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내란 우두머리 방조 혐의 사건을 심리하던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재판장 이진관 부장판사)가 법정 소란을 이유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측 변호인 이하상·권우현 변호사에게 선고한 감치 15일은 이후 집행이 중지됐지만, 이를 둘러싼 논란이 형사 고발과 손해배상 청구 소송으로 비화했다.
김 전 장관 변호인단은 25일 담당재판부, 서울중앙지방법원장, 대한민국 정부를 상대로 총 500만 원의 위자료를 청구하는 손해배상 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제기했다. 앞서 이들은 이 부장판사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및 불법감금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형사 고소한 바 있다.
한편 법원행정처는 같은 날 천대엽 처장 명의로 이하상·권우현 변호사를 법정모욕과 명예훼손 등 혐의로 서초경찰서에 고발했다. 서울중앙지법도 대한변호사협회와 서울지방변호사회에 이들에 대한 징계 회부를 요청하며, 사태는 법원 대 변호인단의 정면 충돌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감치 재판의 법적 성격 – 형사·민사 재판과 무엇이 다른가
이번 사건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감치 재판 자체의 법적 성격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감치는 형사소송법상 유죄·무죄를 판단하는 형사재판이나, 민사소송법상 권리관계를 확정하는 재판과는 다른 종류의 절차이다.
감치 재판의 근거는 법원조직법 제61조에 있다. 이 규정은 법원이 법정이나 법원 사무실 등에서의 소란, 모욕, 명령 불복종 등으로 재판 또는 법원 사무의 수행이 현저히 방해받는 경우, 해당 행위자를 대상으로 감치나 벌금 부과 등의 ‘법정 등의 질서유지를 위한 재판’을 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다시 말해 감치는 특정 범죄에 대한 형벌을 부과하는 제도가 아니라, 법정의 질서와 재판 기능을 보호하기 위한 특별한 질서 유지 수단이라는 점에서 출발한다.
이 때문에 감치 재판에 적용되는 절차도 일반 형사·민사 소송과는 다소 다르다. 대법원 규칙인 「법정 등의 질서유지를 위한 재판에 관한 규칙」은 위반자의 출석, 심문 방식, 재판서 작성, 집행 절차 등을 별도로 규율하면서, 재판 진행의 신속성과 법정 질서 회복을 우선 고려하는 구조를 취하고 있다. 예컨대 위 규칙 제7조는 위반자는 재판 지연의 우려가 없는 경우에 한하여 변호사의 보조를 받을 수 있다고 규정해,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과는 다른 기준을 두고 있다.
감치는 재판장이 법정을 운영하기 위한 ‘현장 대응 수단’이라는 성격을 갖는 만큼, 자유를 일정 기간 박탈하는 강한 조치임에도 불구하고 절차가 비교적 단순하게 설계되어 있다. 그 대신 법원은 재판서에 위반자의 성명·주거 기타 본인을 특정하기 위한 사항과 위반행위의 요지, 적용 법조를 명확히 기재해야 하고, 감치 기간 또한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만 인정된다는 것이 제도의 전제다. 또한 감치 재판에 따른 처분은 형사재판에 따른 형사처벌이 아니라는 점에서 전과기록으로 남지 않는다는 특수성이 있지만, 그럼에도 실제로는 신체 자유를 박탈하는 제재라는 점에서 남용 방지와 절차적 통제 장치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지가 중요한 과제로 떠오른다.
11월 19일 내란공판에서 벌어진 일
사건의 출발점은 11월 19일 열린 한덕수 전 총리 내란 사건 속행 공판이다. 이날 오후 증인으로 출석한 김용현 전 장관은 ‘신뢰관계인 동석권’을 신청하며 본인과 신뢰 관계에 있는 변호인의 법정 동석을 요구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신뢰관계인 동석은 원칙적으로 범죄 피해자 증언 시를 전제로 하는 제도라며 요건 불충족을 이유로 이를 허가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김 전 장관 측 변호인인 이하상·권우현 변호사는 방청석을 떠나지 않은 채 발언을 시도했다. 재판부가 퇴정하라고 명했으나 이 변호사는 “퇴정하라는 것이냐”고 맞받았고, 재판부는 감치를 경고하며 퇴정을 재차 요구했다.
