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한국은 헌정 질서와 사법 절차를 둘러싼 굵직한 사건이 연쇄적으로 발생한 해로 기록됐다. 1월 현직 대통령 체포와 구속기소, 3월 석방, 4월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과 파면, 내란 혐의에 대한 형사절차 진행이 이어졌다. 5월 대법원의 공직선거법 사건 파기환송 판결과 6월 대선에 따른 정권 교체도 겹치면서 정치 일정과 사법의 판단이 같은 무대에 올라섰다는 평가가 나왔다.
경제에서는 10월 코스피가 4000선을 돌파했다. 국정 운영 방식 측면에서는 7월 국무회의 심층토론 생중계와 12월 부처 업무보고 전면 생중계가 이어지며, 최고 의사결정 과정과 정책 점검 과정을 공개하는 시도가 기록됐다. 한편 사회 전반에서는 통신 3사와 쿠팡 관련 침해사고 논란이 이어지며 개인정보 보호와 사고 공표, 피해 구제 체계가 주요 과제로 떠올랐다. 연말에는 대통령 집무 기능이 용산 대통령실에서 청와대로 옮겨가며 집무 공간을 둘러싼 논의가 다시 정리 국면에 들어갔다.
연초 체포에서 서부지법 난동, 구속기소와 석방까지
연초 정국의 출발점은 1월 15일이었다. 수사당국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집행하면서 현직 대통령 체포라는 전례 없는 상황이 현실화됐다. 나흘 뒤인 1월 19일에는 구속 연장 결정 직후 지지자 일부가 서울서부지방법원 청사에 난입해 시설을 파손하고 경찰과 충돌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집회·시위의 범위를 넘어 사법기관이 물리적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법원 안전과 공권력 대응, 온라인 선동·허위정보 확산을 둘러싼 관리 체계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형사절차는 빠르게 진행됐다. 검찰은 1월 26일 윤 대통령을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이후 법원이 구속 취소 결정을 내리자 검찰이 즉시항고를 하지 않기로 하면서 3월 8일 윤 대통령이 석방됐다. 이 과정에서 구속기간 산정 방식이 논란이 됐다. 기존 실무와 판례가 사실상 ‘날’ 단위 계산을 해 온 관행과 달리 ‘시간’ 단위를 적용한 판단이 나오면서 법적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을 훼손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반대로 피의자 신체의 자유와 불이익 해석 금지 원칙을 들어 엄격한 산정이 필요하다는 반론도 맞섰다. 이후 실무가 다시 ‘날’ 단위 계산으로 회귀하는 양상이 나타나면서 기준 혼선이 정리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4월 4일 탄핵 인용과 파면, 남은 형사책임의 범위
헌법재판소는 2025년 4월 4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인용 결정을 내리고 파면을 선고했다. 국회가 2024년 12월 14일 탄핵소추안을 가결한 뒤 111일 만에 나온 결론이었다. 재판관 8명 전원일치로 판단이 모였다는 점도 주목을 받았다.
탄핵 인용은 공직 수행 자격을 박탈하는 정치적·헌법적 책임의 결론이지만, 형사적 처벌의 영역은 별도로 남는다. 형사책임은 개별 범죄의 구성요건과 고의·행위·인과관계, 증거에 따라 판단되는 만큼 탄핵과 성격, 입증 기준이 다르다. 2025년 정국에서 반복된 질문은 파면 이후에도 관련 행위들이 형법상 처벌로 연결되는 범위와 수위가 어디에서 정리될지였다.
5월 1일 대법원 파기환송, ‘초신속’ 심리 논란
정치와 사법의 긴장은 5월 1일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로 확대됐다. 대법원은 이재명 당시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서 항소심 무죄를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사건 처리 과정이 이례적으로 빠르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선거 국면에서 사법 판단의 시점과 절차가 정치에 개입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6월 4일 정권 교체, 인수위 없는 출범의 부담
탄핵으로 치러진 대선은 6월 4일 이재명 대통령 당선으로 정권 교체를 확정했다. 보궐선거의 특성상 통상적 인수 과정 없이 임기가 즉시 시작되면서, 새 정부는 출범과 동시에 국정 공백 최소화와 제도 정비, 사회 안정 과제를 동시에 떠안았다. 내란 사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제도 개혁을 둘러싼 정치적 긴장도 국정 운영의 주요 변수가 됐다.
