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뇌염 전국 주의보…백신 있습니다!

질병관리청은 3월 27일, 올해 첫 일본뇌염 매개모기인 작은빨간집모기(Culex tritaeniorhynchus)가 제주도와 전라남도 지역에서 처음 확인됨에 따라 전국에 일본뇌염 주의보를 발령했다고 밝혔다. 이번 주의보는 지난해보다 3일 이른 것으로, 남부지방의 이상 고온 현상에 따른 모기 활동 조기 시작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작은빨간집모기는 논, 웅덩이 등 물이 고인 지역에서 서식하며, 주로 야간에 활동해 사람을 흡혈하는 대표적인 일본뇌염 매개체다.


“백신, 있습니다”

 

일본뇌염은 이름과 달리 일본에만 국한된 질병이 아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일본뇌염은 호주 북부, 인도, 동남아시아, 중국, 일본, 한국을 포함한 동북아시아 전역에서 발생하는 풍토병이다. 이 바이러스는 특히 여름철 고온다습한 환경에서 활발히 전파될 가능성이 높으며, 모기 활동이 왕성한 시기에는 감염 위험이 급격히 증가한다.

전염은 감염된 모기에 물린 것을 통해 사람에게 전달되며, 사람 간 전파 또는 다른 방식으로 전파된다는 것은 알려진 바 없다. 단, 극히 예외적인 경우(예: 수혈, 장기이식 등)을 통해 바이러스가 전파된 사례가 있으며, 이는 매우 드문 상황이다. CDC는 감염된 사람은 회복 후 최소 120일간 혈액 및 골수 기증을 해서는 안 된다고 권고하고 있다. 이로 인해 헌혈자 및 기증자에 대한 방역 관리도 점차 강화되고 있다.

일본뇌염은 뇌염으로 발전할 경우 고열, 발작, 착란, 마비 등의 신경학적 증상을 유발할 수 있으며, 심할 경우 20~30%는 사망, 30~50%는 신경계 후유증을 남길 수 있는 매우 치명적인 감염병이다. 단순 감기 증상으로 시작되었다가 빠르게 중증으로 악화될 수 있는 만큼, 조기 예방이 핵심이다.

다행히 일본뇌염은 백신으로 예방이 가능하다. 현재 국내에는 두 종류의 백신이 사용되고 있으며, 국가예방접종 대상자인 2012년 이후 출생 아동에게는 무료로 제공되고 있다. 예방접종은 감염 자체를 차단할 뿐 아니라, 감염되더라도 중증으로 발전할 확률을 크게 낮추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불활성화 백신은 생후 12~23개월에 1개월 간격으로 2회 접종 후 3차는 11개월후 4,5차는 6세와 12세에 추가 접종까지 총 5회 접종이 필요하며, 생백신은 생후 12~23개월 1차 접종 후 1년 뒤 2차 접종으로 총 2회 접종이 기본이다. 두 백신은 교차 접종이 불가하며, 동일한 종류의 백신으로 일정에 따라 완료해야 면역 효과가 제대로 발휘된다.


2012년 이전 출생자, 유료 접종 대상

 

하지만 2012년 이전에 태어난 청소년과 성인은 국가 무료접종 대상에 해당하지 않으며, 유료로 접종해야 한다. 특히 모기 활동이 활발한 남부지역 거주자나, 논·축사 등 모기 서식지 인근에 생활하는 사람들은 감염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아 주의가 필요하다.

질병관리청은 특히 다음과 같은 경우에는 예방접종을 권장하고 있다:

  • 논, 돼지 축사 인근 등 일본뇌염 위험지역 거주자

  • 일본뇌염이 유행하지 않는 국가에서 한국으로 장기 체류 중인 외국인

  • 일본,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일본뇌염 유행국가를 방문할 예정인 여행객

  • 일본뇌염 바이러스에 노출 가능성이 있는 실험실 종사자

접종 여부가 불확실하다면 ‘예방접종도우미 누리집’(https://nip.kdca.go.kr)에서 본인의 접종 이력과 지정 의료기관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지역 보건소나 내과 전문의를 통해 개인 위험군 여부를 상담받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얼마나 위험한가?

 

일본뇌염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대부분은 증상이 없거나 가벼운 발열과 두통 정도로 지나간다. 하지만 약 1,000명 중 1명은 뇌염으로 진행될 수 있으며, 이 경우 사망률이 20~30%에 이르고, 생존자의 30~50%는 언어장애, 운동장애 등 심각한 신경계 후유증을 겪을 수 있다. 치료제가 없어 증상에 따른 대증치료만 가능하며, 회복에는 수개월이 소요되기도 한다.

소아 환자는 학습과 성장에 지장을 받을 수 있으며, 성인 환자는 장기 입원과 재활 치료가 필요한 경우도 있다. 특히 고령자나 만성질환을 가진 사람은 예후가 더 나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예방접종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지역사회 차원의 감시와 대응도 병행되어야 한다.


기존 시민들에게도 접종 검토 필요

 

현행 제도는 2012년 이후 출생자를 중심으로 국가 무료접종을 제공하고 있으나포함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일본뇌염이 전 국민을 위협할 수 있는 풍토병이라는 점에서, 과거 정기접종 기회를 놓친 국민에 대한 선별적 무료 접종 확대 또는 지원 방안이 검토될 필요가 있다. 특히 한국 전역이 일본뇌염 풍토지역으로 분류되는 상황에서, 전국민 예방접종 체계가 본격 시행되기 전 태어난 이들에게는 위험도에 따른 평가를 통해 접종 기회를 제공하는 정책적 조치가 필요하다. 단발적인 접종 권고가 아니라, 연령대별 또는 거주지역별로 대상자를 세분화해 계획적으로 접근하는 방안이 바람직하다.

전 국민을 한꺼번에 포함시키기에는 현실적으로 예산과 백신 물량의 한계가 있으므로, 거주 지역, 연령, 직업, 기저질환 유무 등 기준을 바탕으로 단계적으로 확대 적용하는 방식이 현실적인 접근이 될 수 있다. 또한, 기존 접종 누락자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여 순차적으로 접종 기회를 제공하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 이처럼 기회를 놓친 국민에게도 예방의 기회를 보장하는 정책은 공공보건의 형평성과 국가 감염병 대응 체계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기여할 것이다.


예방의 시작은 ‘모기 회피’

 

질병관리청은 예방접종과 함께 모기물림 예방수칙도 강조했다. 모기 회피는 백신 접종과 병행할 때 감염 위험을 더욱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다.

  • 야간(일몰 직후~일출 직전) 외출 자제

  • 밝은색 긴 옷 착용, 모기기피제 사용

  • 집 주변 고인 물 제거, 방충망·모기장 점검

  • 창문과 출입문 주변 틈새 차단

  • 실내에서는 전자 모기향, 모기 포획기 등 적극 활용

지영미 질병관리청장은 “일본뇌염 매개모기의 활동이 본격화됨에 따라, 국가예방접종 대상자는 반드시 접종일정에 따라 백신을 완료하고, 전 국민이 모기 회피 수칙을 철저히 지켜줄 것”을 당부했다. 또한, 지방자치단체와의 협력을 통해 방역 활동과 감시체계를 더욱 강화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