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보도: 걷기 좋은 도시가 살기 좋은 도시다 ②]

자동차를 줄이자 사람이 늘었다 - 파리와 코펜하겐이 보여준 보행의 효과

 

 

자동차 중심으로 설계된 도시의 공간을 사람에게 돌려주자, 거리의 표정이 달라졌다. 주차면을 줄이고 보도를 넓히는 방식으로 도로의 우선순위를 재배치한 도시는 보행을 ‘불편을 감수하는 이동’이 아니라 ‘일상을 가능하게 하는 인프라’로 끌어올렸다.

프랑스 파리와 덴마크 코펜하겐은 그 변화를 상징하는 사례다. 파리는 15분 도시 정책 아래 자동차 이용을 억제하고 보행과 녹지로 공간을 전환했으며, 코펜하겐은 보도와 자전거도로를 분리하고 보행 동선의 연속성과 평탄성을 최우선 기준으로 설계했다. 두 도시의 공통점은 분명하다. 차를 줄인 자리에 사람이 늘었고, 보행로 확대가 상권 회복과 시민 건강에 기여하는 투자로 평가되기 시작했다.


파리 - 15분 도시로 보행권을 생활권 안으로 끌어오다

 

프랑스 파리는 최근 보행공간을 공격적으로 확장한 도시로 꼽히며, 15분 도시 정책 아래 자동차 이용을 억제하고 그 공간을 보행과 녹지로 전환하는 방향으로 도시를 설계했다.

파리는 도심 노상 주차장을 줄이고 그 공간을 보도와 보행 공간으로 바꾸는 정책을 추진했으며, 길을 넓히는 데서 멈추지 않고 학교 주변을 보행 중심 구역으로 지정해 등하굣길 안전을 강화하는 방식도 병행했다.

도시 환경이 정비되는 과정에서 보행 유동 인구가 늘었고, 생활권 상권이 회복되는 흐름이 나타났다는 점은 보행공간 확대가 ‘규제’가 아니라 ‘투자’로 읽히는 지점을 보여준다.


코펜하겐 - 보도의 연속성과 평탄성을 설계의 기준으로 세우다

 

덴마크 코펜하겐은 보도의 연속성과 평탄성 측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으며, 보행자가 장애물을 피하거나 단차를 확인해야 하는 상황을 구조적으로 줄이는 것을 핵심 원칙으로 삼아 왔다.

코펜하겐은 보도와 자전거도로를 분리하는 방식으로 이동 동선을 명확히 나누고, 보행 동선의 ‘수평’을 최우선 원칙으로 두면서 보행자가 끊기지 않는 흐름을 유지하도록 설계했다.

교차로나 상가 진출입로에서 차이는 더욱 분명해지는데, 한국에서 차량 진입을 위해 보행로 높이가 낮아지며 경사가 생기는 경우가 많은 것과 달리 코펜하겐은 보도의 높이를 유지한 채 차량이 보도 높이로 올라와 지나가도록 처리하는 경우가 많다.

이 구조는 운전자에게 보행 우선 공간이라는 신호를 주는 동시에 보행자에게는 끊기지 않는 평탄한 통행을 제공하며, ‘우선순위의 표지’가 설계로 구현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보행공간 확대는 상권과 건강을 동시에 끌어올리는 투자다

 

파리와 코펜하겐이 보행공간에 예산을 투입하는 이유는 단순히 ‘걷기 좋다’는 인상에 그치지 않는다. 걷기 좋은 환경은 시민의 신체 활동을 자연스럽게 늘려 건강 증진에 기여하고, 보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짧은 정지와 체류가 생활권 소비로 이어지며 상권과 지역 경제에도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공공투자의 효과가 비교적 직접적으로 드러난다. 보행 중심의 공간은 공원이나 광장처럼 머무를 수 있는 여백을 만들어 사람들의 이동 동선을 다변화하고, 일상의 선택지를 늘리며, 결과적으로 도시의 활력을 유지하는 장치로 작동한다.

보행공간은 자동차 이동을 방해하는 요소가 아니라 도시의 경제와 삶의 질을 지탱하는 기반으로 기능한다. 특히 보행자의 안전과 연속성이 담보될수록 이동의 부담이 줄고, 유모차나 휠체어 이용자처럼 이동약자의 접근성이 함께 개선되면서 도시 서비스의 포용성이 커진다. 결국 보행정책의 성패는 ‘길의 폭’만이 아니라, 일상의 이동을 얼마나 안전하고 끊김 없이 만들었는지, 그리고 그 변화가 생활권의 체류와 소비로 얼마나 연결되는지에서 판가름 난다.

 

 

다음 3편에서는 공사 이후 보도 블록 높이까지 관리하는 도시들의 시스템을 살펴보고, 일본과 싱가포르의 사례를 통해 보도 품질을 유지하는 행정의 디테일을 보도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