정소송에 나섰다. 2024년 봄까지 이어진 집행정지 가처분과 항고는 모두 기각됐지만, 본안 재판이 진행되면서 방통위 2인 체제를 둘러싼 위헌·위법 논란은 계속됐고, 결국 2025년 11월 승인 취소라는 1심 판결로 귀결됐다. 2022년 공공기관 지분 매각 결정 이후 3년에 걸친 민영화 과정이 다시 원점 재검토의 기로에 선 셈이다.


유진그룹 경영권의 법적 불확실성과 재심사 변수

 

이번 판결이 확정될 경우 유진그룹의 YTN 최다액출자자 승인은 효력을 상실한다. 다만 승인 취소가 곧바로 주식 소유권 박탈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방송법상 최다액출자자 승인 없이 주식을 보유하는 경우 규제기관은 의결권 제한이나 주식 처분 명령을 통해 간접적으로 시정 조치를 내릴 수 있다.

유진그룹 입장에서는 두 가지 과제가 동시에 제기된다. 하나는 항소를 통해 승인 취소 판결을 뒤집는 문제이고, 다른 하나는 필요할 경우 새롭게 구성되는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에 재승인 심사를 요청하는 문제다. 그러나 법원이 2인 체제 자체를 위법하다고 판단한 이상, 현재 위원회가 2인밖에 임명되지 않은 상황이라 위원회가 완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다시 심사를 강행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 재승인 심사 일정은 장기간 공전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공전이 길어질수록 보도전문 방송채널사용사업자인 YTN의 지분과 편성권을 민간 대기업 자본에 맡기는 민영화 방식이 구조적으로 얼마나 불안정한지, 공영성과 공적 통제를 전제로 한 지배구조로 방향을 돌려야 한다는 주장이 더 힘을 얻을 수밖에 없다.


방통위 2인 체제에 대한 사법적 경고… 다른 방송 정책에도 파급 가능성

 

이번 판결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이어진 방통위 2인 체제의 법적 정당성을 사실상 부인한 첫 본안 판결이라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 방통위는 위원 임명 지연과 공석 장기화를 이유로 2인의 위원만 참석한 회의에서 여러 주요 안건을 의결해 왔다. 법원은 이러한 관행에 제동을 걸며 합의제 기관 운영의 최소 기준을 명확히 제시한 셈이다.

특히 재판부가 합의제 행정기관의 최소 요건을 '3인 이상 참여'로 분명히 적시함에 따라, 방통위가 같은 체제에서 의결한 다른 안건들도 소송에서 다퉈질 경우 패소할 가능성이 커졌다. 공영방송 사장 선임이나 이사 구성, 사업자 재승인 등 방송 정책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정책적으로도 이번 판결은 합의제 행정기관이 정치적 이해관계와 무관하게 안정적으로 구성·운영돼야 한다는 점을 다시 상기시킨다.


YTN 내부 갈등과 민영화에 관한 재논의

 

YTN 내부에서는 이번 판결을 계기로 민영화 과정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한층 커질 것으로 보인다. 노조와 우리사주조합은 그동안 유진그룹 인수 과정이 공적 책임과 보도 독립성을 충분히 담보하지 못했다고 비판해 왔고, 이번 판단을 통해 절차적 문제점이 공식 확인됐다고 보고 있다.

유진그룹의 경영 참여가 법적 정당성 논란 속에서 제동이 걸리면, YTN의 향후 지배구조 모델에 대한 논의 역시 다시 열릴 가능성이 크다. 공공성 강화와 편집권 독립을 보장하는 지배구조 설계, 공공기관 지분을 시장에 매각하는 민영화 방식의 타당성, 공공기관 자산 매각을 둘러싼 정부 정책의 방향성 등이 모두 재검토 대상에 올라설 수 있다. 특히 보도전문 방송채널사용사업자인 YTN만큼은 일반 상업채널과 동일한 잣대로 민간 대기업에 넘길 것이 아니라, 공영성·편집권 독립을 제도적으로 담보하는 별도의 소유·지배구조 틀을 마련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뚜렷해지고 있다.

소송이 상급심으로 이어지고 최종 확정 판결까지 시간이 걸릴 경우 YTN은 상당 기간 불안정한 지배구조 아래에서 경영과 보도를 지속해야 한다. 이는 시청자와 시장의 신뢰, 내부 구성원의 조직 안정에 모두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시기를 단순한 '과도기'로만 볼 것이 아니라, 민영화 추진 자체가 적절했는지, YTN을 어떤 형태의 공적 지배구조 아래 두는 것이 바람직한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모색하는 시간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정책적 시사점과 과제

 

이번 YTN 판결은 절차적 정당성의 중요성을 다시 확인시킨 사례이면서, 보도전문 방송채널사용사업자를 일반 공공기관 자산과 동일한 방식으로 민영화하는 정책 방향 자체에 근본적인 의문을 던진 사건이다. 정부가 자산 효율화와 재정 개선을 명분으로 공공기관 지분 매각을 추진할 수는 있지만, 24시간 뉴스와 시사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보도전문 채널의 소유와 지배구조를 시장 논리에만 맡길 경우 민주적 여론 형성과 미디어 다양성, 권력 감시 기능이 훼손될 위험이 크다는 점을 이번 사태는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공영·민영 방송의 지배구조와 소유 규제에 대한 중장기 논의 역시 YTN 민영화의 중단을 전제로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 YTN 사례는 공공기관 지분을 단순히 시장에 매각하는 방식만으로는 언론사의 공공성과 독립성을 둘러싼 논란을 해소하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줬다. 특히 보도전문 방송채널사용사업자인 YTN은 일반 상업채널과 달리, 우리사주조합과 노동조합, 시청자 대표, 독립 이사 등이 함께 참여하는 혼합 지배구조 모델이나 별도의 공적 기금을 통한 안정적 재원 조달 등, 민간 대기업 단독 지배를 전제로 하지 않는 대안적 설계를 우선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향후 유사한 민영화 정책 추진 시에는 절차적 정당성과 이해관계자 참여, 특히 노동조합과 우리사주조합 등 내부 구성원의 실질적 참여가 제도적으로 보장되는지 점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절차상 하자를 이유로 한 사후 소송이 반복된다면 정책 집행의 효율성과 신뢰는 동시에 훼손될 수밖에 없다. 정치권과 정부, 규제기관, 노사 모두가 이번 판결을 단순한 승패의 문제가 아니라, 보도전문 공익채널을 민영화 대상에서 제외하고 공영성과 편집권 독립을 제도적으로 강화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다시 설계하라는 요구로 받아들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 위에서만 YTN과 같은 보도전문 방송채널사용사업자의 지배구조를 시장 매각이 아니라 공영·공적 소유 구조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재설계해야 한다는 점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