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법 종교단체 해산" 카드 꺼낸 이재명 정부

정당 해산이 아닌 민법 38조 행정해산 검토의 의미와 한계

 

9일 제53회 국무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다시 한 번 종교단체 해산 문제를 전면에 올려놓았다. 이 대통령은 조원철 법제처장을 향해 "종교단체가 정치에 개입하고 불법 자금을 동원해 이상한 짓을 하는 경우 해산까지 가능한지 검토했느냐"고 물으며, 헌법과 법률을 위반해 지탄받을 행위를 지속하는 법인이라면 사단법인이든 재단법인이든 해산시켜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 발언은 최근 특검 수사 과정에서 통일교(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의 정치자금 제공 정황이 연이어 드러난 가운데 나온 것이다. 대통령이 특정 단체명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여야 정치권과 법조계에서는 사실상 통일교를 겨냥한 메시지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에 대해 조원철 법제처장은 "헌법 문제라기보다 민법 제38조 적용 여부가 핵심"이라며, 종교단체가 조직적으로 매우 심한 정도의 위법 행위를 지속하는 경우에 한해 설립 허가 취소, 곧 해산이 가능하다는 법리 검토 결과를 보고했다. 단순 의혹 단계가 아니라 실태조사를 통해 위법성이 객관적으로 확인돼야 한다는 점도 함께 강조됐다.


왜 '헌법'이 아니라 '민법 38조'인가

 

이번 논의의 핵심은 해산의 법적 통로를 어디에 두느냐는 문제다. 정당 해산은 헌법 제8조 제4항에 따라 헌법재판소가 결정하는 '위헌정당 해산 심판' 절차를 밟아야 한다. 그러나 종교단체는 헌법상 특수 주체가 아니라 민법상 비영리 법인으로 취급되기 때문에, 정부는 헌법재판소가 아니라 주무관청의 행정처분으로 해산을 추진할 수 있다는 것이 법제처의 판단이다.

민법 제38조는 세 가지 유형의 위법성을 근거로 법인 설립 허가를 취소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 법인이 정관상 목적 이외의 사업을 하는 경우

  • 설립 허가의 조건을 위반한 경우

  • 그 밖에 공익을 해하는 행위를 한 경우

종교법인이라고 해서 이 규정의 적용을 피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정교분리 원칙에 따라 종교의 내적 교리에는 개입할 수 없지만, 정치 자금 거래·조직적 불법행위 등 세속 법질서에 대한 침해가 공익을 현저히 해치는 수준에 이르면 일반 법인과 동일한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논리가 이번 국무회의에서 확인된 셈이다.


종교단체의 법적 성격: 비영리 사단·재단법인

 

한국 민법 체계에서 종교단체는 대체로 두 가지 형태의 비영리 법인으로 조직된다.

  • 비영리 사단법인: 교단·총회처럼 "신도들의 결사"가 중심인 조직. 구성원(사원) 총회를 통해 의사를 결정하는 구조를 갖는다.

  • 비영리 재단법인: 성전, 토지, 헌금 등 출연 재산의 관리·운영이 핵심인 조직. 설립자가 정한 정관에 따라 이사회가 운영하며, "종교재단"이라는 명칭이 붙는 경우가 많다.

형태가 사단이든 재단이든 공통점은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고, 구성원에게 이익을 배당할 수 없다는 점이다. 이들은 모두 민법 제32조에 따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나 지방자치단체장의 허가를 받아 설립되며, 같은 민법 제38조에 따른 설립 허가 취소의 대상이 된다.

따라서 이번 국무회의에서 논의된 "해산"은 특정 종교의 신앙 자체를 금지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종교단체의 법인격을 부여한 비영리 법인을 행정적으로 해산시키는 조치에 가깝다. 법인격이 사라질 경우 해당 단체는 세제 혜택과 공적 법인 지위를 잃고, 재산은 정관 또는 법률에 따라 청산·귀속된다.


정당 해산과 다른 경로: 행정해산 vs 위헌정당 심판

 

이번 논의는 자연스럽게 2014년 통합진보당 해산 심판과 비교된다. 정당 해산의 경우 절차와 요건 모두가 훨씬 더 엄격하다.

