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의 영장실질심사는 2025년 7월 9일 오후 2시15분부터 서울중앙지법 서관 321호 법정에서 남세진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됐다. 특검팀은 박억수 특검보, 김정국·조재철 부장검사 등 총 10명의 검사들을 투입해 혐의별로 나눠 구속 필요성을 설명했다. 178쪽 분량의 파워포인트(PPT)를 통해 직권남용 등 혐의 소명과 증거인멸 우려를 강조했으며, 대통령실 CCTV 영상 등 일부 영상 증거는 현장에서 재생하지 않기로 했다. 특검은 증거와 법리에 근거해 심문에 임하고 있으며, 윤 전 대통령은 영장 발부 여부 결정 전까지 서울구치소에서 대기할 예정이다.
‘권력의 끝’이 서는 법정, 321호의 역사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재구속 여부를 결정짓는 서울중앙지법 서관 321호 법정은 과거 전·현직 대통령과 고위 공직자들이 구속 전 피의자 영장심사(영장실질심사)을 받았던 상징적인 장소다. 이곳은 서울구치소와 함께 '범털'로 불리는 고위 인사들의 사법적 운명을 좌우하는 핵심 공간으로 인식된다.
법조계에 따르면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7년 3월 30일 '국정농단 사태'로 이곳에서 약 9시간 동안 영장심사를 받은 뒤 구속됐고, 이명박 전 대통령도 2018년 '다스 비자금 의혹' 관련 영장심사가 이 법정에서 진행됐으나 본인은 출석하지 않았다. 이때 영장을 청구한 인물은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이던 윤석열이었다. 이 외에도 양승태 전 대법원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조윤선 전 문체부 장관, 우병우 전 민정수석, 정경심 전 교수, 그리고 이재명 대통령(당시 민주당 대표) 등이 같은 법정에 섰다.
전직 대통령 영장심사 방식별 비교: 윤석열·박근혜·이명박·전두환·노태우
지난 사건들을 살펴보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방식에 따라 영장 발부 또는 기각까지 실제로 소요된 시간, 즉 '심문 개시부터 구속 여부 결정까지 걸린 시간'에는 뚜렷한 차이가 나타난다. 이를 통해 영장실질심사 제도 도입 이후 각 전직 대통령들이 어떤 형식의 영장심사를 거쳤고, 그 결과가 얼마나 신속하게 나왔는지를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특히 피의자의 출석 여부, 심사 소요 시간, 그리고 판사의 결정까지 걸린 전체 시간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는 사법절차의 실효성과 투명성을 평가하는 데 중요한 지표로 작용한다.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제도는 1997년 형사소송법 개정을 통해 도입된 절차로, 피의자가 직접 법정에 출석해 판사 앞에서 자신의 구속 필요성 여부를 다툴 수 있도록 한 사법 절차이다. 이 제도는 형식적인 서류심사에 그쳤던 과거의 구속영장 결정 방식에서 탈피해, 구속의 필요성과 상당성, 피의자의 방어권 보장을 균형 있게 고려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특히 권력자나 사회적 영향력이 큰 인사일수록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대면 심문 절차의 중요성이 강조된다.
이 제도가 도입되기 이전에는 판사가 수사기록 등 서면만을 검토해 구속 여부를 판단했기 때문에, 피의자는 자신에 대한 구속 사유에 반박하거나 소명할 기회를 충분히 갖기 어려웠다. 그러나 실질심사 제도가 시행된 이후에는 피의자가 법정에서 자신의 입장을 직접 진술할 수 있게 되었고, 방어권 보장의 범위도 크게 확대되었다. 또한 판사 역시 피의자의 태도와 진술을 직접 확인하며 보다 신중하고 균형 있는 판단을 내릴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 사법적 투명성이 향상되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러한 제도 변화를 기준으로 살펴보면, 영장실질심사 제도 도입 이후 심사를 받았던 윤석열, 박근혜, 이명박 전 대통령과, 제도 도입 이전 기록심사만으로 구속된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의 사례는 제도 변화의 의의와 실제 적용 양상을 비교하는 데 중요한 기준점이 된다.
▷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1995)
형사소송법상 실질심사 제도 도입 이전이던 1995년, 두 전직 대통령은 모두 서류심사만으로 구속되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11월 16일 낮 영장이 청구되어 오후 6시 50분경 발부됐고, 전두환 전 대통령은 12월 2일 오후 청구돼 밤 11시 20분경 발부됐다. 두 사례 모두 약 5시간 이내에 심사가 마무리되었으며, 판사는 피의자와의 대면 없이 기록만 검토해 결정했다.
▷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 (2017~2018)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7년 3월 30일 오전 10시 30분부터 약 8시간 41분간 대면 심문을 받았고, 오후 7시 11분에 종료되었다. 이후 이튿날 새벽 3시 3분에 구속영장이 발부되었다. 이는 실질심사 제도 도입 이후 가장 긴 대면 심문 기록으로 남아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18년 3월 22일 오전 10시경 영장심사를 시작했으며, 법원은 피의자인 이 전 대통령이 불출석한 가운데 변호인단만 출석한 서류심사 방식으로 절차를 진행했다. 약 13시간의 기록 검토 끝에, 오후 11시 6분경 구속영장이 발부되었다.
▷ 윤석열 전 대통령 (2025)
2025년 1월 15일, 윤 전 대통령의 첫 번째 구속영장 실질심사는 오후 2시부터 약 4시간 50분간 진행되어 오후 6시 50분에 종료되었고, 심문 종료 약 8시간 후인 다음날 새벽 2시 50분경 구속영장이 발부되었다. 그는 헌정 사상 최초로 탄핵심판이 진행 중인 현직 대통령 신분으로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받은 사례로 기록되었다.
윤석열 구인부터 영장 발부 예상 시각까지…과정과 변수는?
조은석 내란 특별검사팀은 9일 윤 전 대통령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위해 서관 321호 법정 옆 대기실에서 구인영장을 집행했다. 이는 윤 전 대통령이 미체포 상태였기 때문에 신병 확보를 위한 통상적인 절차로, 경호처와 협의하여 최소 동선으로 진행됐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직권남용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등 쟁점이 많은 사건의 복잡성과 함께, 특검이 제출한 66쪽 분량의 청구서 및 관련 진술·자료에 대한 심층 검토, 방어 논리 전개에 따른 변호인단의 소명 시간, 재판부의 중간 휴정과 내부 검토 시간 등이 모두 영장심사 소요 시간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사법부는 영장 발부 여부를 독립적으로 판단하지만, 이미 1차 구속영장 심사에서 일정 부분 소명이 이뤄져 영장이 발부된 점을 고려할 때 이번에도 발부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특검과 변호인단이 다량의 자료와 프레젠테이션(PPT)을 준비한 만큼, 심문 절차가 길어질 수 있다. 이에 따라 영장 발부 여부는 이르면 오늘 밤 늦게, 늦으면 내일 아침에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