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세상에 없던 박람회’로 입법·정책 참여 문 연다

국회 입법박람회 이틀간 개최… 지방소멸 해법 토크쇼와 국회의장 토크콘서트로 마무리

 

국회가 처음 시도하는 개방형·국민참여형 행사인 ‘2025 국회 입법박람회’가 23일 개막했으며 24일(수)까지 국회 잔디광장과 소통관 일대에서 이어진다. 박람회는 기후위기, 민생경제, 지방소멸이라는 세 가지 현안을 전면에 내세워 국민과의 직접 소통을 통해 입법·정책 과제를 모색하는 취지다. 국회와 지방자치단체, 언론, 시민이 한 무대에서 질문하고 답하는 구조를 통해 ‘국민 참여로 열린 길, 입법으로 여는 미래’를 구현하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민생, 기후위기, 지역소멸은 매우 시급하고 미래세대에까지 큰 영향을 미치는 과제”라며, “현장에서 제안된 국민 의견이 실제 입법과 정책으로 이어지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민의의 전당’으로서 국민주권의 원리를 제도적으로 구현하기 위해, 국민이 입법·정책 과정에도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채널을 만들자”는 박람회 취지를 강조했다.

오늘 박람회 현장에서는 청년 민생 토크 ‘왜 내 지갑만 가벼운가’가 열렸고, 개막식에 이어 입법 및 정책 제안대회, ‘소득불평등 완화를 위한 효과적인 조세 이전정책’ 토론회 등이 진행됐다. ‘지역상생 홍보마당’은 오늘 문을 열어 내일(9월 24일, 수)까지 운영된다. 내일은 지방의회 라운드테이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국가적 과제와 지방정부의 역할’, ‘지구는 괜찮아, 우리가 문제지’ 등 국민참여 강연과 국회의장 토크 콘서트, 폐막식이 예정돼 있다.


‘왜 내 지갑만 가벼운가’ 청년 민생 토크

 

첫날인 9월 23일(화) 박람회 현장에서는 청년 민생 토크 ‘왜 내 지갑만 가벼운가’가 진행됐다. 토론의 핵심 메시지는 4차 산업혁명으로 노동과 산업 구조가 급변하는 만큼 청년만이 아니라 전 세대가 AI를 포함한 디지털 역량을 지속적으로 배우고 갱신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물가와 주거, 학자금, 부채 등 생애 초기의 재정 압박 요인을 진단하는 데서 나아가, 소득창출 능력을 높이는 평생학습·리스킬링의 필요성과 이를 뒷받침할 정책 지원 방향을 함께 모색했다. 현장 토크와 질의응답으로 논의가 이어졌다.


의원회관 연계 세미나 

 

같은 날인 9월 23일(화)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는 소득불평등 완화를 위한 조세·이전 정책 세미나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송헌재 교수는 ‘소득불평등 완화를 위한 효과적인 조세정책’을, 구인회 교수는 ‘소득불평등 완화를 위한 효과적인 공적이전정책’을 발표했다. 송 교수는 박근혜정부 시기 소득세율 인상 이후에도 고소득자와 저소득자 집단을 비교한 결과, 근로의욕(노동공급)이 유의미하게 줄지 않았다는 분석을 소개했다. 구인회 교수는 사회보험과 국민기초생활보장(국기초)의 제도 설명과 현황, 소득 재분배 효과를 중심으로 발표하며, OECD 자료 기준 한국의 공공사회지출이 GDP 대비 약 16%로 OECD 평균보다 약 6%p 낮지만 1990년대 이후 증가율은 높고 일본과 유사한 수준이라고 제시했다. 이어서 복지프로그램 중 소득 재분배 효과가 가장 큰 항목은 노령층에서는 국민연금·기초연금과 기타 공적이전(사회보장기금)이며, 비노령층에서는 아동 관련 급여라고 설명했다. 또한 비취업 빈곤층은 최저소득보장 제도를 통해 대상자를 확대할 필요가 있고, 현행 급여 수준은 비교적 무난한 편이지만 취업 빈곤층은 최저임금과 근로장려세제(EITC)를 결합해 빈곤을 해소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노령층의 경우에는 국민연금 개혁보다 기초연금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저소득층의 대상 범위를 좁히는 대신 1인당 급여액을 높이는 방식이 효과적이라는 취지를 밝혔다. 또한 토론에는 민주당 이건태 의원이 이색적으로 참여해 현행 조세제도가 근로소득자 중산층에게는 상대적으로 부담을 지우는 반면 초고소득자·대기업에는 관대한 측면이 있다는 지적과 함께 제도 개선의 필요성이 강조됐다.


‘지역상생 홍보마당’ 

지역상생 홍보마당은 9월 23일(화)에 문을 열어 24일(수)까지 국회소통관 앞마당에서 이어진다. 강원특별자치도, 경상남도, 경상북도, 전라남도 등 네 개 광역지자체가 참여해 각 지역의 특산품을 판매하고 고향사랑기부제 답례품을 전시·홍보한다. 국회를 찾은 시민과 직접 소통함으로써 지역 상생의 판로를 넓히고, 지방소멸과 민생경제 과제에 연계된 소비와 기부의 선순환을 촉진하는 것이 목표다.


정책적 의미와 과제

 

첫날에는 동시간대에 7개의 입법 세미나가 병렬로 진행돼 프로그램의 풍성함이 돋보였지만, 현장 참여자는 관심 세션을 선택해야 했다. 핵심 세션 시간대 분산, 유사 주제 묶음 편성, 온라인 생중계·다시보기(온디맨드) 제공 등을 병행하면 다양성과 접근성을 함께 높일 수 있다.

이번 박람회는 청년의 체감 문제를 다루는 ‘왜 내 지갑만 가벼운가’ 세션과, 분배 구조를 다루는 ‘조세·이전 정책’ 세미나를 같은 날 교차 배치해 생활 현장의 지출·부채 문제를 구조적 정책 수단과 연결했다. 체감 이슈와 제도 설계를 한 자리에서 다루면서, 논의가 사례 소개에 머무르지 않고 입법과 예산 심의로 이어질 수 있는 통로를 마련했다.

행사가 ‘참여의 장’에 머무르지 않도록, 현장에서 제기된 질문과 제안을 수집·분류·공개하고 후속 조치를 추적하는 체계를 제도화할 필요성이 있다. 국회는 해당 과제의 처리 현황을 주기적으로 공개하고, 관련 법안과 정책 반영 결과를 국민에게 환류할 필요성이 있다.


결론

 

이번 박람회는 ‘국민에게 개방된 국회’의 형식을 실험하는 첫 무대다. 관건은 현장에서 수렴한 의제를 어떻게 입법·감사·예산 심의 등 국회의 본령으로 연결하느냐에 달려 있다. 성과를 제도화한다면, 지방소멸·민생경제·기후위기라는 난제를 국민과 함께 푸는 새로운 거버넌스 모델의 단초가 될 수 있다. 특히 곳곳에서 열린 다양한 입법·정책 토론회는 시민들이 ‘국회가 일하고 있다’는 사실을 실질적으로 느끼게 했다. 다만 더 넓은 참여를 위해 주중이 아닌 주말 개최를 병행하고, 여러 세션을 동시에 진행하기보다 시간대를 분산해 접근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