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정부가 10월 1일 예산 공백으로 셧다운에 돌입한 지 41일째인 11월 11일(한국시각) 기준, 상원이 초당적으로 임시예산 패키지를 가결하며 사태 종결에 한 걸음 다가섰다. 해당 패키지는 2026년 1월 30일까지 정부 자금을 이어가고, 셧다운 기간에 단행된 대규모 인력 감축 조치를 되돌리며, 일부 부문(농무·식품의약·군사건설·보훈·의회 운영 등)에는 연례 예산을 포함한다. 다만 하원 처리와 대통령 서명이 남아 있어 최종 정상화까지는 몇 가지 정치적 변수가 남아 있다.
왜 ‘기록적 장기화’가 발생했나
119대 의회 상원 의석은 공화 53, 민주 45, 무소속 2(민주당과 공조)로 실질 구도는 53대 47이나, 예산안 처리에는 통상 60표가 필요하다. 공화 다수에도 불구하고 교차투표 없이는 합의가 막혀 교착이 반복됐다.
핵심 쟁점의 ‘정책 연계’: 민주당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로 2025년 말까지 연장된 ACA(오바마케어) 보험료 세액공제의 추가 연장을 예산과 연계해 요구했다. 공화당은 ‘깨끗한 임시예산’을 고수하며 지출 억제·외교원조 축소 등을 병행 주장했다. 이로 인해 상원에서 동일·유사안 표결이 누적 부결되며 장기화의 직접 원인이 됐다.
하원은 공화당 주도의 단기예산안을 통과시켰지만 상원에서 60표 문턱을 넘지 못했고, 상원 민주는 보건 보조 연장 없는 임시예산에 반대했다. 양당 모두 ‘상대가 먼저 양보해야 한다’는 프레이밍이 굳어지며 협상 공간이 좁아졌다.
극적인 상원 합의
임시예산안 표결은 60대 40으로 통과됐다. 찬성 60표는 공화당 52표(랜드 폴을 제외한 전원)와 민주당 7표, 무소속 1표(앵거스 킹)로 채워졌다. 민주·무소속에서 찬성한 8인은 딕 더빈, 팀 케인, 존 페터먼, 캐서린 코르테스 마스토, 재키 로젠, 진 샤힌, 매기 하산, 앵거스 킹이다. 이탈 배경으로는 ‘정부 재개 우선’과 12월 ACA 세액공제 연장을 별도로 표결하겠다는 약속이 영향을 미쳤다. 임시예산은 미국 동부기준 2026년 1월 30일(한국시각 1월 31일)까지 대부분 부처를 기존 수준으로 운용하도록 했다. 다만, 농무부·FDA, 군사건설·보훈, 입법부 운영 등 세 개 분야는 연간 예산으로 묶어 확정됐다.
인사·보수 측면에서는 셧다운 기간 통보된 정리해고 통지를 철회하고 추가 감원 금지를 명시했으며, 무급·강제휴가 인력의 소급 보상을 규정했다. 건강보험 보조(ACA 세액공제) 연장은 본안에서 분리해 12월 중 별도 표결로 돌렸고, 민주당 지도부는 이번 절차표결에 반대했으나, 중도 성향 상원의원 7명과 무소속 1명이 ‘정부 재개 우선’ 논리를 수용해 ACA 세액공제 연장을 본안에서 분리하는 데 동의했고, 공화 지도부는 12월 별도 표결 약속으로 이들을 설득했다.
경제·사회 파급: 무엇이 실제로 멈췄나
연방 인력 측면에서는 수십만 명의 공무원이 무급 근무 또는 강제휴가를 겪었고, 합의안이 최종 확정되면 소급 보상 및 복직이 이뤄진다. 항공·보안 등 필수 서비스 분야에서는 안전·보안 인력의 무급근무와 초과근무 축소로 항공 지연·결항 위험이 상시화했다. 통계·행정 부문에서는 고용·소매판매·주택지표 등 핵심 경제통계의 발표 지연이 누적되면서 금융·정책 의사결정의 불확실성이 커졌다.
특히 복지 프로그램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졌다. 정부의 셧다운으로 인하여 SNAP·WIC 등 취약계층 지원프로그램의 집행 불안이 커지며 주(州)정부와 민간의 응급 대응 비용이 증가했다. 특히 10월 28일 매사추세츠에서 25개 주 등이 제기한 소송과 10월 31일·11월 6일 연방지법의 TRO(임시금지명령) 이후, 법원은 USDA에 비상준비금과 농업조정법 Section 32 자금을 활용해 11월분 SNAP 전액 지급을 명령했다. 정부는 이에 불복해 제1순회항소법원과 연방대법원에 집행정지를 신청했고, 대법원의 행정정지로 효력이 일시 중지되는 등 법적 공방이 이어졌다. WIC의 경우 11월 초 Section 32에서 추가 재원이 배정됐지만 임시 조치에 그쳤고, 이후 초당적 합의안에 전액 반영되는 방향으로 조정이 진행됐다.
정책 대안 제언
자동 임시예산은 법정시한을 지키지 못할 때 직전 연도 수준으로 자동 연장해 셧다운 비용을 차단하는 장치다. 다만, 정부와 의회가 대립할 때 자동 연장은 ‘서비스 중단’이라는 압박을 제거하여 의회의 예산 심사·감시 기능이 행사되는 협상 지렛대를 약화시키고, 상대적으로 행정부에 협상력을 더 많이 부여할 수 있다는 부작용도 있다. 따라서 Automatic CR 설계 시 지출 구조의 관성 강화, 우선순위 재배치 지연, ‘자동 연장’ 의존에 따른 도덕적 해이 등의 위험을 최소화할 안전장치(기간 제한, 핵심 항목만 유지 등)를 함께 검토할 필요가 있다. 공무원 인사 안전판은 셧다운 시 강제 해고 금지 원칙과 급여 소급의 법정 자동화를 명문화해 행정 충격을 완화하는 방안이다.
결론
이번 셧다운 장기화는 60표 규정·정책 연계·정파적 선명성 경쟁이 맞물린 전형적 교착 사례다. 상원의 초당 합의로 ‘종료’에 근접했지만, 하원 표결과 대통령 서명이라는 관문이 남아 있고, ACA 보조 연장이라는 실질 쟁점도 12월 별도 표결로 이월됐다. 기본적으로 수요일(현지시각) 하원이 상원안을 그대로 표결·통과할 경우 대통령 서명을 거쳐 정부 정상 운영이 재개되며, 12월 ACA 보조 연장 표결의 내용과 통과 여부에 따라 1월 말 예산안 재충돌 가능성이 남아 있다. 더구나 2026년 11월 3일에는 하원 전체와 상원 33석이 선거 대상이어서, 선거 국면의 강경 기류가 예산 협상에 반영되며 2026회계연도에서도 갈등이 재연될 가능성이 있다. 단기적으로 정상화가 이뤄지더라도, 제도적 재발 방지 장치 없이는 현재 2026회계연도 예산의 재충돌 위험이 여전히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