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소비자원, 에너지 스틱 13종 성분·가격 비교

당류 2.4배, 아미노산 13배 차이, 운동 유형·섭취 상황에 맞는 선택 필요

 

최근 러닝·마라톤, 헬스 등 아마추어 스포츠 활동이 일상화되면서 젤·액상 형태의 에너지 스틱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은 시중 판매 13개 제품을 대상으로 성분·안전성·표시·가격을 비교 조사한 결과, 제품별 당류·아미노산 등 주요 에너지 성분과 1포 가격(840~3,000원, 최대 3.6배)에 큰 차이가 있는 반면, 중금속·미생물·보존료 등 안전성 기준은 모두 충족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당류 위주 vs 아미노산 위주, 운동 유형에 따라 달라지는 선택

 

소비자원 시험 결과, 에너지 스틱은 크게 당류를 주 에너지원으로 하는 제품과 아미노산을 주로 함유한 제품으로 나뉘었다. 13개 제품 중 12개는 포도당·과당·설탕 등 5종의 당류를 주요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고 있었고, 1개 제품은 단백질 구성 성분인 아미노산을 중심으로 설계돼 있었다.

 

  • 열량 기준으로 보면, 당류 위주 12개 제품은 1포당 83~118㎉ 수준인 반면, 아미노산 위주의 제품은 16㎉에 그쳐 에너지 공급 방식에서 큰 차이를 보였다.

  • 탄수화물 함량은 1포 기준 2~29g으로 최대 14.5배 차이가 났으며, 이 가운데 당류(5종)만 놓고 보더라도 5~12g으로 제품 간 2.4배 격차가 나타났다.

 

다만 일상생활에서 별도의 운동 없이 간식처럼 에너지 스틱을 섭취할 경우, 당류와 탄수화물, 아미노산 함량을 확인하지 않고 무분별하게 여러 포를 먹는 것은 혈당 급상승이나 체중 증가, 신장(콩팥)에 부담을 주는 등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섭취량 조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팔라티노스·자일리톨 등 ‘신유형·대체감미료’ 성분, 표시 실태는 미흡

 

이번 조사에서는 신유형 당류인 팔라티노스와 당알코올류인 자일리톨 등 감미 성분에 대한 표시·광고 실태도 함께 점검됐다.

팔라티노스의 경우, 13개 제품 중 9개가 1포 기준 0.3~3.0g을 함유하고 있었다. 팔라티노스는 포도당과 과당이 결합된 이당류로 설탕보다 단맛은 약하지만 혈당을 보다 완만하게 올리는 특성을 내세워 일부 에너지 젤이 ‘프리미엄 당류’처럼 강조해 온 성분이다.

하지만 팔라티노스 등 감미 성분은 ‘기능성’만 강조되고 구체적인 수치·기준이 부족해 다른 당류와의 차이를 소비자가 가늠하기 어렵다. 또한, 아미노산·팔라티노스를 강조하면서도 실제 함량이 표시량에 미달한 제품이 있어 품질·표시 관리 강화가 필요하다.

당알코올류 중 하나인 자일리톨은 4개 제품에서 1포 기준 0.5~1.5g 수준으로 확인됐다. 자일리톨은 칼로리를 낮추면서 단맛을 내는 장점이 있지만, 민감한 소비자가 여러 포를 한꺼번에 섭취할 경우 복통·설사·복부 팽만감 등 이상 반응이 나타날 수 있는 성분이다. 소비자원은 해당 제품들에 자일리톨 함유 사실과 과다 섭취 시 주의사항을 보다 명확히 표기하도록 개선을 권고했고, 일부 업체는 자일리톨 성분 제외 또는 주의 문구 추가 계획을 회신한 것으로 전했다.

