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교회의 교황 선출을 위한 콘클라베가 바티칸에서 열렸다. 이번 콘클라베는 제266대 교황 프란치스코가 향년 88세로 선종한 지 약 2주 만에 소집되었으며, 전 세계 가톨릭 신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콘클라베 소집과 참여조건
2025년 4월 21일, 프란치스코 교황의 선종으로 인해 가톨릭 교회는 사도좌 공석(Sede vacante) 상태에 돌입했고, 이에 따라 추기경단은 차기 교황 선출을 위한 전통적 절차인 콘클라베를 소집했다. 이 절차는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1996년에 반포한 교황령 『주님의 양 떼』(Universi Dominici Gregis)를 근거로 하며, 이 문헌은 사도좌가 공석이 된 시점에 만 80세 미만인 추기경에게 선거권을 부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교황 선출권을 가진 추기경 수는 120명 이내로 유지되어 왔지만,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를 넘겨 다수의 추기경을 서임했다. 그 결과, 2025년 기준으로 교황 선출권을 가진 추기경은 총 135명이며, 이 중 성 요한 바오로 2세가 서임한 추기경은 5명, 베네딕토 16세는 22명, 프란치스코 교황은 무려 108명을 서임했다. 지역별로는 유럽 53명, 아시아 23명, 북아메리카 20명, 남아메리카와 아프리카 각각 18명, 오세아니아 3명으로 구성돼 있다. 모든 추기경이 참석할 경우, 이번 콘클라베는 역대 최대 규모가 될 것으로 보인다. 참고로, 과거 콘클라베 참석자는 2013년 프란치스코 교황 선출 시 115명, 2005년 베네딕토 16세 때도 115명, 1978년 성 요한 바오로 2세 선출 당시엔 111명이었다.
콘클라베에 참여할 수 있는 조건은 명확하다. 만 80세 이하이면서 파문이나 직위 박탈 등의 사유가 없는 추기경에게 투표권이 주어진다. 단, 교리 위반 또는 범죄 혐의로 기소되었거나 유죄 판결을 받은 경우는 제외된다.
이번 콘클라베는 133명이 참석했으며 미사와 특별 기도로 시작되며, 이후 매일 오전과 오후에 한 차례씩 비밀 투표가 진행된다. 새 교황은 전체 유권자의 3분의 2 이상의 지지를 받아야 선출된다. 수백 차례 반복된 전통이지만, 투표의 구체적 내용은 철저히 비밀로 유지된다. UCLA의 스테파니아 투티노 교수는 "외부에 공개되는 정보는 전무하며, 단지 시스티나 성당 굴뚝에서 나오는 연기 색깔을 통해서만 결과가 전달된다"고 설명했다.
교황 후보 선정과 투표 절차는 어떻게 진행되나?
공식적인 선거운동이나 연설은 존재하지 않으며, 교황 선출에 나이 제한도 없다. 콘클라베가 시작되기 전, '특별 총회'라 불리는 회의에서 추기경들은 교회의 미래 과제와 주요 이슈에 대해 자유롭게 논의할 수 있다. 이 회의에서는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나 표 거래, 사전 합의는 엄격히 금지되며, 논의 내용 또한 철저히 비밀로 유지된다.
콘클라베는 첫날 한 차례 투표가 진행되고, 둘째 날부터는 오전과 오후 각각 두 차례씩, 하루에 최대 네 차례까지 투표가 실시된다. 모든 추기경은 비밀리에 투표용지에 기표한 뒤 투표함에 넣는다. 이후 무작위로 선정된 세 명의 감시 추기경(scrutatori)이 투표지를 개표한다. 만약 투표지 수가 투표자 수와 일치하지 않으면 그 투표는 무효 처리되어 다시 진행된다. 숫자가 정확할 경우 후보자 이름을 공개적으로 낭독하고, 득표 수를 기록한다.
만약 사흘간 진행된 투표에서 교황이 선출되지 않으면, 추기경들은 하루 동안 투표를 중단하고 기도와 숙고의 시간을 갖는다. 이후 다시 일곱 차례의 투표가 진행되며, 그 결과가 없을 경우 또 하루 중단하는 방식으로 이어진다.
투표 결과, 3분의 2 이상 득표한 후보가 나오면 해당 투표지는 흰 연기를 내며 태워지고, 그렇지 않으면 검은 연기가 난다.
새 교황 선출 후에는?
투표 끝에 한 후보가 3분의 2 이상의 득표로 선출되면, 선임 추기경이 그에게 교황직 수락 의사를 묻고, 피선자가 이를 수락하면 콘클라베는 종료된다. 이후 선거인 추기경들은 새 교황에게 경의와 순종을 표하며, 하느님께 감사 기도를 드린다.
그 직후 시스티나 성당 굴뚝에서 흰 연기가 피어올라 전 세계에 새 교황이 선출되었음을 알리고, 추기경단의 수석 부제(현재는 도미니크 맘베르티 추기경)가 성 베드로 대성당 중앙 발코니에서 전통적인 라틴어로 “Habemus Papam(우리는 교황을 모셨습니다)”이라고 선언하며 새 교황의 이름과 교황명을 발표한다. 이후 새 교황은 ‘로마와 온 세계에’(Urbi et Orbi) 사도적 축복을 내린다.
선출 시기는?
콘클라베 기간은 정확히 예측하기 어렵지만, 최근 사례에 따르면 길어도 5일을 넘기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3년 5차 투표에서, 베네딕토 16세는 2005년 4차 투표에서 각각 이틀 만에 선출되었고, 요한 바오로 2세 교황 역시 1978년 8차 투표를 통해 사흘 만에 선출됐다. 20세기 이후 가장 긴 콘클라베는 1922년 비오 11세 선출 당시로, 5일 동안 14번의 투표가 이어졌다. 2025년 5월 7일부터 시작된 이번 콘클라베 역시 5일 이내에 새 교황이 선출될 가능성이 높으며, 늦어도 5월 중순에는 새로운 교황의 모습을 전 세계가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