7월 29일 국무회의 심층토론 첫 생중계
이재명 대통령은 7월 29일 제33회 국무회의에서 심층토론 과정을 생중계했다. 대통령실은 국가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국무회의의 토론 과정을 실시간으로 공개한 것이 역대 정부에서 처음이라고 밝혔다. 공개 범위는 비공개가 불가피한 부분을 제외하고 최대한 가감 없이 공개한다는 원칙이 제시됐다.
10월 27일 코스피 4000, 기대가 키운 기록
정치적 불확실성에도 자본시장은 10월 27일 코스피 4000선 돌파라는 기록을 남겼다. 위험자산 선호의 회복과 산업 기대가 반영된 결과로 해석됐지만, 지수의 상승이 실물 체질 개선을 자동으로 보장하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뒤따랐다. 성장률, 생산성, 산업 경쟁력, 가계부채 등 구조 지표와의 동행 여부가 향후 시장 안정의 변수로 거론됐다.
통신 3사와 쿠팡 침해 논란, 개인정보 보호 체계 점검 요구
연중 반복된 침해사고 논란은 개인정보 보호 체계 전반을 다시 점검하게 했다. 통신 3사를 둘러싼 유심 정보 등 유출 논란과 보안 취약성 지적은 통신망이 금융·인증·행정의 관문으로 기능하는 현실에서 사회적 비용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로 이어졌다.
쿠팡 사태를 둘러싸고는 유출 규모와 공표 방식, 책임 범위를 두고 공방이 이어졌다. 정부가 국회 청문회 과정에서 이름과 이메일 등 ‘3300만건 이상’ 유출을 확인했다고 밝히자, 쿠팡은 접근 규모와 실제 저장·유출 범위를 구분해야 한다는 취지로 맞섰다. 정책적으로는 기간통신망과 대형 플랫폼의 보안 투자 의무와 점검 기준, 침해사고 신고와 이용자 통지, 조사 결과 공개의 표준화, 피해 회복과 2차 피해 방지 중심의 책임 구조 등이 과제로 제기됐다.
12월 업무보고 전면 생중계, 공개 국정 점검의 실험
정부는 12월 부처 업무보고를 외교·안보 등 보안 사항을 제외하고 전면 생중계 방식으로 진행했다. 대통령실과 언론 보도에 따르면 19부·5처·18청·7위원회 등 228개 기관이 대상이었고, 공개 생중계는 총 1682분에 달했다. 생중계 방식이 ‘잼플릭스’라는 별칭으로 불릴 만큼 주목을 받았고, 정책 점검 과정이 공개되면서 국민의 국정 이해를 높이고 정부 운영의 투명성을 끌어올렸다는 평가가 나왔다.
12월 29일 청와대 복귀, 집무 공간 논의의 재정리
연말에는 대통령 집무 기능이 용산 대통령실에서 청와대로 옮겨갔다. 12월 29일을 기점으로 윤석열 정부가 시작했던 ‘용산 대통령실’ 체제가 정리되고, 청와대가 다시 집무 공간으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다만 집무 공간 변경은 상징 차원을 넘어 보안 인프라와 의사결정 동선, 대외 의전 체계까지 포함하는 행정적 조정인 만큼, 기준과 비용, 운영 방식에 대한 설명 책임이 뒤따른다는 지적이 나온다. 동시에 용산 대통령실 체제가 ‘비정상적으로 운영돼 왔다’는 평가를 전제로, 청와대 복귀를 국정 운영의 ‘정상화’로 보는 시각도 제기됐다.
남은 과제
2025년은 헌정 절차의 회복, 선거 국면에서 사법의 개입, 디지털 인프라의 보안 거버넌스라는 세 축의 과제를 동시에 드러냈다. 2026년에는 헌정 질서 회복 이후 남은 과제와 내란 사태의 책임 규명을 토대로,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 정비가 핵심 정책 의제로 부상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