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어러블이 여는 청각보조 대중화

에어팟 프로 2, 제도권 밖 이용자까지 문턱 낮춰

 

 

식품의약품안전처는 7월 한 달간 185개 의료제품을 허가했고, 그중 에어팟 프로 2 이상과 연동해 소리를 증폭하는 보청기 기능의 사용을 승인했다. 이 소프트웨어는 2024년 9월 14일 미국 식품의약국에서 처방전 없이 구입 가능한 일반 판매용 보청기 소프트웨어(OTC Hearing Aid Software)로 승인된 바 있으며, iOS 18 및 에어팟 프로 2의 펌웨어 7B19로 업데이트 한 환경에서 경도부터 중등도 난청 사용자를 대상으로 보청기 기능을 제공한다.

 


청각 장애 보청기 급여

 

청각장애 보청기 급여는 청각장애 2급부터 6급까지 등록자 전원에게 등급과 무관하게 동일 기준으로 적용된다. 지원 기준은 5년에 1회이며, 한도는 일반 가입자 최대 1,179,000원, 차상위·기초생활수급자 최대 1,310,000원으로 같다. 다만 만 18세 이하의 중증 난청(평균청력 80dB 이상)으로 양측 지원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에는 양측 동시 지원이 가능해 최대 2,620,000원까지 지원된다. 이러한 특례는 연령과 청력 요건에 따른 예외일 뿐, 장애 등급 간 차별을 의미하지 않는다.

 

하지만, 청각장애 등록까지의 전체 소요기간은 통상 2-4개월 시간이 걸린다. 이는 순음청력검사(PTA) 3회(2-7일 간격), 어음청력검사 3회, 청성뇌간유발반응검사(ABR) 1회를 의무적으로 시행해야 해 검사 일정만으로도 최소 1-2주가 필요하고, 이후 국민연금공단의 의학자문회의 심사(약 1-2개월)가 추가되기 때문이다. 또한, 검사 비용은 의료기관 규모에 따라 차이가 난다. 개인 이비인후과에서 진행할 경우 대략 15만-25만 원, 종합병원은 25만-40만 원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저소득층을 위한 진단비 지원도 마련돼 있다. 기초생활수급자의 신규 등록 시 진단서 발급비는 기타 장애 기준 최대 1만 5천 원, 지적·자폐성 장애 기준 최대 4만 원까지 지원되며, 검사비는 최대 10만 원까지 지원된다. 차상위계층의 재판정 역시 동일한 기준이 적용되고, 직권재판정 대상자는 소득과 무관하게 검사비 최대 10만 원을 지원받을 수 있다.

다만 몇 가지 유의할 점이 있다. 검사 결과가 장애 기준에 미달하더라도 이미 지출한 검사비는 환불되지 않으며, 관련 검사는 모두 비급여 항목이어서 건강보험 적용을 받을 수 없다. 또한 최초 진단자의 경우에는 최소 6개월 이상의 난청 진단 기록을 먼저 축적한 뒤 등록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

 

비교 정리 표

 

구분 현행 보청기 급여 18세 이하 중증 특례
대상 청각장애 등록자 만 18세 이하, 평균청력 80dB 이상, 양측 지원 요건
지원·허가 5년 1회 급여 양측 동시 지원 가능
한도·기능 일반 1,179,000원, 차상위·기초 1,310,000원 최대 2,620,000원
비고 등급별 차별 없음 연령·청력 기준의 특례

디지털 청각보조기기 허가의  의미와 한계

 

에어팟 프로 2는 경도-중등도 난청 사용자의 소리를 증폭하고 맞춤형 청력 보조 기능을 제공한다. 규제 측면에서는 상용 웨어러블을 의료기기 생태계로 편입한 첫 사례로서 접근성과 편의성이 향상되고 비용 부담이 경감되며, 보청기 시장의 폼팩터 다변화와 디지털 헬스케어 생태계 확장 가능성도 커진다. 특히 에어팟 프로 2는 국내 소비자 가격이 약 35만 원 내외로, 제도권 급여 대상에는 포함되지 않지만 도움이 필요한 이용자에게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과 높은 접근성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강점이 있다. 

 

다만 식약처 관계자에 따르면 이번 허가는 애플이 제출한 자체 기준(예: 경도-중증 분류)에 근거한 것으로, 한국의 청각장애 등급 체계와 직접적으로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 한편 ASHA(American Speech-Language-Hearing Association)에 따르면 경도 난청(Mild)은 26-40 dB HL, 중등도 난청(Moderate)은 41-55 dB HL로 분류되며, 이는 한국의 청각장애 등급 체계와 직접 대응되지 않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에 따라 한국에서는 제도권 밖에 있어 상대적으로 소외돼 온 청각장애인에게도 실질적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보청기 급여 기준에는 미달하지만 일상 소통에 불편을 겪는 경도-중등도 난청자 등 접근성이 낮은 이용자에게는 단기적-보완적 ‘브릿지’ 수단으로 기능할 여지가 있다. 다만 현재로서는 장애인 보청기 급여제품 지정 및 결정가격 고시가 이뤄지지 않았고, 현행 제도에서 급여 적용은 어려워 보인다. 그럼에도 정책적 측면에서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으로 일상생활에 불편을 겪는 청각장애인에게 제한적-조건부 지원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