또한 조사 대상 제품 가운데 하나는 1포에 카페인 50㎎을 함유하고 있어, 카페인에 민감한 소비자는 제품 전면의 ‘고카페인 함유’ 표시를 반드시 확인하고 섭취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타민·무기질, ‘건강기능식품과의 중복 섭취’가 관건

 

에너지 스틱은 에너지 공급뿐 아니라 비타민·무기질을 추가해 ‘멀티 기능성’을 내세우는 제품이 많았다. 13개 중 12개 제품이 비타민 B군 또는 비타민 C를 1종 이상 함유하고 있었고, 일부는 비타민 D·E 등 지용성 비타민까지 포함하고 있었다.

 

  • 비타민 B군의 경우, 제품에 따라 1일 영양성분 기준치의 수%에서 최대 152%까지 편차가 컸다. 특정 비타민 B1·B6·B12의 함량이 기준치의 20%를 상당 폭 넘는 제품도 있었지만, 그런 제품조차 영양성분표에 구체적인 수치가 기재되지 않은 사례가 확인돼 소비자원은 표시 보완을 권고했다.

  • 비타민 C는 함유 제품 4개 가운데 한 제품이 1일 기준치의 51%까지 제공하는 것으로 나타나, 감기 예방이나 피로 회복을 목적으로 복수의 비타민제를 함께 복용할 경우 중복 섭취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무기질의 전체 함량은 대체로 낮았지만, 개별 성분 기준으로는 나트륨·칼슘·철분·마그네슘·아연 등에서 일부 제품이 눈에 띄었다. 특히 아연은 두 제품에서 1일 기준치의 45% 수준으로 높게 나타났는데, 이 가운데 한 제품은 아연 함량을 영양성분표에 따로 표기하지 않아 소비자원으로부터 표시 개선 권고를 받았다.

정책적 관점에서 보면, 에너지 스틱이 건강기능식품이 아닌 일반 가공식품임에도 비타민·무기질을 다량 함유하고, 건강기능식품과 유사한 마케팅 문구를 사용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는 점이 시사적이다. 제도적으로는 영양성분 표시 의무와 허용오차 관리, 과장·혼동 우려가 있는 표현 규제 등을 통해 소비자가 실제 함량과 효과를 보다 정확히 인지할 수 있도록 하는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


정책·규제 측면 시사점

 

이번 에너지 스틱 품질 비교 결과는 식품·건강 관련 소비재 시장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세 가지 구조적 문제를 그대로 드러낸다.

첫째, 동일 카테고리 내에서도 성분 구성과 함량 차이가 큰 상황에서, 소비자가 제품 간 차이를 쉽게 비교할 수 있는 정보 제공 체계가 아직 충분하지 않다. 소비자24의 비교정보 제공은 중요한 진전이지만, 사업자 홈페이지·온라인몰 등 주요 판매 채널에서도 영양성분을 통일된 형식으로 표기하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

둘째, 특정 원재료나 아미노산을 ‘핵심 기능 성분’으로 강조하는 표시·광고 관행에 비해 실제 함량 관리는 아직 느슨하다. 표시값보다 적은 양을 함유하거나, 복합원재료 사용량을 그대로 강조하는 방식은 장기적으로 시장 신뢰를 해칠 위험이 크다. 규제기관 입장에서는 허용오차가 적용되지 않는 성분에 대한 점검을 강화하고, 위반 시 경고 수준을 넘어 실질적인 제재 수단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셋째, 일반 식품과 건강기능식품의 경계가 흐려지는 ‘경계 제품’이 늘어나는 만큼, 소비자가 건강기능식품·영양제·에너지 젤을 동시에 섭취하는 상황에서의 중복 섭취·과잉 섭취 리스크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가 과제로 떠오른다. 특히 비타민 B군, 비타민 C, 아연 등 면역·피로 회복을 내세우는 성분의 경우, 에너지 스틱이 사실상 ‘보조제의 일부’를 대체하는 기능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실태 조사와 가이드라인 마련이 요구된다.

한국소비자원은 앞으로도 에너지 스틱과 같은 일상형 식품을 포함해 다양한 식품군에 대해 품질과 안전성 정보를 계속 제공하겠다는 방침이다. 성분과 가격, 표시의 투명성이 높아질수록 소비자는 자신의 운동 패턴과 건강 상태에 맞는 제품을 보다 합리적으로 선택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