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5·18 45주년 맞아 '기억과 연대'의 장 연다

12.3 내란 후, 임대운 명예시민 선정과 사적지 개방의 민주주의 메시지

광주광역시는 5·18민주화운동 45주년을 맞아 두 가지 상징적인 행사를 통해 민주주의 가치를 재조명하고 있다. 미국인 시민군 데이비드 돌린저를 광주 명예시민으로 선정하고, 5·18 사적지인 옛 광주적십자병원을 11년 만에 개방하면서 그 의미를 넓히고 있다.

 

광주시는 29일, 1980년 5·18민주화운동 당시 시민군으로 활약한 미국인 데이비드 돌린저(David Lee Dolinger, 한국명 임대운)를 광주 명예시민으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돌린저는 1978년부터 1980년까지 미국 평화봉사단원으로 전남 영암보건소에 근무하며 한국에 체류했고, 광주 민주항쟁이 벌어지던 당시 현장에 직접 참여했다.

그는 도청에 들어가 계엄군 무전 감청, 윤상원 외신기자회견 통역 등의 역할을 수행하며, 도청에서 하룻밤을 보낸 유일한 외국인으로 기록돼 있다. 이후 미국으로 돌아가 유엔인권위원회에 광주에서의 목격담을 담은 인권침해 보고서를 제출하고, 미국 내에서도 한국 민주화운동 지지 활동을 이어갔다.

2022년에는 회고록 『나의 이름은 임대운』을 출간하고, 인세 전액을 ‘임대운과 함께하는 오월’ 기금으로 조성해 5·18 유공자 및 유가족을 지원해오고 있다. 명예시민증 수여식은 오는 5월 14일 전일빌딩245 기획전시실에서 열리는 특별기획전 ‘증인: 국경을 넘어’ 개막식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5·18 사적지 ‘옛 광주적십자병원’ 11년 만에 개방
 

한편, 광주시는 5·18 사적지 중 하나인 옛 광주적십자병원을 오는 5월 3일부터 31일까지 한 달간 개방한다고 밝혔다. 해당 병원은 5·18 당시 부상자 치료와 시민들의 자발적 헌혈이 이어졌던 장소로, 1996년부터 서남대학교병원으로 운영되다가 2014년 폐쇄된 이후 처음으로 일반에 공개된다. 개방 구간은 전면 주차장, 응급실, 1층 복도, 중앙현관, 뒷마당 등이며, 관람은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가능하다. 오후 1시30분 이후에는 5·18기념재단의 오월해설사가 상주해 무료 해설을 제공할 예정이다.

이번 개방은 한강 작가의 소설 『소년이 온다』의 배경지로 알려진 해당 공간을 광주관광공사의 특화 관광상품 ‘소년의 길’과 5·18기념재단의 ‘오월길’ 해설 프로그램과 연계해 역사문화관광 자원으로 확장하려는 취지에서 이뤄졌다.

개방 기간 동안에는 ‘멈춘 공간의 이야기, 그리고 새로운 시작’을 주제로 기념 전시회도 진행된다. 전시에서는 5·18 당시 병원의 역할을 보여주는 헌혈과 치료 장면, 병원의 역사, 관계자 증언 등을 담은 사진과 영상자료가 공개되며, 체험형 콘텐츠도 마련돼 있다. 광주시는 관람객 반응과 운영 결과를 바탕으로 옛 병원 건물과 부지의 중·장기 활용계획을 수립하고, 국비 확보 등도 적극 검토할 방침이다.

 

이러한 두 행사는 5·18민주화운동의 역사적 진실을 국내외에 공유하고, 그 가치를 미래 세대에 전달하는 의미 있는 시도로 평가된다. 특히 민주주의의 보편적 가치를 위해 함께 싸웠던 외국인을 기억하고 예우하는 일, 그리고 당시의 상처를 안고 있는 공간을 시민과 나누는 노력은 오늘날 더욱 절실한 공감과 성찰의 계기를 제공한다. 단순한 기념을 넘어 민주주의의 연속성과 보편성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최근 12.3 비상계엄 사태는 1980년 5월의 비극이 여전히 현재의 민주주의를 위협할 수 있는 가능성으로 남아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주고 있다. 그러한 상황에서 이번 명예시민 선정과 사적지 개방은 단지 과거를 기리는 행사를 넘어, 권위주의적 회귀에 대한 경고이자, 시민의 힘으로 쟁취한 자유와 인권의 소중함을 다시금 각인시키는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