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진주박물관, 개관 41년 만에 역대 최대 관람객 기록

지역 축제와 디지털 전략이 만들어낸 관람객 51만 시대

 

국립진주박물관이 1984년 개관 이후 41년 만에 역대 최다 관람객 기록을 새로 썼다. 박물관에 따르면 2025년 11월 11일 기준 연간 관람객 수는 51만 명을 넘어섰으며, 이는 직전 최대 실적이었던 2012년 44만 명은 물론 전년도 32만 명을 크게 상회하는 수치다. 진주시 전체 인구 약 33만 명을 훌쩍 웃도는 관람객이 국립진주박물관을 찾은 셈이다.

 

 

국립중앙박물관 대부분이 무료로 입장할 수 있는 것과 달리, 국립진주박물관은 진주시가 관리하는 진주성 입장료를 지불해야 관람이 가능한 사실상 유료 구조다. 성인 기준 2천 원의 입장료 부담에도 불구하고 관람객이 크게 늘었다는 점에서 이번 기록은 지역 문화소비 수요의 확대와 박물관 운영 전략의 변화를 동시에 보여주는 지표로 평가할 수 있다. 박물관은 11월 11일 기준 누적 관람객 1천252만 명을 기록했으며, 연말에는 개관 이래 최다 누적 관람객 기록도 경신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유등축제 연계 야간 개장과 체험 프로그램이 만든 붐비는 박물관

 

관람객 증가의 가장 직접적인 요인은 지역 축제와 연계된 전시·문화행사 운영이다. 박물관은 올해 추석 연휴와 진주남강유등축제 기간에 맞춰 상설전시와 문화행사, 야간 개장 프로그램을 집중적으로 운영했다. 진주성 일대 관광 동선 안에 박물관을 적극적으로 편입시키면서 가족 단위 관람객과 외지 관광객의 유입을 동시에 끌어낸 셈이다.

 

추석맞이 문화행사에는 2만3천 명, 박물관 문화체험 부스에는 2만9천 명이 참여했다. 단순 관람을 넘어 체험과 참여 중심 프로그램을 통해 박물관을 축제 현장의 거점 공간으로 만든 전략이 관람객 확대에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3D 입체영상관과 같은 인기 프로그램은 마감 시간까지 관람객이 몰리는 등 체류 시간을 늘리고 재방문을 유도하는 장치로 작동했다.


지역사 재조명과 스토리텔링 - 특별전이 이끈 콘텐츠 경쟁력

 

전시 콘텐츠 측면에서도 상반기 특별전과 하반기 기획전이 관람객 증가를 견인했다. 상반기 특별전인 「천년 진주, 진주목 이야기」는 지역의 천년 역사와 진주목의 변천을 정리하며 진주를 경남 서부의 역사거점 도시로 재조명했다. 이어 10월 1일 개막한 특별전 「암행어사, 백성의 곁에 서다」는 조선시대 암행어사 제도를 대중적 스토리텔링으로 풀어낸 전시로 호평을 받았다.

 

암행어사 제도는 대중에게 익숙하지만 실제 제도의 운영 방식과 지역 현장에서의 활동상은 잘 알려져 있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번 전시는 미시사와 제도사를 결합한 지역 특화 콘텐츠로 의미가 있다. 개막 이후 현재까지 8만5천 명이 전시를 관람한 것으로 집계되며, 기획전으로서는 이례적인 흥행세를 보이고 있다. 전시는 2026년 2월 22일까지 이어질 예정으로, 향후 관람객 증대에도 상당한 기여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시 환경·온라인 전략 결합

 

박물관은 관람 환경 개선과 디지털 채널 강화에 동시에 공을 들였다. 올해 박물관 내외부 안내 사인물을 전면 개편해 동선을 정리하고, 관람객이 원하는 정보를 쉽게 찾을 수 있도록 했다. 이는 가족 단위 관람객과 외국인 방문객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기본 인프라를 정비하는 조치로 볼 수 있다.

