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진단] 한강버스 ‘무리한 정식 운항’의 대가

열흘 만의 ‘무승객 시범운항’ 후퇴

 

오세훈 서울시장이 강력하게 드라이브를 걸어서 도입한 친환경 선박 ‘한강버스’는 오늘부터 무승객시범운항으로 한달간 운영된다. 이느 한강버스의 핵심 시스템(조종·전력) 검증과 기상 리스크 흡수력이 확보되기 전에 시민을 태운 채 운항을 강행했고, 그 결과 운영 열흘 만에 탑승을 중단했다. 특히 개통 첫날부터 장애인 화장실에서 오물 역류가 발생해 출입문을 청테이프로 봉쇄하고 문틈·바닥을 걸레·화장지로 급히 막아야 하는 상황이 온라인 커뮤니티로 확산됐다. 개통 초반에 필요한 것은 ‘홍보’가 아니라 ‘안정화’였지만, 시는 반대로 갔다. 시민은 베타테스터가 되었고, 서비스 신뢰는 한 번에 무너졌다.


무엇이 있었나: 열흘 타임라인

  • 9월 18일: 운영 개시(서울시·운영사 안내 기준). 개통 직후 일 14회(양방향 각 7회) 운항. 같은 날 장애인 화장실 오물 역류로 일부 선박 화장실이 임시 폐쇄·출입 통제. 온라인 커뮤니티에 봉쇄 사진이 확산됐고, 시는 원인을 ‘물티슈 등 이물질 투기에 따른 막힘’으로 설명.

  • 9월 20일(토): 서울·경기 집중호우로 팔당댐 초당 3,300톤 방류. ‘선박 통제 기준(3,000톤/초 이상)’에 따라 한강 내 선박 운항 임시 중단.

  • 9월 22일(월): 저녁 시간대 잠실행(102호) 우현 방향타 신호 이상으로 긴급 접안·하차, 마곡행(104호) 배터리–발전기 충전 과정 전기계통 이슈로 출항 취소. 양방향 운항 한때 중단.

  • 9월 28일(일): 오전 점검에서 정비 필요사항 발견(103·104호). 하루 동안 2척(총 4척→2척)으로 축소 운항(총 14항차→7항차).

  • 9월 29일(월)~10월 말경: 시민 탑승을 중단하고 ‘무승객 시범운항’으로 전환. 현행과 동일 조건(오전 11시 시작, 배차 60~90분, 일 14회)으로 반복 운항하며 데이터 축적·기계·전기 통합 안정화 진행. 정기권 추가지불액 5,000원 환불 안내.


왜 무리였나: ‘정식 운항’ 강행의 증상

 

검증 미완 상태의 상용화

 

조종(방향타 신호)·전기(충전 계통) 등 선박 핵심 시스템에서 운항을 제약하는 결함이 초기부터 노출됐다. 위생·접근성 측면에서도 첫날부터 장애인 화장실 역류·임시 봉쇄가 발생해 기본 서비스 품질(청결·이용 가능성)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 이런 결함은 ‘시범’ 단계에서 제거했어야 할 사안인데, 정식취항 후 지속적으로 여러방면에서 문제가 발생하여 드러났다.

 

 취약한 복원력

 

22일에는 함대 4척 중 2척이 동시에 점검으로 이탈하면서, 당일 운항은 총 14항차에서 7항차로 절반(−50%)으로 줄었다. 작은 함대 규모 탓에 예비선을 상시 대기시키기 어렵고, 한 척당 회차 부담이 커지면서 결함이나 기상 변수가 생기면 곧바로 배차 불안으로 번진다. 무엇보다 이 서비스는 ‘출퇴근용 대중교통’을 표방한다. 피크타임(출·퇴근 시간대)의 결항·지연은 대중교통의 전제인 정시성과 예측 가능성을 무너뜨린다. 통근형 교통수단의 최소 요건은 높은 정시율과 낮은 결항률이다. 반복 결항은 환승 계획, 근무시간, 일상의 리듬을 직접 붕괴시킨다. 따라서 피크타임에 대비한 예비선 확보, 결손 회차를 메우는 즉시 대체편(지상버스·지하철) 연계 안내, 지연·결항 보상 규정의 상시화를 의무화해야 한다. 현재 배차 간격이 60분 내외인 체제에서 한 회차라도 빠지면 승객은 곧바로 ‘다음 편은 최소 1시간 뒤’라는 현실을 마주한다. 통근 교통수단으로서는 치명적이다.


정책적 함의

 

한강버스는 ‘친환경 수상교통’이라는 도시교통 다변화의 상징이지만, 이번 사태는 시범운행때 문제점을 충분히 테스트하지 못하고  무리한 상용화가 어떤 비용을 남기는지 보여줬다. 한강의 물리적 제약(홍수기 통제일, 수위·유속 변동) 위에 전기·하이브리드 추진체의 초기 안정화 과제가 겹치면, ‘정식 운항’ 수준의 예측 가능성은 확보되기 어렵다. 정책 목표의 타당성과 집행 절차의 신중함은 별개의 문제이며, 후자가 무너지면 전자도 설득력을 잃는다.

따라서 총사업비 1500억원이 들어간 한강버스를 무리하게 재개를 서두를 이유는 없다. 충분한 시범운항을 통한 안정성이 확보 될 때 까지 운항 재개는 또 다른 ‘무리한 운항’일 뿐이다. 서울시는 이번 한강버스 사태에 대한 책임 라인을 분명히 하고, 정보공시 예비용 선박 확충 등 을 묶은 재개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 안정화가 실험실에서 끝난 뒤, 그때 비로소 시민에게 돌아오는 것이 한강버스가 다시 신뢰를 얻는 유일한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