  • 해산 주체: 종교법인 해산은 주무관청의 허가 취소라는 행정행위로 시작되지만, 정당 해산은 정부가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헌법재판소에 심판을 청구해야 한다.

  • 판단 기관: 종교법인 해산은 행정소송의 사법통제를 받지만, 최초 결정은 행정부가 내린다. 반면 정당 해산은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헌법재판소의 사법적 판단에 의존한다.

  • 해산 요건: 정당은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를 실질적으로 파괴할 구체적 위험을 초래할 때에만 해산될 수 있다는 것이 통합진보당 사건에서 확립된 기준이다. 종교법인은 공익 침해 여부와 허가 조건 위반 여부가 중심이 되며, 헌법재판소가 아닌 일반 법원이 사후 심사한다.

한국 현대 정치사에서 강제적 정당 해산은 2014년 통합진보당 해산이 유일한 헌법재판소 결정 사례다. 그 이전 1958년 진보당 사건에서의 등록 취소는 행정권이 사법적 판단과 무관하게 정당 등록을 일방적으로 말소한 대표적 사례로, 오늘날에는 반헌법적 정치 탄압으로 평가된다. 이 역사적 경험은 이번 종교단체 해산 논란에서도 "행정권의 최후 수단화"와 엄격한 사법 통제의 필요성을 상기시킨다.


선례가 던지는 메시지: 신천지 소송과 '공익' 해석의 높아진 문턱

 

민법 38조를 근거로 한 종교단체 해산 시도가 처음은 아니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국면에서 서울시는 신천지 사단법인에 대해 방역지침 위반과 감염 확산 책임을 이유로 설립 허가 취소를 결정했다. 당시 서울시는 조직적 허위·늑장 보고와 방역 방해를 들어 "공익을 현저히 해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해당 법인은 처분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잇따라 서울시의 패소를 선고했다. 법원은 신천지의 책임을 인정하면서도, 법인 설립 허가 취소라는 최고 수위 제재를 정당화할 정도로 공익 침해가 입증됐는지, 그리고 다른 수단으로도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지에 대해 매우 엄격하게 판단했다.

이 경험은 두 가지 함의를 준다.

  • 민법 38조는 문언상 폭넓게 보이지만, 실제 적용에서는 법원이 공익 침해와 목적 외 사업 여부를 좁게 해석해 왔다는 점

  • 행정청이 설립 허가 취소를 단행하더라도, 궁극적으로는 법원이 그 정당성을 재심사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이번에도 통일교 등 특정 종교법인에 대한 해산 시도가 현실화될 경우, 그 자체로 장기적인 법리 공방이 불가피하다. 정치 자금 제공과 로비 행위가 단순한 "정치 참여"인지, 아니면 조직적·불법적 정치 거래로서 공익을 중대하게 해치는 수준인지가 핵심 쟁점이 될 것이다.


일본 통일교 해산 명령과의 비교

 

이 대통령이 거듭 언급해온 일본 사례는 해산의 주체와 절차, 해산 사유에서 한국과 중요한 차이를 보인다.

일본은 종교법인법 제81조에 따라, 종교법인이 법령을 위반해 공공의 복지를 현저히 해친 경우 법원이 해산을 명령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문부과학성이 해산을 청구하면, 종교법인에 특화된 이 조항에 따라 법원이 직접 판단하는 구조다.

2025년 3월 25일 도쿄지방법원은 통일교에 대해 문부과학성의 해산 청구를 인용했다. 재판부는 통일교가 고액 헌금 강요 등 민법상 불법행위를 조직적으로, 장기간에 걸쳐 반복해 피해자들에게 막대한 손해를 끼쳤다고 보고, 공공복지를 명백히 해친다고 판단했다. 통일교는 즉시 항고해 현재는 도쿄고등법원에서 항소심이 진행 중이며, 최종 결론은 대법원 판단까지 거쳐야 확정된다.

