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밤 부산 김해국제공항에서 이륙을 준비하던 에어부산 BX391편에서 화재가 발생해 승객과 승무원 176명이 비상 탈출하는 아찔한 사고가 발생했다. 다행히 큰 인명 피해는 없었으나, 탑승객 3명이 대피 과정에서 경상을 입었다.
화재는 기내 뒤쪽 선반(오버헤드빈)에서 시작됐으며, 탑승객들은 ‘타닥타닥’ 소리와 함께 연기가 피어오르며 불똥이 떨어지는 것을 목격했다고 증언했다. 이를 토대로 보조배터리나 전자기기에서 발생한 화재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국내외에서 기내 반입된 보조배터리로 인해 발생한 화재 사고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4월, 김포공항에서 제주로 향하던 아시아나항공 OZ8913편에서도 오버헤드빈에 있던 보조배터리에서 연기가 나는 사고가 있었다. 해외에서도 지난해 1월 대만 타오위안 공항에서 이륙 준비 중이던 싱가포르행 스쿠트항공 여객기에서 승객의 보조배터리가 폭발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현재 리튬배터리는 위험물로 분류돼 기내 반입이 엄격히 규제된다. 그러나 보조배터리는 용량이 100Wh 이하일 경우 기내 휴대가 가능하지만, 위탁수하물로 부치는 것은 금지돼 있다. 전문가들은 보조배터리는 반드시 승객이 직접 관리해야 하며, 기내 선반 같은 손이 닿지 않는 곳에 보관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사고에서 일부 승객들이 짐을 들고 탈출하는 모습이 포착돼 논란이 되고 있다. 대피 과정에서 수하물을 챙기려 하면 탈출 속도가 지연될 뿐만 아니라, 좁은 통로에서 다른 승객들의 대피를 방해할 수 있어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실제로 항공기 화재 시 90초 이내에 모든 승객이 대피해야 하는 ‘90초 룰’이 중요한데, 짐을 들고 탈출하려는 행동이 이 시간을 초과하게 만들 위험이 크다. 전문가들은 대피 시 짐을 버리고 신속히 탈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항공기 화재 발생 시 승객들은 다음과 같은 행동 요령을 숙지하고 실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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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무원의 지시에 따르기: 비상 상황에서는 승무원의 안내를 신속히 따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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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가 발생하면 낮은 자세 유지: 유독가스를 피하기 위해 몸을 낮추고 손수건이나 옷으로 코와 입을 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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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구 확인 및 빠른 탈출: 좌석에 앉으면 미리 비상구 위치를 확인하고, 화재 발생 시 신속하게 비상 슬라이드를 이용해 탈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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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하물은 버리고 이동: 탈출 시 짐을 챙기려 하면 대피 속도가 늦어질 뿐만 아니라 다른 승객들의 탈출을 방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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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초 내 탈출 원칙 준수: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규정에 따르면, 모든 승객은 항공기 사고 발생 후 90초 이내에 탈출해야 한다. 이를 위해 신속한 행동이 필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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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라이드 이용 시 주의: 슬라이드를 탈 때는 팔짱을 끼고 앞으로 미끄러지듯 내려야 한다.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거나 무리하게 뛰면 부상을 입을 수 있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보조배터리 등의 전자기기 반입 및 관리 규정에 대한 점검과 승객들의 안전 교육 강화가 더욱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토교통부와 항공당국은 이번 사고의 원인을 철저히 규명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