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이 마침내 최종 승인을 받았다. 2024년 11월 28일 유럽연합 집행위원회가 기업결합을 승인하면서, 주요국의 심사 절차가 사실상 마무리되었다. 2020년 11월 정부의 합병 결정 이후 약 4년에 걸친 절차가 마무리되며, 대한민국 항공산업의 새 전환점을 맞이하게 됐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024년 12월 09일 "통합항공사 출범 이후 항공산업 경쟁력 확보 및 소비자 보호 방안"을 발간하였다. 이 보고서는 합병이 항공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경쟁력 강화 및 소비자 보호를 위한 정책적 대응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이번 합병을 통해 대한항공은 명실상부한 글로벌 메이저 항공사로 도약할 것으로 기대된다. 네트워크 확장과 운영 효율성 증대가 이루어지면서, 국제 항공 시장에서의 경쟁력이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그러나 동시에 소비자의 선택권 감소, 항공 운임 상승 가능성, 마일리지 통합 문제 등 해결해야 할 과제도 남아 있다.
공정위 및 해외 경쟁당국의 승인 조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은 국내외 경쟁당국의 철저한 심사를 거쳤다. 2022년 2월 공정거래위원회는 조건부 승인 결정을 내렸으며, 기업결합 이후 경쟁제한성을 완화하기 위해 10년간 특정 여객 노선(국제선 26개, 국내선 8개)의 슬롯과 운수권 이전 등의 구조적 조치를 요구했다. 또한, 운임 인상 제한, 좌석 공급 축소 금지, 서비스 질 유지, 마일리지 통합 등 행태적 조치를 병행하여 부과했다.
해외 경쟁당국 역시 유사한 조건을 부과했다. 유럽연합(EU)은 4개 노선(서울~로마, 파리, 바르셀로나, 프랑크푸르트)의 슬롯 반납을 요구했으며, 아시아나항공의 화물 부문 매각을 승인 조건으로 제시했다. 대한항공은 이에 따라 에어인천이 아시아나 화물 부문을 인수하도록 조치했다. 영국, 일본, 중국 역시 특정 노선의 슬롯 반납을 조건으로 합병을 승인했다.
통합항공사의 경쟁력 확보와 소비자 보호 과제
통합항공사는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효율적인 자원 재배치를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해외 항공사 및 저비용항공사(LCC)의 시장 진입이 촉진되면서 통합항공사의 수익성이 악화될 가능성도 있다. 특히, LCC가 슬롯을 확보할 경우 가격 경쟁이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소비자 보호 측면에서도 많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으로 인해 국내 대형 항공사가 사실상 하나만 남게 되면서 독점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공정위가 부과한 운임 인상 제한과 서비스 질 유지 조치가 실효성 있게 운영될지에 대한 면밀한 감시가 요구된다.
마일리지 통합 문제 역시 핵심 쟁점이다. 아시아나항공은 기업결합 완료 전에 마일리지 소진을 유도하고 있으며, 소비자들은 사용 기회의 부족과 가치 하락을 우려하고 있다. 과거 미국의 델타항공과 노스웨스트항공 합병 사례처럼 1대1 비율로 통합될 가능성이 있지만, 두 항공사의 마일리지 가치 차이를 고려한 별도의 통합 비율이 적용될 가능성도 있다.
향후 전망과 과제
이번 합병은 국내 항공산업의 지형을 크게 변화시키는 사건이다. 그러나 글로벌 항공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확보하면서도 소비자의 권익을 보호할 수 있는 균형 잡힌 정책이 요구된다. 공정위와 국토교통부는 합병 이후에도 통합항공사의 운임 정책, 서비스 품질, 마일리지 운영을 지속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또한, 저비용항공사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책적 지원과 함께, 해외 항공사의 적극적인 진입을 유도함으로써 경쟁이 유지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이 한국 항공산업의 새로운 도약이 될지, 아니면 소비자의 부담 증가로 이어질지는 앞으로의 운영 방식과 정책적 대응에 달려 있다. 철저한 감독과 투명한 운영을 통해 소비자와 기업 모두가 윈-윈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