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 분석] 국감장에서 멈춘 답변

‘재판 중’ 원칙과 내란 관련 일반론 설명의 필요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서울고법 등 수도권·강원권 법원장들이 출석한 법사위 국정감사에서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전 대통령을 내란 우두머리로 파면했는데, 12·3 비상계엄 사태가 내란인지 아닌지 분명히 답하라”고 압박했다. 김대웅 서울고등법원장을 비롯한 법원장들은 “현재 관련 형사재판이 진행 중인 사안이라 구체적 평가는 적절치 않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박 의원은 “내란 여부는 이미 헌재에서 사실상 결론이 난 사안”이라며 사법부의 태도를 비판했다.


헌재 파면 결정의 의미: 헌정 질서 침해 인정, 그러나 ‘형사책임’은 별개

 

헌법재판소는 탄핵심판에서 비상계엄 선포와 그 실행 의사가 헌법상 권력분립과 국회의 권한을 중대하게 침해했다고 보고 파면을 결정했다. 탄핵은 공직 적격성에 대한 헌법적 판단으로, ‘유죄’ 선고와는 달리 형사재판처럼 유무죄를 따지는 절차가 아니다. 따라서 헌재 판단이 ‘내란’ 구성요건 충족에 관한 사실·법률 판단에 강한 시사점을 줄 수는 있지만, 형사상 범죄 성립과 주체별 책임은 형사법원에서 별도로 확정될 필요성이 있다.

 

특히 현행 체계에서 탄핵심판의 사실인정이나 법리 판단은 형사법원을 직접 기속하지 않는다. 다만 동일 사실관계에 대해 헌재가 제시한 논리와 증거평가가 형사법원에 설득력 있는 참고 자료로 작용할 수는 있다. 국감장에서 법원장들이 ‘재판 중 사안 언급 자제’ 원칙을 든 것은, 피고인의 방어권과 공정한 재판을 위해 사법행정 수장들이 특정 사건의 결론을 예단하는 인상을 주지 않겠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한편 법원장은 재판부 편성, 사무분담·사건배당 원칙 확정 등 법원 운영의 큰 틀을 정하는 ‘행정’ 책임자이지, 해당 형사사건의 판단 주체(재판부)가 아니다. 인력·예산 등 사법행정 전반을 관리하고 대외적으로 법원을 대표한다는 점에서, 지법장·고법장의 국회 답변이 개별 사건의 판결에 미칠 직접적 영향은 낮다. 따라서 특히 ‘내란’처럼 중대한 헌정 침해 여부에 관한 원칙적·일반론적 입장은 재판부의 독립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설명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설득력이 있다. 그럼에도 답변을 회피하는 관행은 국민 신뢰와 설명책임 측면에서 문제를 낳을 수 있다.


정책적 함의: 메시지 관리와 제도적 설계

 

공정재판 보장을 위한 발언 자제 원칙은 타당하나, 국민의 알권리를 고려한 ‘절차 설명 책임’은 강화할 필요가 있다. 특히 헌법재판소가 비상계엄과 관련한 중대한 헌정질서 침해를 인정해 파면을 결정한 만큼, 법원장 등 사법행정 책임자는 재판부 독립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내란’과 직결된 중대 헌정침해 사안에 대한 원칙적·일반론적 설명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국정감사에서 핵심 쟁점에 대한 이러한 원칙적 설명까지 회피하는 태도는 부적절하며, 이로 인해 헌재 판단과 형사재판의 관계를 둘러싼 해석 혼선이 확대돼 오히려 사법 혼란과 신뢰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