결국 이 변호사가 끝내 퇴정하지 않자 재판부는 “감치하겠다. 구금 장소에 유치하겠다”고 선언했다. 이 변호사는 “직권남용”이라고 항의하며 법정 밖으로 끌려 나갔고, 권 변호사 역시 “이렇게 하는 게 대한민국 사법부냐”고 항의하다 퇴정 조치를 당했다. 이후 재판부는 별도의 감치 재판을 열어 두 변호사에게 각각 감치 15일을 선고했다.
감치 집행 무산과 사태를 키운 ‘2차 행위’
감치 결정은 집행 과정에서 제동이 걸렸다. 비공개로 진행된 감치 심문에서 두 변호사는 인적 사항 진술을 거부했고, 재판부는 통상적인 범위 내에서 이름, 직업, 용모 등을 재판서에 기재해 서울구치소에 감치 집행을 명했다. 그러나 서울구치소는 “감치자의 인적 사항이 특정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수용을 거부했다.
이에 재판부는 집행이 곤란하다고 보고 감치 재판 관련 집행 명령을 정지하고 즉시 석방을 명했다. 실질적으로는 감치 15일이 선고됐지만, 신원 특정 문제로 집행되지 못한 채 종료된 셈이다.
문제는 그 이후였다. 석방된 두 변호사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이진관 부장판사를 겨냥한 노골적인 욕설과 인신공격성 발언을 이어갔다. “이 X의 XX 죽었어”, “뭣도 아닌 XX” 등 재판장을 비하하는 발언뿐 아니라 “우리 팀에 대적하는 놈들은 무조건 죽는다”는 표현까지 등장했다는 것이 법원 측 설명이다.
이 과정에서 이 부장판사가 감치 심문 당시 권 변호사에게 들었다고 밝힌 “해보자는 거냐”, “공수처에서 봅시다”라는 발언도 별도의 법정모욕 행위로 지적됐다. 재판부는 기존 감치 결정의 재집행을 예고하는 동시에, 이 발언들에 대해 추가 감치 재판을 열겠다고 공언했다.
변호인단의 법적 주장과 쟁점
이하상·권우현 변호사는 감치와 퇴정 명령이 위법한 직권남용이라고 주장한다. 김 전 장관과 변호인 사이에는 신뢰 관계가 존재하므로 증인신문 과정에서의 동석을 허용했어야 하며, 이를 이유로 퇴정·감치에 나선 것은 변호인의 변론권과 변론 활동을 침해한 조치라는 주장이다. 다만 형사소송법 제163조의2는 신뢰관계인 동석을 범죄피해자가 증인으로 신문되는 경우에 한정하고 있어, 이를 일반 증인이나 피고인에게까지 확장하는 해석은 현행 법 체계와는 거리가 있다는 점에서 법리적으로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함께 제기된다.
또 감치 재판 절차에서도 변호인 선임을 요청했으나 재판부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이는 헌법상 보장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위법한 절차였다고 본다. 서울중앙지법은 감치 재판의 경우 법정 질서 위반자에 대한 신속한 조치가 필요해 통상적으로 변호인 참여를 허용하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이는 감치 재판이 법원조직법 제61조에 근거한 ‘법정 등의 질서유지를 위한 재판’에 해당하고, 동 규칙 제7조가 위반자는 재판 지연의 우려가 없는 경우에 한하여 변호사의 보조를 받을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일반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변호인 선임권 보장과는 다른 법체계에 놓여 있다는 점에서, 변호인단의 절차적 정당성 비판은 법률 구조와는 거리가 있다는 평가도 가능하다.
이 부장판사가 법정에서 권 변호사를 “안경 쓴 키 작은 남자”라고 지칭한 대목도 쟁점으로 떠올랐다. 변호인단은 이를 외모 비하 발언으로 규정하며, 현재 정신적 충격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감치 재판은 재판을 한 때 재판서에 위반자의 성명·주거 기타 위반자 본인의 특정에 필요한 사항을 기재하도록 한 관련 규정의 적용을 받는다. 이 사건에서 두 변호사가 감치 심문 과정에서 이름 등 인적 사항 진술을 거부한 만큼, 재판부로서는 외형적 특징을 통해서라도 위반자를 특정해 재판서에 기재할 수밖에 없었다는 해명이 가능하다. 이런 점에서 해당 표현을 순수한 외모 조롱이 아니라, 신원 특정 의무를 이행하기 위한 기술적 표현으로 볼 여지도 있다는 반론도 나온다.
