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대안] 세금은 냈는데 나라엔 안 간다: 부가가치세 체납의 구조

체납은 늘고 세수는 새는 구조… 디지털 기술로 바뀌는 세금 행정

이재명 대통령이 후보 시절 공약한 210조 원 규모의 재정투입에 대해 '체납 정리'를 주요 재원 마련 방안 중 하나로 언급한 배경에는, 매년 불어나는 국세 체납액이 자리한다. 특히 부가가치세와 소득세, 양도소득세, 법인세 등 4대 주요 세목이 체납액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가운데, 최근에는 체납 총액의 급격한 증가로 이들 세목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국세청 및 통계자료에 따르면, 2021년 국세 체납액은 73.7조 원(가산금 제외)으로, 부가가치세가 26.8조 원(36.3%)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어 소득세 22.5조 원(30.4%), 양도소득세 11.9조 원(16.1%), 법인세 8.5조 원(11.5%) 순이었다. 이는 주로 소비자에게서 걷은 부가가치세를 납부하지 않는 사업자들에 기인한 결과로 해석된다.

 

2022년 체납액은 77.5조 원으로 늘어났고, 부가가치세는 27.9조 원(36.0%)으로 소폭 증가했으나 비중은 거의 유지됐다. 소득세는 23.8조 원(30.8%), 양도소득세 12.0조 원(15.5%), 법인세 9.2조 원(11.9%)로 뒤를 이었으며, 4대 세목이 전체의 94.2%를 차지했다. 이 시기 법인세 체납 증가(전년 대비 +0.7조 원)는 코로나19 이후 기업 회복 지연의 영향으로 해석된다.

2023년 말 기준 체납 총액은 106.1조 원으로 급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가가치세 비중은 28.8%(30.5조 원)로 8%p 가까이 하락했고, 소득세(25.1조 원, 23.3%), 양도소득세(12.5조 원, 11.8%), 법인세(10.0조 원, 9.4%)도 모두 비중 감소를 기록했다. 반면 종합부동산세 체납이 13.3% 증가하며, 새로운 구조적 리스크로 부상했다.

2024년 상반기 체납액은 107.7조 원으로 집계되었고, 부가가치세 30.9조 원(28.8%), 소득세 25.1조 원(23.3%), 양도소득세 12.9조 원(12.0%), 법인세 10.3조 원(9.6%) 등 주요 세목이 모두 체납총액 증가 속에서도 비중이 줄었다. 실제 징수가 가능한 '정리중 체납액' 내에서만 보면 부가가치세 비중은 오히려 43.5%에 달한다는 분석도 있다.

 

세목별 절대 체납액은 지속 증가했으나 전체 규모의 확대와 징수 곤란 체납의 증가로 인해 비중이 축소된 모양새다. 국세청은 이러한 상황을 반영해 재산추적조사 전담반을 2022년 8개 세무서에서 2024년 73개로 확대 운영하고 있으며, 지난해에만 2.8조 원의 실적을 거둔 바 있다.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재산추적조사로만 총 2조 8천억 원을 현금 징수하거나 채권 확보했으며, 고액 상습체납자 710명을 집중 추적하고 있다.

 