 

콘텐츠 측면에서는 국립중앙박물관의 지원을 받아 길이 10미터 규모의 대형 미디어월을 설치한 것이 눈에 띈다. 이 미디어월에서는 국립진주박물관의 대표 브랜드 콘텐츠인 「화력조선」과 진주성 관련 자료 영상 등이 상영되고 있다. 정적인 유물 전시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임진왜란사와 병기 관련 콘텐츠를 대형 미디어 영상을 통해 구현함으로써, 관람객의 흥미를 끌고 학습 효과도 동시에 높이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디지털 플랫폼을 활용한 관람객 유치 전략도 두드러진다. 국립진주박물관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화력조선’은 구독자 11만 명을 돌파해 국립문화시설 가운데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대표 영상인 「1분 만에 익히는 현자총통 발사 절차」는 조회수 248만 회, 화력조선 시네마 「사르후」는 318만 회를 기록하는 등 온라인에서 확실한 브랜드를 구축했다.

 

이같은 온라인 흥행은 단순한 조회수 경쟁을 넘어 박물관의 인지도를 전국 단위로 확장시키는 효과를 내고 있다. 병기와 전쟁사를 흥미롭게 풀어내는 영상 포맷은 젊은 세대와 게임·콘텐츠 팬층까지 포섭하면서, 실제 박물관 방문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만드는 중이다. 박물관은 11월 중 화력조선 시즌 6 공개를 예고하고 있으며, 국립진주박물관에 따르면 외국인 관람객은 전년도 4,338명에서 올해 11월 11일 기준 4,917명으로 늘었다. 박물관은 연말에는 이보다 더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며, 이런 추세를 뒷받침하기 위해 외국어 자막 서비스를 확대해 해외 구독자와 외국인 관람객을 동시에 겨냥하고 있다. 외국어 자막 확대는 지방 소재 국립박물관이 외국인 방문객 비중을 높이기 위해 선택할 수 있는 전략적 수단이라는 점에서 정책적 의미도 크다. 중앙 정부와 지방정부가 추진하는 지역 관광 활성화, 전쟁·역사 유적지 국제 홍보 정책과도 방향이 맞닿아 있다.


지역 문화소비 기반 확장의 신호

 

국립진주박물관의 이번 기록은 유료 입장 구조라는 제약을 안고 이뤄냈다는 점에서 특히 주목된다. 박물관 입장을 위해서는 진주성이 부과하는 입장료를 반드시 내야 하기 때문에, 무료 입장이 가능한 다수 국립박물관과 직접 비교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주시 인구를 훌쩍 뛰어넘는 관람객이 박물관을 찾았다는 사실은 지역 내 문화소비 기반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성장했음을 보여준다.

 

또한 진주남강유등축제와 같은 지역 대표 축제, 진주성 관광과의 연계는 국립박물관이 지역 관광·축제 정책과 어떻게 결합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해석할 수 있다. 지역 축제 기간에 집중적인 야간 개장과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해 체류 시간을 늘리고, 축제 관람객을 박물관으로 흡수하는 구조는 다른 지역 국립문화시설에도 참고가 될 만한 모델이다.

 

다만 유료 입장 구조가 장기적으로 관람객 기반을 어떻게 재편할지에 대해서는 보다 면밀한 분석이 필요하다. 사회적 배려계층, 청소년 등 문화접근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계층에 대한 지원책을 병행하지 않을 경우, 관람객 확대가 특정 계층에 편중될 위험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지역 국립박물관의 역할을 재정의하는 시험대

 

국립진주박물관의 역대 최다 관람객 기록은 단일 기관의 성과를 넘어 지방 소재 국립박물관의 역할과 가능성을 재조명하게 한다. 유료 입장 구조, 지역 축제와의 연계, 디지털 플랫폼 기반 콘텐츠 전략, 전시 환경 개선이 결합된 이번 사례는 중앙집중형 문화 정책에서 지역 분산형 문화 인프라 전략으로의 전환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향후 과제는 이러한 양적 성과를 질적 성과로 이어가는 일이다. 관람객 구성을 다변화하고, 사회적 배려계층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며, 외국인 관람객을 고려한 다국어 서비스와 교육 프로그램을 정교하게 설계하는 일이 요구된다. 동시에 옛 진주역 부지 이전과 새 박물관 건립 과정에서 도시계획, 교통, 지역 상권과의 조화를 어떻게 이룰지에 대한 정책적 논의도 필요하다. 국립진주박물관이 이번 기록을 계기로 지역과 함께 성장하는 국립문화기관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할 수 있을지, 향후 행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