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뒤에도 가끔 일을 이어가는 A씨(60). 전형적인 한국의 가장으로, 가족과 함께 살고, 평생 폭력성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는 20대부터 지속적으로 술을 마셔왔고, 친구들과의 모임과 사회적 필요(회식·접대 등) 속에서 마셨으며, 가끔은 집에서도 혼술을 했다. 그동안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고 믿었다. 요즘도, 집에 돌아오면 혼자 술을 비운다. 하루 3~4병이 ‘평소치’가 되었다. 건강을 나름 열심히 챙기는 그는 고혈압·고지혈증 약을 빠짐없이 챙겨 먹지만, 최근 이유 없는 실신이 두 차례 있었다. 그는 말한다. “마음만 먹으면 끊을 수 있어요.” 문제는 의지의 강약이 아니라 질병의 궤도다.
A씨의 하루는 아침에 일어나서 출근을 퇴근을 한 다음 오늘 할 일은 다했다는 자기확신과 ‘오늘만 적당히 마시자’는 자기합리화 사이에 놓여 있다. 혼술은 눈치를 피하게 했지만 통제감마저 앗아갔다. 가족에게 높아진 언성은 집 안의 공기를 바꾸기 시작했다. 술은 혈압을 밀어 올리고, 실신과 낙상 위험을 키운다. 금주를 시도한다면 금단이 문제다. 경증이라도 떨림·발한·불안, 심하면 섬망과 경련으로 이어질 수 있다.
데이터는 이러한 체감 변화를 뒷받침한다. 2023년 한 해 ‘알코올 중독증’으로 진료받은 사람은 6만 2,818명으로 전년 대비 7.5% 증가했다. 특히 여성 증가율(14%)이 남성(5.5%)보다 가팔랐다. 전체 환자 중 남성 비중은 75%(4만 6,994명)였고, 남성 연령대별 환자 수는 50대(1만 2,413명)–60대(1만 748명)–40대(9,856명) 순이었다. 그러나 의료이용 강도를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60대 남성은 1인당 연간 진료일수가 41.7일로 50대의 1.65배, 1인당 연간 진료비도 407만 원으로 50대의 1.63배에 달했다. 다시 말해, 60대에서 병세가 더 깊고 치료의 ‘무게’가 커지는 양상이다.
행태 지표도 경고음을 낸다. 2023년 남성 고위험 음주율은 40대(29.7%)가 가장 높고, 50대(26%), 60대(18.5%)가 뒤를 잇는다. ‘고위험 음주’는 1회 7잔(여성 5잔) 이상을 주 2회 이상 마시는 패턴을 뜻한다. 발병(음주 문제의 시작)은 20대에서 많지만, 치료는 대개 50~60대에야 본격화된다. 퇴직이나 건강사고, 가족 갈등 같은 생활 충격이 촉발점이 된다. 이 시기에는 심혈관·간 질환, 낙상과 같은 내과적 합병증과 금단, 정서적 갈등이 한꺼번에 불거져 외래만으로 버티기 어려워진다.
A씨의 ‘미래’는 개입의 타이밍에 달려 있다. 지금 선별검사로 현재 상태를 객관적으로 확인하고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에 대하여 고민해볼 타이밍이다. 동시에 고혈압·고지혈증 같은 동반질환을 조정하고, 가족·지역의 지지망을 조기에 연결하면 6~12개월 내 재발 위험을 유의미하게 낮출 수 있다. “언제든”이 아니라 “지금부터” 가능한 경로다.
이번 시리즈에서는 통원(외래) 치료의 ‘현실적인 시작법’을 다룬다: 누구에게 어디에 문을 두드릴지보건소, 정신건강복지센터, 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에서 제공하는 프로그램들에 어떻게 접근할 것인지 무엇이 있는지 제시한다. 또한 입원이 더 적절할 수 있는 경우를 살펴본다: 알콜중독에서 오는 주요 주의 신호와 함께, 입원 치료의 기본 절차와 퇴원 후의 삶에 대하여 정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