이들 중에는 납세 회피를 위해 다양한 방식의 강제징수 회피 수법이 동원됐다. 대표적으로는 고지서 수령 직후 위장이혼을 하고 배우자에게 재산을 증여해 강제징수를 회피한 사례, 부동산을 가족 명의로 명의신탁하거나 상속을 위장한 뒤 대여금고에 현금과 수표, 금괴를 은닉한 사례, 해외 도박과 명품 소비 등 사치성 소비로 실제 납세 여력을 은닉하는 수법 등이 확인됐다. 실제 사례 중에는 고급 주택에 실거주하면서도 주소를 허위로 이전하거나 자녀 명의로 임차하여 생활한 사례, 사업소득을 가족 계좌로 빼돌리고 고급 외제차를 운행하며 징수를 회피한 경우도 포함되어 있다. 심지어 일부 체납자는 등산배낭 속 금괴, 발코니 신문지 속 수표다발 등 물리적으로 은닉한 사례도 적발됐다. 국세청은 실거주지 추적, 강제개문, 사해행위 취소 소송, 대여금고 압류, 명의신탁 부동산 소유권 말소 청구 등 다양한 방식으로 현장 징수를 강화하고 있으며, 향후 AI·빅데이터 기반 실거주지 분석 시스템 고도화를 통해 추적 정밀도를 더욱 높일 계획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고의적 재산은닉과 호화생활 체납자에 대해 실거주지 추적, 강제개문, 사해행위 취소 소송 등을 강화하고 있다"며 "징수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현장 중심의 강제징수 체계를 정비 중"이라고 밝혔다.


정책적 제안: 부가가치세 체납 해결을 위한 디지털 전환 전략

 

한편, 최근 소비·납세 행태 변화도 주목된다. 2024년 기준 소매업 전반에서 신용카드 결제 비중은 업태에 따라 55.5%~80.9%로 나타났다. 특히 편의점은 80.9%라는 높은 신용카드 결제율을 보이며 간편결제와 포인트 적립 혜택이 결합된 영향으로 분석된다. 반면 소규모 잡화점은 15% 수준에 그치며, 여전히 현금 위주의 거래 구조가 남아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는 소액 부가가치세의 현금 회계 누락 가능성과 맞물려, 자영업자 중심의 세원 투명성 문제로 연결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따라 부가가치세 체납 문제에 대한 구조적이고 기술적인 정책 접근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부가가치세는 최종 소비자가 물품이나 용역을 구매할 때 납부하는 간접세의 성격을 갖기 때문에, 이 세금을 징수한 사업자가 이를 납부하지 않으면 고의적 체납이 되기 쉽다. 특히 현금 결제가 잦은 소규모 자영업자의 경우, 부가가치세를 징수하고도 신고·납부하지 않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따라서 국세청은 카드 및 모바일 결제 수단을 활용한 '부가가치세 실시간 징수 시스템'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카드 결제 시 부가가치세 상당액을 분리해 자동으로 정부 지정 계좌로 이체하거나, 별도 보관계좌에 적립되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가 요구된다. 이 시스템은 가맹점의 POS(Point-of-Sale) 단말기와 국세청 시스템을 연동하여 세금 계산과 이체 과정을 자동화하고, 납세자의 임의 유용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효과가 있다.

 

이와 더불어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한 '부가가치세 납부 준비금 자동 적립 제도'를 추진할 수 있다. 이는 사업자가 결제 건별로 발생한 부가가치세를 국세청과 연계된 금융기관의 가상계좌에 적립하고, 납부기한 도래 시 자동 납부되도록 하는 시스템이다. 일정 규모 이하의 영세사업자에게는 이러한 시스템 도입 시 세액 공제, 정기 납부 유예 등의 인센티브도 병행해 참여를 유도할 수 있다.

 

더 나아가 국세청은 전자세금계산서와 실시간 거래정보 수집체계를 통해 미신고·미납 사각지대를 축소하고, 빅데이터 기반의 거래패턴 분석을 통해 고위험 체납 사업자를 조기 식별할 수 있는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이는 세정 행정의 디지털 전환과 징수 효율성 제고라는 측면에서 중장기적인 납세 시스템 개혁의 핵심이 될 수 있다.

 

궁극적으로 부가가치세 징수 체계의 디지털화와 실시간화를 통해 납세자의 편의와 세무 당국의 관리 효율성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으며, 세금 체납으로 인한 세수 누수를 근본적으로 줄이는 데 기여할 것이다. 이를 위해 국세청과 기획재정부는 유관 금융기관, 결제사, 소상공인 단체 등과의 협업을 통해 구체적인 시범 사업과 법제화 로드맵을 조속히 수립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