이때도 해산은 종교법인이라는 법인격과 세제 혜택을 박탈하는 효과를 가지지만, 신앙 활동 자체를 형사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법인 재산이 청산 절차에 들어가고, 피해자 배상 재원을 확보하는 기반이 된다는 점에서 사실상 "돈줄을 끊는" 강력한 제재로 기능한다.

한국과 비교하면 다음과 같은 차이가 드러난다.

  • 일본은 종교법인법이라는 특별법에 근거해 법원이 해산을 결정하는 반면, 한국은 일반 민법 규정을 근거로 행정청이 허가 취소를 먼저 단행한다.

  • 일본은 고액 헌금 강요 등 민법상 불법행위를 중심으로 공공복지 침해 여부를 다투지만, 한국에서는 정치 자금 제공과 정치 개입이 공익 침해의 핵심 쟁점이 되고 있다.

이 차이는 단지 절차의 기술적 차원이 아니라, 국가가 종교단체를 어떤 법률 틀 안에서 규율할 것인지에 관한 정책 선택의 문제이기도 하다.


정치·정책적 함의: 통일교를 넘어 정교분리의 재설계로

 

이번 국무회의 발언은 단기적으로는 통일교를 둘러싼 정치자금 의혹 수사와 맞물려 있는 사안이다. 그러나 정책적 시야를 넓혀 보면, 이는 향후 한국에서 정교분리 원칙과 종교의 자유를 어떻게 재정립할 것인지에 대한 출발점이기도 하다.

첫째, 민법 38조를 통한 행정해산은 그 자체로 강력한 카드이지만, 자의적 적용에 대한 우려도 함께 낳는다. 공익 침해라는 개념이 추상적인 만큼, 수사기관과 행정부가 어떤 기준과 절차로 사실관계를 확정하고 위법성을 판단할지에 대한 투명한 기준이 필요하다.

둘째, 일본처럼 종교법인에 특화된 입법을 통해 헌금 강요, 신도 착취, 조직적 불법행위에 대한 규율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는 논의도 힘을 얻을 수 있다. 일반 민법 조항만으로는 피해자 구제와 법인 해산을 동시에 달성하기 어렵다는 점이 이미 신천지 소송에서 드러났기 때문이다.

셋째, 정교분리 원칙은 "국가가 종교에 개입하지 말라"는 소극적 의미를 넘어, 종교가 정치권력과 결탁해 민주주의를 침해하지 못하도록 하는 적극적 의미도 가진다. 종교단체의 정치 개입이 정당한 시민 참여의 범위를 넘어서 불법 정치 자금과 조직 동원으로 이어질 경우, 국가는 이를 제재할 의무가 있다. 다만 그 수단과 범위가 헌법상 종교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하지 않도록 균형을 맞추는 것이 입법자와 행정부, 사법부에 던져진 과제다.


'행정해산'의 유혹과 법치국가의 과제

 

이재명 정부가 꺼내든 민법 38조 카드는, 통일교를 포함한 일부 종교단체의 위법 행위에 대한 강력한 메시지인 동시에, 행정권의 권한 확대라는 양면성을 지닌다. 행정청이 선제적으로 해산을 시도할 수 있다는 점은 신속성과 실효성 측면에서 매력적인 수단이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역사적으로 반복돼 온 권력 남용의 위험을 상기시킨다.

결국 관건은 절차와 기준이다. 실태조사와 청문을 통해 사실관계를 투명하게 드러내고, 공익 침해와 목적 외 사업 여부를 엄격하게 판단하는 것, 그리고 행정소송을 통한 사법적 통제 장치를 충실히 작동시키는 것이 법치국가의 최소 요건이다.

이번 국무회의 논의는 특정 종교단체의 해산 여부를 넘어, 한국 사회가 종교의 자유와 민주적 기본질서, 행정권과 사법권의 균형이라는 헌정 질서를 어떻게 재설계할 것인지 묻고 있다. 일본의 통일교 해산 사례가 보여준 피해자 구제와 공익 보호의 필요성을 어떻게 제도화할 것인지가 향후 정치·법제 논의의 핵심 과제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