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30일 부산지방법원은 손현보 목사(세계로교회)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예배 설교와 SNS 발언이 단순한 정치적 의견 표현을 넘어, 특정 후보의 당선·낙선을 노린 선거운동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이번 판결은 현행 공직선거법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사건은 오래된 논쟁을 다시 꺼내 들었다. 1990년대 ‘돈 선거’를 막기 위해 만들어진 규제가, 유튜브와 SNS가 일상이 된 지금에는 시민의 정치적 발언까지 묶고 있는 것 아니냐는 문제 제기다.
표면적으로는 보수 진영 인사에 대한 유죄 판결이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이번 사건을 진영 문제로만 볼 수 없다”는 말이 나온다. 지금의 선거법 아래에서는 보수든 진보든, 정치적 발언을 했다가 수사나 고발, 유죄 판단으로 불이익을 겪은 사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손현보 사건은 그동안 쌓여 온 문제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볼 만한 계기로 평가된다.
‘선거는 되돌릴 수 없다’… 공정을 앞세운 현행법
법원이 문제 삼은 핵심은 발언의 내용보다 ‘맥락’이다. 종교인의 일반적 정치 의견이 아니라, 특정 후보의 당락을 직접 겨냥해 선거기간 동안, 조직적 영향력을 가진 공간에서 반복됐다는 점이다.현행 선거법은 결과보다 과정의 공정을 중시한다. 선거는 한 번 왜곡되면 사후 처벌만으로 되돌릴 수 없기 때문이다. 종교 단체나 대형 팬덤, 영향력 큰 플랫폼 채널이 제한 없이 개입하면 선거는 금세 기울어진 운동장이 된다. 이번 판결도 이런 문제의식 위에서 나왔다.
“돈 막자고 말까지 묶나”… 진영을 가리지 않은 불편
문제는 방식이다. 현재 제도는 허용된 선거 활동을 제외하면 대부분 위험 영역에 들어간다. 이 때문에 종교인뿐 아니라 유튜버, 시민단체, 지역 모임까지도 선거 시기에는 언제든 ‘선거운동’으로 의심받을 수 있다. 더 중요한 점은 이 불편이 특정 진영에만 쌓인 게 아니라는 사실이다. 보수와 진보 모두 선거철마다 고발과 수사, 활동 위축을 경험해 왔다. 실제로 많은 개인과 단체가 법적 처벌이나 사회적 불이익을 겪었다.그래서 이번 판결은 “보수 인사가 유죄를 받았다”기보다,“누구든 걸릴 수 있는 구조가 다시 확인됐다”는 반응을 낳고 있다.
개정론자들은 이를 이렇게 표현한다.“돈을 막기 위해 만든 90년대 규제가, 디지털 시대에는 말까지 묶고 있다.” SNS 시대 시민들은 일상적으로 정치 이야기를 한다. 하지만 규제가 지나치게 촘촘하면, 사람들은 발언을 자제하게 되고 공론장은 위축된다. 공정성만큼 표현의 자유도 중요하다면, 법의 설계 자체를 다시 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해법은 ‘허용 목록’이 아니라 ‘행위 규율’
최근 학계와 정치권 일부에서는 현실적인 접점을 찾고 있다. 핵심은 간단하다. 표현은 넓히되, 돈과 조직 동원은 더 강하게 막자. 즉, 무엇이 허용되는지를 나열하는 방식 대신, 민주주의를 직접 훼손하는 행위를 분명히 금지하자는 것이다. 예를 들면 ▲매수와 협박 ▲대가성 동원 ▲불투명한 제3자 지출 ▲허위사실 유포 같은 행위다. 이런 핵심 위반만 명확히 처벌하고, 나머지 정치적 의사 표현은 원칙적으로 허용하자는 방향이다.
대신 돈의 흐름은 훨씬 투명하게 관리해야 한다는 데 의견이 모인다. 정치자금 공개를 강화하고, 우회 지원이나 제3자 광고처럼 사실상 선거 비용에 해당하는 행위를 철저히 감시하자는 것이다.
요약하면, 입은 넓히고, 돈과 동원은 더 죄자는 접근이다.
“단속에서 참여로”… 정치권의 결단이 관건
물론 넘어야 할 산은 많다. 규제가 복잡할수록 제도를 잘 아는 정치권과 대형 조직이 유리하다. 선거 때마다 고발이 전략처럼 쓰이는 현실에서, 정치권이 스스로 이 ‘무기’를 내려놓기도 쉽지 않다.표현을 넓히면 합법과 불법이 모호한 사례도 늘어난다. 어디까지가 의견이고, 어디부터가 조직 동원인지 기준을 세우는 일도 쉽지 않다. 그럼에도 손현보 목사 사건이 남긴 메시지는 분명하다. 이번에는 보수 인사가 유죄를 받았지만, 지금의 선거법은 이미 좌우를 가리지 않고 많은 사람에게 부담을 안겨 왔다. 문제는 누가 걸렸느냐가 아니라, 누구든 걸릴 수 있다는 구조다.
여야가 “선거는 공정해야 한다”와 “표현은 자유로워야 한다”는 두 원칙에 동의한다면, 이제 필요한 것은 제도적 조정이다. 말할 자유는 넓히고, 돈과 조직이 선거를 좌우하지 못하게 다시 선을 긋는 것이 핵심이 될 것이다. 손현보 목사 1심 판결은 그 논의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신호로 읽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