법원의 대응 – ‘선처 없는 엄정 제재’ 천명
법원은 이번 사안을 단순한 법정 소란 사건이 아니라 사법 질서와 재판 독립을 위협하는 중대한 행위로 규정하고 강경 대응 기조를 분명히 했다.
법원행정처는 입장문에서 “표현의 자유의 한계를 넘어 모욕 또는 소동 행위로 법원의 재판을 방해하고, 개별 사건 담당 재판장에 대한 무분별한 인신공격은 재판과 법관의 독립을 해하고 재판제도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려 법치주의를 훼손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재판을 방해하면서 법정을 모욕하고 재판장의 명예를 훼손하는 것은 사법부 본연의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하므로 선처 없는 단호하고 엄정한 제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법원행정처는 두 변호사를 형사 고발하는 한편, “이번 사안의 심각성과 중대성, 그로 인한 사법 질서의 혼란을 매우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며 향후 유사한 법정 질서 위반, 법관 모욕, 법정 소란 행위에 대해서도 예외 없는 단호한 대응 방침을 천명했다.
서울중앙지법도 별도의 공지를 통해 두 변호사가 재판장의 퇴정 명령을 거부해 감치 선고를 받았고, 이후 유튜브 방송에서 재판장에 대한 욕설 등 인신공격성 발언을 반복했다는 사실을 대한변호사협회와 서울지방변호사회에 통보하며 징계 사유가 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향후 과제 – 감치 절차·법정 모욕 제재의 기준 정비 필요
이번 사태는 한덕수 전 총리의 내란 사건이라는 중대한 형사 재판을 둘러싼 ‘부수적 갈등’으로 보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사법제도 신뢰와 법정 문화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구조적 쟁점을 드러내고 있다.
첫째, 감치 제도의 절차적 기준을 보다 명확히 정비할 필요가 있다. 감치 재판에서 진술거부권을 어떤 범위까지 인정할지, 특히 인적 사항 제공 거부 시 신원 특정과 집행을 어떻게 처리할지 등에 대해 명문화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 이는 재판부 재량의 합리적 한계를 설정하는 동시에, 피감치자의 권리 보장을 분명히 하는 작업이기도 하다.
둘째, 변호사 단체의 자율 징계와 사법부의 형사 대응 간 역할 분담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 변호사의 품위 유지와 직업윤리 위반에 대해서는 변호사단체의 징계가 1차적 수단이 될 수 있고, 형사 고발은 보다 중대한 경우에 예외적으로 활용하는 방식으로 정교한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다만 변호사는 고도의 윤리성과 사회적 책임이 요구되는 직역인 만큼, 변호사단체가 명백한 위반행위에 대해 적절한 징계를 하지 못할 경우 그 자체로 직역 전체에 대한 대국민 신뢰를 약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함께 감안해야 한다.
셋째, 이번 사안에서 쟁점이 된 진술거부, 인적사항 미제공, 변호인 참여 범위 등도 결국 이러한 감치 재판의 특수한 법적 성격과 맞물려 있다. 감치가 형사처벌과 동일한 트랙의 제도가 아니라, 법원조직법에 근거한 별도의 질서유지 재판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는 것이 향후 제도 개선 논의의 출발점이 될 필요가 있다.
법원은 재판의 독립성과 법정의 권위를 수호해야 하는 기관이고, 변호인은 방어권과 절차적 정의를 지키는 마지막 보루라는 점에서 양측 모두 공적 책임이 막중하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감정 싸움’이나 정치적 진영 대립으로 소비되는 것을 넘어, 우리 사법제도가 감치·법정 모욕 제도를 어떻게 운영해야 하는지에 대한 성찰의 계기가 될 수 있을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